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춘 변호사의 값진 실패, 소중한 발견(1)-부모의 잘못된 고정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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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 변호사의 값진 실패, 소중한 발견(1)-부모의 잘못된 고정관념
  • 고성춘
  • 승인 2016.03.22 14: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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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잘못된 고정관념
-영어하나만이라도 건지겠다는 생각-

1994년 이후로 뉴질랜드에 여러 번 다녀올 때마다 어린 한국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가족전체가 이민 온 경우도 있었지만 학생 홀로 홈 스테이(Homestay) 하는 경우도 있었고, 아버지는 한국에 있고 어머니만 따라 온 경우도 있었다. 경쟁에 지쳐있던 나에게는 “어디를 가도 경쟁이구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머니들의 극성스러움을 대할 때마다 “만일 그분들이 공부를 질리도록 해 본 경험이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져 보곤 했다.

홈스테이를 하는 어느 학생이 말하기를 “부모님이 와 있으면 주인아줌마가 잘해주고 안계시면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킨다”고 하였다. 어린 나이에 혼자 몸으로 객지생활을 한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기특해 보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위험해 보였다. 공부하면서 가슴 깊게 느낀 것 중의 하나가 “만일 내가 자취나 하숙을 안 하고 어머니와 같이 생활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분명 합격을 빨리 했을 것이다. 같이 공부했던 주위 고시생들만 보더라도 그것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수험생은 책만 보고 공부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안정이 절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이 그렇게 되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수험생보고 그런 환경을 만들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수험생 옆에 어머니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중 어느 쪽이 수험생을 더 안정시킬까. 결론은 뚜렷할 것이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혼자 객지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은 공부 외의 딴 길로 접어들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부모 입장에선 “내 자식만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라고 믿고 싶겠지만 부모보다는 친구와 어울리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어떤 친구들과 어울리느냐에 따라 부모의 믿음에 배신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오직하면 럭비공과 자식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하겠는가.

이국땅에서 언어의 벽, 인종차별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향수병이 짙어갈 때 이를 악물고 공부에 더 매달려서 이런 모든 것을 극복해보려는 학생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방향감각을 한번 상실하기 시작하면 이성, 술, 담배는 물론 마약에도 손을 댈 수 있다. 외국은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영어로 그 곳 아이들과 경쟁하느라 겪는 고통과 압박감은 얼마나 크겠는가.

그런데 이렇게 낮선 땅에 이민을 보내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부모의 입장에선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그 곳 백인 사회에 진입하여 성공하는 것이 최선의 바람이겠지만 그럴 정도 능력이면 우리 사회에서도 한자리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아이를 다시 한국으로 귀국시켜 영어로 한 몫 하게 하겠다는 것인가. 과거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이제는 영어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 은행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토익 900점이 넘으면서도 떨어지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고 한다. 단지 면접 볼 수 있는 자격정도에 불과했다.

둘째, 외국에서 자란 학생들이 한국의 문화 특히 조직문화에 적응하기가 쉬울까. 힘들 것이다. 더군다나 영어 하나만 잘하고 빈약한 전공실력이라면 한국에서도 생존하기가 어렵다.

셋째, 그들은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므로 다시 또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 일상 생활하기는 불편함이 없을지라도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 어둡거나 한국적 정서를 겪어보지 않았다면 한국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모 다국적기업 인사담당은 “외국기업이지만 한국 사람을 상대로 영업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말을 제대로 못하면 채용되기 어렵다” 며 “유학파이기 때문에 자동 취직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한국특유의 문화적 폐쇄성과 인맥중심의 풍토 때문에 그런 것이 없는 조기유학파나 이민2세들은 취직하는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요즈음 국내 각 대학의 국제대학원이나 특수 대학원을 중심으로 “한국화” 교육을 다시 받는 역유학이 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한 번은 사업하시는 분이 찾아 오셨다. 아들과 부인은 모두 미국시민권자인데 본인만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아들이 모 대학교 특례입학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나보고 어떻게 아는 사람을 통해서 해 줄 수 없느냐고 부탁하였다. 황당하였지만 호기심에 “왜 남들은 돈을 들여 외국으로 유학을 가려고 하는데 미국에 있는 애를 굳이 한국에서 교육시키려고 합니까.”라고 물어보았다. 그 분 하시는 말씀이 “한국에서 학교를 나와야 인맥이 형성되지 않습니까. 한국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라고 하였다. 며칠 후 『부정특례 입학자 적발』이라는 뉴스가 흘러 나왔다.

아이슈타인은 영어를 잘 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의 발음은 학생이 듣기가 무척 힘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어느 누가 그를 영어 못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경쟁이란 다른 사람과 대체성이 많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남들도 다가는 학과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을 정도의 전공지식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유학을 가야 하는 것이지 영어하나만이라도 건지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는 자식의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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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남 2016-03-24 13:19:10
지당하신 말씀입니다.한국의 교육정책이 빨리 정상적인 괘도로 들어오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본 한국 교육은 심각합니다.좋은 말씀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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