오시영의 세상의 창-심판당한 배신자,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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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심판당한 배신자,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
  • 오시영
  • 승인 2016.04.15 13:1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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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 / 변호사 / 시인

20대 국회의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으로 결론이 났다. 민심은 철저하게 새누리당을 응징했고, 박근혜 대통령을 심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직전까지 두 가지 주장을 일관되게 하였다. 하나는 “배신자를 심판하여 올바른 자를 선택해 달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무능한 국회를 바꾸어 달라는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시 “선거의 여왕”이다. 박 대통령이 요구한 대로 국민은 배신자를 철저하게 심판하였고, 무능한 국회를 바꿔치기 하였다. 물론 그 내용은 박 대통령이 요구한 것과 완전 반대의 방법으로 말이다. 박 대통령의 화법을 그대로 결과에 도입하면 “배신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었고, “무능한 국회는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19대 국회”였다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국민은 국민을 배신한 이를 박근혜 정권으로 보았고, 무능하고 일 못한 국회는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국회였던 것이다. 그래서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간절한 소원대로 배신자들을 솎아내어 모두 선거에서 참패시켰고, 국회를 여소야대의 야당 승리의 국회로 만들고 말았다.

이런 참담한 결과-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의 입장에서-가 나오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180석을 거론하고, 심지어 200석을 거론하는 후안무치함과 오만방자한 태도를 견지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영남을 독식하고, 일여다야 구도인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두는 전략을 고수하였다. 오죽하면 김무성 대표의 선거 유세 연설에서 “안철수 의원을 당선시켜 주시고”라는 망언이 튀어나왔겠는가? 무의식적으로 잠재적 열망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튀어나온 것이라 하겠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의 홈페이지에 “안철수의 국민의 당을 지지”한다는 황당한 몰상식 지원 게시물이 게시되었겠는가?

이런 결과에 대해 그 동안 종편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된다며 민심을 농락하는 엉터리 의견을 앵무새처럼 늘어놓던 “무식한 전문패널”들은 오늘 어떻게 선거결과를 평할지 재미있어진다. 어쩌면 언론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모른 채 사실관계를 왜곡하기에 혈안이 되었던 그 전문가패널들은 역시 결과를 평할 때도 부끄러운 줄을 모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결과는 박근혜 정권의 3년 무능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짙다. 혹자는 공천과정에서의 잡음에 그 모든 결과를 돌리고 있는 듯 하나 오늘의 결과는 박근혜 정권의 “누적된 실정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옳다. 선거의 여왕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만 그 약발이 있을 뿐이다. 당선된 이후에는 “여왕이 아니라 국민을 책임져야 하는 최고 국정 책임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중대한 책임 앞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보니 “아주 무능한 대통령”임이 증명되어 버린 것이다. 국가적으로 볼 때 안타까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3년 동안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침몰사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303명이라는 어린 청소년들을 바닷물 속에 수장해야 했고, 메르스 전염병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가도록 했고, 168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재정적자를 가져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평균 330만 원 가량의 빚을 안겨주어 일 년에 일인당 110만 원 가량의 빚을 늘려와 빚더미 위에 앉게 했다. 청년실업률 또한 건국 이래 최대라는 12.5%에 이르게 하여 청년들의 헬조선을 가속화시켰고, 경제성장율 역시 3년 평균 2.9% 정도에 머물러 김대중 정권 5.2%나 노무현 정권 4.3%에 훨씬 못 미치는 저성장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또한 공기업 부채비율도 노무현 정권 때 114%에 불과하던 것이 이명박 정권 때 200%를 훌쩍 넘더니 박근혜 정권 때는 그 비율이 더욱 높아져 공기업들이 부채에 대한 은행이자 갚기에도 허덕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전세금이 폭등하고, 부동산거래를 과잉 활성화시켜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분양되지 않는 아파트건설에 매달리게 되고, 사회 자본이 비정상적으로 왜곡 투자되는 기현상이 빚어져 경제상황을 악화일로로 몰고 가니 국민들의 사는 문제 해결이 난감한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로 상징되는 남북긴장관계의 악화는 어찌 보면 최악의 외교정책의 실패라고 할 것이다. 보수적인 국민들은 박근혜 정권의 대북강경정책이야말로 최고의 대북 응징정책이라고 착각(?)하고 좋아하지만, 이렇게 남북 간의 긴장관계가 고조되어 북한 정권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과 욕설에 가까운 비속어를 남발할 정도에 이르고 있고, 광명성 3호로 상징되는 장거리 발사체의 성공으로 사드 배치가 거론될 정도로 남북관계가 긴장되고,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외교마찰이 심각할 지경에 이르고 있으니, 어찌 이를 잘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최고의 하책, 악수를 놓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불고 있는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버니 샌더스의 바람을 애써 폄훼하기만 할 뿐 시대변화의 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미숙한 외교정책을 펼쳐나가고 있으니 국민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대통령으로서는 “전쟁불사”와 같은 극한대립의 외교정책, 남북관계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평화공존”이나 “상호소통과 왕래를 통한 평화정착”이라는 근본적 해결방안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말이다. 

또한 지난 3년 동안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상징되는 국민 정신세계의 일방적 왜곡 내지는 통제체제의 수립을 추구한 것 역시 얼마나 많은 국민적 저항이 있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고, 테러방지법으로 상징되는 국가정보원의 무차별적인 테러의심용의자들에 대한 감청 및 인터넷 정보수집, 예금거래 조회 등 허용으로 인한 국민사생활침해 우려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한 것, 영화 “동주와 귀향”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도중에 10억 엔의 재단기금출연만을 받기로 한 채 일본 아베 정권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에 대한 최종적 불가역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등 국민 의사와 반대되는 길을 계속 걸어온 것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이번 총선의 결과라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을 원천 차단한 채 일방적, 주입식 통치방식에 길들여진 새누리당 내의 소위 “유승민 파동”으로 불리는 배신자 처단이라는 황당한 정치보복은 결국 이번 총선의 끝판왕으로 작동하고 말았다고 할 것이다. 정치인은 원래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 옳다. 그러한 자기 정치를 최고로, 최대로 해 온 이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대변자인 국회의원은 모두 독립적 국가기관으로 각자 자기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자기 정치를 하는 “올바른 정신이 박힌 정치인”을 향해 “배신자”라고 낙인찍은 사람이야말로 “올바른 정신이 박히지 않은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인 것이다. 결국 국민들은 자기 정치를 하는 무소속 유승민 의원을 당선시켰다. 모든 국회의원이 국민만을 두려워하는 자기 정치를 할 때 국리민복의 올바른 국회가 될 것이다.

유승민 의원의 당선은 여러 가지를 상징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가장 큰 함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공포심의 균열 발생”이다. 150명 넘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호통 한 마디에 찍 소리 못하고 선생님의 “하나, 둘” 구호에 “셋, 넷” 하며 합창하는 초등학생 아니 유치원생처럼 행동하여 왔던 것이 작금의 새누리당의 현실이었다. 그런데 그 중에 정신 제대로 박힌 이 한 사람 있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외쳤으니, 그 외침이 표출되는 순간 “박근혜 대통령의 권위에는 금이 갔고, 두려움이 사라져 버리는 아주 좋은 현상”이 나타났으니 그것이 바로 이번 총선의 결과라고 할 것이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대구와 경남의 유권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정말 이해할 수 없는 집단공포심 내지 집단최면상태이다), 국회의원들이 움직여왔던 것이 여태까지의 현상이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이 “내가 지금까지 뭔 짓을 해 왔지?”하고 자문하기 시작했고, “이건 아니야” 하면서 “자기 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자기 생각”과 “자기 판단에 의한 행위”는 앞으로 확산될 것이다. 조그마한 바늘구멍 하나를 통해 둑이 무너지듯 그런 틈새가 생겨난 것이 이번 총선의 결과라고 할 것이다. 부산 경남에서도 그런 바람이 불었고, 강고하기만 하던 서울 강남 3구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바람이 불기까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집요한 고집불통에 대한 국민들의 넌더리심리가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어찌 이런 현상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만 있었겠는가? 이번 선거를 통해 호남 유권자들의 회초리는 단호했고, 추상같았다. 정권교체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야당, 내부분열만을 일삼는 야당 더불어민주당에 사정없이 회초리를 들었고, 실제로 사정없이 패버렸다. 한두 대 머리통을 쥐어박거나 종아리에 매질 흉내를 낸 게 아니라 쇠망치 같은 것으로 “처절하고도 잔인할 정도로 매섭게 실신”을 시켜 버릴 정도로 사정없이 때려버린 것이다. 그러면서도 수도권 유권자들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야권 분열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몰아주는 몰표투표”를 하는 지혜와 현명함을 통해 “성숙한 국민의 위대함”을 보여주었다고 할 것이다.
 
일여다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를 그대로 고착화시켜 어부지리를 취하려 한 새누리당의 얕은 수는 그 속을 훤히 꿰뚫어보는 혜안을 가진 국민들에 의해 응징되고 말았다. 그 동안의 실정과 과오, 국민을 업신여기고 국민의 일반의지에 반하는 역사교과서국정화, 테러방지법의 직권상정을 통한 국회통과,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배신적 합의, 경제정책 실정에 따른 비정규직 양산, 청년실업의 증가, 국가채무 증대, 경제성장율 둔화, 메르스 사태로 인한 국민건강 위협, 세월호 사태로 인한 국민안전에 대한 무책임, 개성공단폐쇄로 상징되는 남북긴장관계 고조, 대선공약이었던 복지정책에 대한 후퇴, 누리과정 어린 아이들에 대한 지원, 무상급식 정책 등에 대한 전면적 정책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하겠다.

이번 선거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포용적 국가정책을 수립하면 박근혜 정권은 남은 2년의 임기를 통해 기사회생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오기를 부린다거나 “감히 나에게 이럴 수 있어?” 하는 잘못된 분노를 부린다거나 하면 국가 전체가 위태롭게 되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 겸허한 반성, 그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고 하겠다. 한편 총선에서 승리한 야당도 겸허해져야 한다. 국민의 진정한 소리가 무엇이고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올바로 인식하여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이 서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다툴 것은 다퉈가며 국민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야당의 막중한 책임이 더 커졌다고 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진짜 배신자를 심판해 버린 국민들의 위대함은 참으로 고귀하다고 하겠다.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 국민은 “진짜 한 단계 성숙한 문화국민”이 되었다고 하겠다. 불안한 대한민국, 헬조선이라는 자조어가 난무하는 대한민국이지만, 그래도 이번 선거를 통해 “감추어져있던 희망”을 본다. 희망이여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다오, 위대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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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가캬 힘내세요힘!! 2016-04-17 01:15:54
교수님!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말은 좋지 않아 보이네요.. 좀절제된 언어좀 사용해주시면좋겠고요. 그리고요. .야당사사건건 발목잡는 판에 뭐하나 뜻대로 된게 있냐구요? 뜻대로 해보고 욕먹으면 억울하지도 않죠. 하기사뭐든 국정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책임이죠. 또야당이 의석 많이 얻었다고 국정교과서 캐무시하고 벌써부터 기고만장이던데 새눌도 뭔하나 뜻대로 할수 없지만 야당 다합쳐도 뭐하나 뜻대로 할수 없다는거 잘아시죠. 법률안거부권..칼자루는 아직까지 레이디 각하께서 쥐고 있답니다

도봉산 2016-04-16 21:25:09
진박종박친박들 천박하게 날뛰고 기고만장 하더니 쪽박차고 피박썼으니 이것이야 말로
대박아니고 무엇이 대박일까 일신영달을 위해 날뛰는 간신들 옆에두고 국회[국민]을
호통치며 나를 따르라는 박근혜는 어느나라 대통령인지?

행인1 2016-04-16 08:15:56
오랜만에 속 시원한글 읽었습니다

주예빈 2016-04-16 01:42:41
진짜 간만에 기사다운 기사를 봤습니다. 정말 별 열개도 아깝지 않네요. 특히 마지막 문구 감명받았습니다.

신채호선생님 2016-04-15 17:14:53
이런 좋은글에 별다섯도 모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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