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양성제도에 관한 높은 관심 드러나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사법시험 존치 여부를 주제로 고려대와 연세대의 토론 동아리 학생들이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고려대 고란도란과 연세대 YDT는 지난 17일 고려대 신법학관에서 ‘사법시험 존치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토론시합을 가졌다. 성신여대, 한양대, 경희대 등 한국대학토론연합 소속 학생들도 자리해 시합의 열기를 더했다.
임의추첨을 통해 고려대 고란도란이 사법시험 존치 반대의 입장에서, 연세대 YDT 찬성의 입장에서 논의를 전개했다.
시합은 국회의장배 룰에 따라 진행됐다. 먼저 각 팀에서 3분간의 기조발언을 하고 기조발언자를 상대로 질문을 하는 1차 교차조사가 3분간 이뤄졌다. 이어 각 8분씩의 자유토론을 진행한 후 2분간의 숙의 시간을 갖고 상대 토론자를 지정해 질문을 던지는 2차 교차조사가 진행됐다. 다음으로 다시 각 8분의 자유토론을 한 후 마지막으로 2분씩의 마무리 발언을 했다.
사법시험이 존치돼야 한다는 입장의 YDT는 로스쿨의 문제점을 강조하고 사법시험의 장점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법시험의 영구적 존치와 로스쿨의 점진적 폐지를 주장했다. 이들은 상고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며 공부를 하다 사법시험을 통해 법조인의 꿈을 이룬 양선화 변호사의 사례를 제시하며 로스쿨이 갖고 있는 절차적, 비용적 진입장벽이 서민들의 계층 이동을 막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대 입장에 선 고란도란은 사법시험이 로스쿨의 단점을 해결할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점과 법적안정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사법시험 자체가 법조계 카르텔, 전관예우 등 다양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사법시험 존치론자들이 주장하는 형식적 기회의 평등 보다 특별전형 장학금 및 대출 등이 허용되는 로스쿨이 실질적 평등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로스쿨 도입과 사법시험 폐지를 정한지 10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를 뒤집는 것은 법적안정성과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의견도 나타냈다.
이에 대해 YDT는 법조계 카르텔과 전관예우 등은 사법시험의 문제가 아닌 법조계의 문제이며 로스쿨이 기수와 대학 이기주의의 결합으로 더 공고한 카르텔을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로 맞섰다. 장학금 혜택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점, 대출까지 받아 공부했는데 변호사시험에 탈락하는 경우의 변시낭인이 사시낭인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 사법시험 존치나 예비시험 등에 관해 차후 논의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점에서 신뢰성의 훼손이 크지 않다는 점 등도 반박의 근거로 사용했다.
이와 함께 로스쿨의 3년이라는 교육기간은 법조인의 전문성을 담보하기에 부족하고 로스쿨의 장점이라고 제시되는 다양성도 부족하다고 공격했다.
고란도란은 판례며 법조문을 달달 암기해서 치르는 시험 하나로 법조인을 선발하는 사법시험 보다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법조인의 자질이 있는 이들을 선발해 양질의 교육으로 키워내는 로스쿨이 글로벌 시대에 부응하는 전문성 있는 법조인 양성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비용적 측면의 부담에 관해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선별적 복지가 적절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오히려 사법시험의 경우 단순히 연간 소요 비용은 로스쿨 보다 적을 수 있지만 합격을 장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더 큰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법시험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YDT는 로스쿨 선발과정의 불투명성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선발기준의 제시만으로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다수의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법률소비자들이 신뢰하고 원하는 사법시험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찬성과 반대의 입장은 임의추첨을 통해 정해져 학생들 개인의 생각을 듣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사법시험 존치 여부를 주제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법조인 양성제도에 관한 학부생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토론시합이 종료된 후 가진 질의 응답 자리 등을 통해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나 로스쿨 진학 계획 등을 밝히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 날 토론 및 질의응답 등을 통해서 학생들은 법조인 양성제도를 두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드러냈다. 로스쿨 진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이 사법시험이 존치되는 경우의 불이익을 걱정하거나 사법시험을 준비하려고 해도 존치되지 못할 경우를 생각하면 섣불리 도전할 수 없다는 것.
사회와 문화, 정치 등 다방면에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타인의 의견을 듣는 열정을 가진 학생들이 맘껏 꿈을 펼치기 위해라도 법조인 양성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조속히 마무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