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식 공부방법에 대한 일종의 경고”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필기노트를 너무 믿었고 진짜 좋은 책이라 생각했는데 그 믿음을 잃어서 지금 혼란스러워요. 지방직까지 그냥 계속 필기노트만 봐야할지 이제 와서 다른 기본서를 봐야할지 걱정이네요.” “강사가 뭐라하든 기본서+기출풀이가 기본입니다. 필기노트 자체는 괜찮은 요약집이지만 그것을 위주로 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죠.” “수험생의 기본은 어디까지나 기본서입니다. 기본서가 우선입니다.”

지난 9일 실시된 2016년도 국가직 9급 공무원시험에서 이번 한국사 출제경향을 놓고 이처럼 노량진 공무원학원 모 강사의 ‘필기노트’식 공부방법에 대한 수험생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모 강사의 한국사 ‘필기노트’는 방대한 한국사를 체계적이고 집약적으로 요점정리가 된 일종의 요약서로 공무원 수험생들 사이에 인기가 매우 높다. 기본서의 핵심내용 뿐 아니라 강의 내용까지 담고 있어 한국사 수험서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이번 한국사는 기존 출제경향과 달리 한국사 전반에 대한 고른 출제패턴을 보이면서 특정 단원 중심의 학습이 아닌 전반적은 내용과 개념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는지를 묻는 출제경향을 띄었다.

따라서 서브노트나 요약서 형식의 ‘필기노트’에 의존해 공부했던 수험생들은 ‘허 찔렸다’는 분위기다. 필기노트 보다는 기본서를 활용한 수험생들이 상대적으로 고득점할 수 있는 출제경향이었다는 것.

수험생 A(26)씨는 “이번 한국사 출제경향은 최근 수험생들 열의 아홉은 한국사 필기노트로 공부하는 방식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보인다”며 “필기노트만으로는 절대 고득점이 안 나오게끔 문제를 출제한 것 같다”고 평했다.

또 다른 수험생(24) B씨는 “필기노트에서 아예 다루지 않았던 부분이나 익숙하지 않은 개념들이 출제돼 당혹스러웠다”면서 “요약서 중심의 공부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이번에 깨우쳐 준 시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 수험생 카페에도 필기노트식 공부에 대한 비판의 글이 쏟아졌다. “(출제자들이) 일부러 필기노트를 싹싹 피해서 출제했다” “필기노트 달달 외웠는데 특히 문화사랑. ㅋㅋ다 부질없었음.ㅋㅋ” “필기노트 예찬자였는데 이제 어떡하죠?” “한국사는 더 이상 외워서만 될 문제가 아닌 거 같다” 등의 비판 글들이 이어졌다.

수험생들의 요약서 위주 공부방법에 대해 윌비스고시학원의 김윤수 강사는 일찍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는 “학원에서 ‘줄여준다’ ‘찍어준다’는 것도 상업적인 얘기”라며 “매년 신형 문제들이 몇 문제 나온다는 점에서 요약서나 합격자노트를 너무 의지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사 전반에 걸쳐 기본 개념의 정확한 정리를 통한 전체의 흐름과 상호 연관성에 대한 이론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정리해야 고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한국사 출제경향에 대해 아모르이그잼의 오태진 강사도 ‘무 자르듯 암기’하는 공부방법의 폐단이 드러난 시험이라고 평했다.

그는 “요약서 위주로 공부한 경우, 처음 본 사료형 문제나 낯선 지문이 출제되면 당황할 수 있다”며 “한국사 고득점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기본 개념을 정확한 인과 관계를 통해서 ‘진짜’ 한국사를 전달하는 강의 내용을 최대한 머릿속에 떠오르게 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호 강사(아모르이그잼)는 “이번 시험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공무원 시험에서 시대별, 내용별로 문제가 고루 출제되고 있다”며 “어느 한 부분을 전략적으로 보는 것보다는 전 시대에 대한 균형 있는 이해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요약서 중심의 공부를 경계했다.

이상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