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리포트]충격스러운 부검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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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원리포트]충격스러운 부검 현장
  • 법률저널
  • 승인 2004.04.2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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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검사님과 함께 부검을 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신을 보게 된다는 두려움에 전날 밤새 악몽에 시달렸는지 아침에 일어났더니 너무 피곤했다. 시체를 자르고 장기를 꺼낸다는 그 무시무시함으로 인해 경북대학병원 부검실에 처음 들어서는 순간부터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생각보다 부검실 앞은 분주했다. 시체를 나르는 병상이 오고가고 눈물젖은 유족들이 여기 저기 보이고, 경찰서에서 온 사람들도 왔다갔다 하면서 그곳은 묘한 활기가 넘쳤다.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부검실 문이 열리고 나는 함께 간 검사님의 뒤를 따라 얼떨결에 들어갔다.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시체에서 풍기는 냄새는 역했다. 오래되지 않은 시신인지 포르말린 냄새보다는 인간에게서 풍기는 냄새, 썩는 냄새도 아니고 시체에서만 맡을 수 있는 무엇과도 비교하기 힘든 역한 냄새였다.

냄새의 감상도 잠깐. 눈앞에 펼쳐진 것은 충격적인 모습의 시체...

마치 도축장을 연상케하는 그곳에는 부검베드가 3개가 있고 밀려드는 시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부검의들의 바쁜 발걸음으로 인해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사무적으로 보였다. 녹색 수술복에 마스크를 쓰고 공사장에서나 볼 수 있는 장화를 신은 대,여섯명의 부검의는 너무나 능숙했다. 때로는 칼로, 때로는 가위로, 때로는 집게로, 때로는 톱으로...

시체의 하나하나를 조립장난감 해부하듯이 뜯어내는 그 능숙능란함. 누워있는 그들도 어제까지는 인간이었는데, 이제는 하나의 물건이 되어 수사의 단서로만 존재한다. 그렇게 놀랍도록 능숙한 인간들 사이로 시체가 보인다.

차마 눈을 고정시키기 힘들정도로 낱낱이 부수어진 시체들...

얼굴가죽이 훌러덩 벗기고 날카로운 톱으로 단단한 해골을 쓱싹쓱싹 톱질한 후 날카로운 끌로 그 해골을 건드리면 마치 보물상자가 열리듯 해골이 열리며 쏟아지는 뇌. 언제 떠난 자였는지 그 온기가 전해지는 듯, 따끈한 그것을 도마 위로 들고간 부검의는 대장금의 수랏간 나인처럼 능숙하게 뇌를 썬다.

다른 한팀은 가슴을 맡는다. 날카로운 칼로 가슴을 가르고 장기를 덮고 있는 갈비뼈를 뚝뚝 끊어내고 뚜껑을 열면 각종 장기가 나온다. 위, 간, 심장...그리고 그안에 고여있는 피는 국자로 쓰윽 떠서 밖으로 퍼낸다.

마지막으로 목을 가른 다음에 갑상선 및 기관지를 떼어낸다. 제법 덩어리가 크다. 그렇게 분해가 끝나면 이제 간단한 조립이 시작된다. 세수대야에 모아두었던 장기를 우르르 부어넣고 아까 그 갈비뼈 뚜껑을 덮고 머리가죽을 꿰맴으로서 해부는 마무리 된다. 그 과정, 과정마다 샘플 채취, 사진촬영도 함께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시체가 해부된다. 산자와 죽은자, 단지 죽었다는 것만으로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마치 정육점의 고기처럼 낱낱이 드러내는 살점들, 내장들...

나도 한덩이의 고기이지만 뛰고 있는 심장 덕분에 인간의 삶을 영위하며 산다.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꿈틀거리며 산자가 공존한다는 것.

아... 살아 움직이는 수많은 고기덩어리들이여...우리들의 심장은 무엇을 향해 뛰고 있는가.

/정현숙전문기자·제44회사시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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