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목관심서(牧官心書)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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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목관심서(牧官心書)가 절실하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03.25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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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오늘날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두어들이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부양할 바는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백성들은 여위고 곤궁하고 병까지 들어 진구렁 속에 줄을 이어 그득한데도, 그들을 다스리는 자는 바야흐로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에 자기만 살찌고 있으니 슬프지 아니한가!” 19세기 초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牧民心書) 서문의 한 구절이다. 당대의 부패한 관료사회와 백성들의 팍팍한 삶을 통해 수령의 본분이 무엇인가를 직시하고 백성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를 깊은 통찰력으로 엮어낸 책이다.

그런데 100년이 지난 지금도 국민의 삶은 매 다를 바 없고 관료사회도 변한 것이 한 개도 없어 보여 이 책이 시사하는 의미는 현재진행형이라고 해도 반박할 이는 없어 보인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관료사회의 부정, 부패, 비위, 탈법, 편법, 심지어 불법행위까지. 그 수단과 방법도 기상천외하게 발전하는 모습이다. TV, 라디오, 인터넷 등 전파를 타고 날라드는 공직자들의 비리 소식은 국민들의 삶을 주눅들게 한다. 

수십조의 부채에도 직원들에게는 복지카드를 남발하는 공공기관들. 관용차량을 골프장이나 휴가에 이용하는 군 장성들과 총탄이 뚫리는 방탄복을 지급하고 복지예산의 95%를 간부들의 몫으로 돌리는 군 조직. 고위공무원이 납신다며 지하철 노약자·장애인 승강기를 가로막는가 하면 그리 바쁠 이유도 없는데도 전용차량을 열차 승강대로 들이는 기막힌 현실.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한 자녀 부정입시 의혹 소식도 들려온다.

심지어 흡연은 질병이라며 국민세금을 금연홍보에 펑펑 쓰고 뒤로는 어떻게든 담배 수익을 더 올리려는 위정자들의 이중성. 바야흐로 총선을 앞 둔 시점, 고액의 세비는 쌈짓돈 삼고 정작 당선에만 혈안이 된 정치인들.

단 1원도 내가 벌어 내가 써야 하는 일반 국민들에겐 언감생심의 일들이, 너무나도 만연한 모습에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이를 인식해서인지, 최근엔 정부도 공직개혁을 외치고 있다. 다만, 늘 논의만 할 뿐이며 지엽적인 구멍 때우기에 머물다가 정권이 바뀌면 또 다시 반복만 한다.

어떻게 하면 보다 유능하고 국가관이 투철한 공무원을 뽑을 수 있을까 라며 정부, 지자체 인사담당자들은 늘 고민한다고 한다. 그래서 공무원 선발제도도 수시로 바뀐다. 미래 공무원을 꿈꾸는 전국의 수십만 수험생들은 이에 순응하느라 애만 태운다. 

이럴 때면 기자는 먼 과거의 병영생활을 떠 올리곤 한다. 하라면 하고 까면 까이고 동네북과도 같았던 사병생활이,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 작은 실수라도 하면 군기강을 이유로 힘겨운 집단벌칙을 받아야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간부들의 비위, 실수 등은 소리소문 없이 지나가곤 했다는 것이다. 소위 군기강의 대상은 늘 약자인 사병들이었다는 점이다.

정약용이 이 시대에 산다면 뭐라고 할까. 국민의 입장에서 관리들을 어떻게 계몽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관심서(牧官心書)를 쓸지도 모를 일이다. 세월이 바뀌고 시대는 진화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변함이 없어서 일까.

아무리 인재선발제도를 혁신시킨다 한들, 공직 내부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변화는 요원할 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직 공무원들도 저런데 뭐...”라며 공무원을 꿈꾸는 수험생들도 공직관 준비를 가벼이 여기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다. 

헌법을 도입하고 PSAT를 개선하고 면접기법을 개발하는 등 공무원 선발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그 이전에 올바른 공직관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공직 규제와 시스템 개발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의 인재양성보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의 보편적 인재관리의 이치가 이 시대에도 예외가 아님을 상기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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