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두 개의 길과 공정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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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두 개의 길과 공정한 경쟁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6.04.01 11: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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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두 명의 아이가 있다. 두 아이가 태어난 환경은 사뭇 달랐다. A는 소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A의 부모는 A가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을 모두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줄 수 있었고 A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다. 여행이며 유학이며 다양한 경험도 충분히 쌓을 수 있었다. 

반면에 B의 손에는 흙수저가 쥐어져 있었다. B의 부모는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너무 고단하고 바빠 B에게 신경을 써 줄 겨를이 없었다. 그래도 B는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B는 학비를 벌고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했고 시간을 쪼개고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해도 A와 같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아이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A는 계단을 밟고 올라가듯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할 만한 위치에 올라갔지만 B는 자신의 부모가 살아왔던 고단하고 지난한 삶을 답습하게 됐다. 이는 기자가 언젠가 봤던 짧은 만화 속에 담긴 내용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A는 손에 샴페인 잔을 들고 말한다. “저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 자리에까지 올라왔어요.” 

정말 그런 것일까? A가 열심히 살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경쟁 과정이 공정했다고 할 수 있을까? 

최근 로스쿨의 불공정 입학에 관한 논란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법조인이나 교수 등 유력자의 자녀들이 청탁을 통해 로스쿨에 입학하는 사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또 로스쿨 합격자의 입학 서류에 사회지도층의 자제임을 노골적으로 기재하거나 부모의 이름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배경을 소개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로스쿨 측에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입학전형 관련 자료의 전면적 공개와 같은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불공정과 빈부격차가 극에 달한 사회를 힘겹게 버텨내며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B들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기자의 주변에도 A와 B를 그대로 재현한 것 같은 사례들이 있다. A로 대변할 수 있는 한 친구는 사법시험을 오랫동안 준비하다가 로스쿨로 전향했다. A는 변호사시험을 치르기 전부터 모 로펌에 취업이 내정돼 합격과 동시에 좋은 환경에서 변호사로 일을 할 수 있었다. 

B도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어려운 형편에 학교 고시반에서 받은 장학금을 아껴가며 공부를 하다가 결국은 꿈을 접고 자격증 시험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스스로 생활비를 벌지 않으면 안 되는 형편이었지만 로스쿨에 진학해 전액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고 나이도 적지 않아 로스쿨은 언감생심이었다. B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며 차선의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A도 B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이들 앞에 놓인 길은 너무도 달랐다. 그리고 A와 B가 걸어가는 길은 점점 더 달라지고 있다. A가 가는 길은 점점 고르고 탄탄해진다. A는 자전거를 타다가 자동차로 바꾸고 이제는 비행기도 타는데 B가 가야할 길 위에는 자꾸만 구멍이 뚫리고 큰 바위돌이 굴러들어오기도 하고 느닷없이 절벽이 나타나기도 한다. 수많은 B들의 분노와 절망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로스쿨 측에서는 억울한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어딘가의 미꾸라지가 흐려놓은 흙탕물을 뒤집어 쓴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로스쿨은 억울함을 잠시 뒤로 제쳐두고 보다 적극적인 해명과 개선에 나서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로스쿨을 둘러싼 수많은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B들의 분노와 절망감을 감당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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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2016-04-01 14:39:52
B라고 말씀드리기 부끄럽지만. 정말 저는 B입니다. 이제 사시존치 문제를 떠나 전 다른 길을 택해서 잘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말고도 많은 B들이 있겠지요. 그들을 위해서라도, 접어버린 제 꿈을 위해서라도. 옳바른 결정이 내려지길 기도합니다.

하하 2016-04-01 12:26:53
Good

공감요 2016-04-01 11:50:41
정말 좋은 글입니다. A 입장의 사람들이 머리로라도 B들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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