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상태바
[기자의 눈]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6.03.18 1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아주 오래 전에 ‘블레이드 러너’라는 영화를 봤다. 원작은 마이너리티 리포트로도 유명한 SF 작가 필립 K 딕의 ‘인조인간은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이다. 

블레이드 러너는 개봉 당시에는 그다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해 저주 받은 걸작으로 꼽히기도 한다. 덕분에 기자가 이 작품을 접했을 당시만 해도 비디오로도 책으로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기자는 비디오와 책 모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영화와 책은 내용이 제법 다르지만 둘 다 멋진 작품으로 비교해 보면서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영화는 아무래도 상업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주인공인 데커드과 레이첼 사이의 미묘한 애정이나 데커드와 인조인간들이 대립하면서 만들어지는 액션신에 중심이 기우는 면이 있는 반면 책은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좀 더 치중하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는 데커드를 위기로 몰아넣은 인조인간이 오히려 그를 구하고 나서 남긴 대사가 특히 유명하다. “난 네가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들을 봤어. 오리온 행성에서 불꽃에 휩싸인 우주선을, 탠 하우저 관문에서는 어둠 속에 번뜩이는 C광선을 봤지. 하지만 이 모든 기억들은 사라질 거야. 빗속에 흐르는 내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세부적인 부분에서 다소 부정확할 수 있다).” 

자신의 연인을 죽이고 자신마저 죽이려고 하는 주인공에 대한 용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감성, 사랑과 슬픔, 분노와 같은 감정을 갖고 있는 그를 보면서 기자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을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하고 특별한 존재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인간을 그런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이성일까. 아니면 감정이나 자유의지일까? 

최근에 세기의 대결로 온 나라가 후끈 달아올랐다. 인간 대 인공지능의 대결,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초반에는 이세돌이 가볍게 알파고를 제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세돌이 3연패에 빠지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도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인간이 가장 우수한 존재라는 믿음이 무너지는 기분에 울적해 하는 이들도 있었고 영화에서 봤던 것과 같이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이 주인인 세상이 위협 받을 날이 올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실 기자도 이세돌의 3연패를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기자의 경우 인간의 패배가 아니라 이세돌이라는 기사의 패배에 마음이 아팠다는 점에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비록 ‘반상 위에 집을 짓고 그 집을 늘려가는 것’이라는 게 바둑에 대한 지식 전부인 ‘바알못’이지만 이세돌이라는 기사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진 일화들을 들어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질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어찌 보면 교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 받고 있는 최근에도 알파고와의 일전을 앞두고 넘치는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내리 3번을 지는 충격을 겪었다. 일반적으로는 자신감이 큰 사람일수록 실패를 겪었을 때의 좌절감도 크다. 이세돌에 앞서 알파고와 겨루고 5번을 모두 진 판후이 2단도 연이은 패배에 자포자기했던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세돌은 달랐다. 끊임없는 투지와 노력으로 알파고에게 1승을 얻어낸 것.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감격적인 첫 승 후에도 즉시 복기에 들어가며 자신이 실수한 수를 두고 아쉬워하고 더 나은 수를 찾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인간이 가장 우수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것은 그저 교만이고 착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려는 노력과 투지, 더 나아지려는 의지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이 순간,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많은 수험생들에게 이세돌을 향해 보냈던 것 만큼 커다란 응원을 전하고 싶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