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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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23)
  • 문덕윤
  • 승인 2016.03.1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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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
베리타스 PSAT 언어논리 전임
 

시험이 끝나고 나서 카톡으로 메일로 학생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학생과의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칼럼을 구성했습니다. 이 학생의 고민은 다른 친구들에게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힘냅시다. 잘 되는 날은 잘 되는 대로, 안 되는 날은 안 되는 대로 내 인생입니다.

 

[제목 : 언어논리 성적으로 상담 받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3번째 PSAT를 응시한 재경직 수험생입니다.

제가 초시인 2014년에는 언어를 90점 정도 맞아서 평균 81.66으로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실전에서만 언어 점수가 너무 안 나오고 있어서 걱정이 되네요. 작년에는 70, 올해에는 행시 75 입시 67.5를 받았습니다. 모의고사를 풀 때에는 대체로 85~90점 정도가 나왔는데 실전에서만 자꾸 점수가 안 나오니 답답하네요. 자료와 상황은 어느 정도 고득점은 하는 편인데 언어 때문에 이번에도 1차는 못 붙을 것 같아 보입니다.

작년에는 언어 시간에 제시문이 너무 어려웠고 심리적으로도 많이 위축되어 점수가 나쁘게 나온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독해력 향상 쪽으로 방향을 잡아 제시문 분석 위주로 공부를 했습니다만 제시문은 잘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답이라고 생각한 선택지가 함정에 걸린 게 많아서 잘 못 본 것 같습니다. 그저께 본 입시는 시간이 굉장히 부족해서 5개 정도 찍었는데, 푼 문제 중에서도 정답률이 낮아서 저득점을 한 것 같습니다. 평소에 모의고사를 풀 때에는 논리퀴즈에 강점이 있어 이런 유형 문제는 대부분 맞는데, 이번 입시는 특히나 시간이 아주 모자라서 퀴즈문제를 손댈 시간이 없어서 잘 못본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공부를 하는게 언어논리영역 안정적은 고득점이 가능할까요?

이제 나이도 꽤 있는 편이라 PSAT 때문에 조바심이 많이 들기 시작하네요.

물론 필요하다면 선생님 강의를 들을 계획도 있습니다.

답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 : 언어논리 성적으로 상담 받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문덕윤입니다.

보내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쭉 읽어가면서 저도 참 안타깝고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첫해에 시험을 잘 보셨던 경험이 있었던지라, PSAT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이 학생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것 같습니다. 올해 시험이 끝나고 나서 착잡하신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현명하게 잘 구성되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올해는 시험이 끝나고 나서 학생들에게 카톡이나 메일로 고민 상담을 참 많이 받습니다. 이번 주에는 거의 매일 메일을 쓰고 있네요. 원래 시험이라는 게 잘 본 사람과 못 본 사람이 늘 함께 나옵니다. 게다가 절대평가가 아닌 배수 선발이기 때문에 시험이 쉽게 나왔을 때, 동반 상승폭이 그리 크지 못했던 사람들은 절망하게 됩니다. 학생의 경우에는 다른 영역에서 고득점이 되는 상황인지라 더욱 답답함이 클 것 같습니다. 자, 그러면 왜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지 가만히 생각을 좀 해볼까요?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이라는 세 과목에서 언어논리가 다른 과목과 구별되는 차이가 무엇일까요. 모두 문제에 주어진 정보를 논리적인 방식으로 처리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만, 언어논리는 사람의 말로 구성된 “지문”의 비중이 큽니다. 자료해석의 텍스트나 상황판단의 퍼즐은 주어진 상황을 객관적으로 읽어나가는 것이 쉬운 반면, 언어논리는 “사람의 관점과 의도”가 정해진 텍스트가 분석 대상으로 나오기 때문에 우리가 텍스트의 주관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지문에서 정해놓은 방향대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문제를 풀고 있는 이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기 주관이 있게 마련입니다. 게다가 글쓴이와 독자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지문을 이해하면서 은연중에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문장을 해석할 경우 선택지에서 함정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특히 시험장에서는 평소보다 긴장하기 때문에 평소 수준의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잘 안 되게 마련입니다. 학생께서 평소에 모의고사를 볼 때와는 달리 실전에서 유독 점수가 떨어진다는 것은 심리적 요인 때문에 ‘경청’의 자세가 흐트러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분명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은연중에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제가 문제를 하나 제시해 보겠습니다. 같이 풀어보면서 선택지를 처리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실수에 대해 분석해 봅시다.

[문제] 다음 글을 바탕으로 한 추론으로 옳은 것은?

인격권은 권리자와 분리할 수 없는 인격에 관한 권리로서 성명권, 초상권, 명예권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보도 목적 또는 사적으로 유명인의 성명이나 초상을 이용하는 경우에 인격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유명인의 성명이나 초상의 이용은 표현 자유권 내지 알 권리와 관련하여 어느 수준까지는 허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하여 유명인의 성명이나 초상을 이용해서 상품을 선전하거나 혹은 상품에 부착하여 판매하는 경우까지도 보도 목적이나 사적인 이용과 동일하게 다룰 수는 없다. 유명인의 성명, 초상, 기타 주체성을 표시하는 상징이 상품에 부착되거나 서비스업에 이용되면 상품 판매와 영업 활동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유명인의 성명이나 초상을 무단으로 이용할 경우, 인격권 침해 여부와는 별개로 해당 유명인의 성명, 초상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이익이 침해된다. 그러므로 유명인의 성명, 초상, 기타 주체성을 표시하는 상징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금전적 가치를 권리로서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권리를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이라 한다. 다시 말해 퍼블리시티권은 성명이나 초상 그 자체가 아니라 성명이나 초상이 가지고 있는 재산권적 측면을 보호하고자 한다. 이 점에서 퍼블리시티권은 인격권과 대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미국으로부터 퍼블리시티권이 소개된 이후 이에 관한 많은 논문들이 발표되었고, 그 정당성을 긍정하는 판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성문법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의 근거가 되는 명문의 법 규정이 없기 때문에 그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우선 퍼블리시티권의 인정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자연적 재산권 이론에 근거하여, 인간이 자기의 성명이나 초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명문의 규정 여부를 불문하고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찬성론자들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면 개인들이 자기의 성명이나 초상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므로 사회 전체적으로도 유익하다고 한다. 이외에 퍼블리시티권의 보호는 성명이나 초상의 무단 이용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권리자와 이용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소비자의 오해 가능성을 없앨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반대하는 쪽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의 주체가 유명인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퍼블리시티권은 우연히 유명성을 얻은 자에 대해 지나친 보호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더 나아가 반대론자들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초상권이나 성명권과 같은 인격권의 영역에서 관련된 갈등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새로운 권리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퍼블리시티권의 인정이 궁극적으로는 헌법상의 표현 자유권에 대한 억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반대 논거로 제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찬반의 논란 속에서도, 개인의 성명이나 초상을 통해 쌓아 온 명성으로 재산적 이익을 추구할 권리를 퍼블리시티권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권리자가 재산권으로서의 퍼블리시티권을 타인에게 자유롭게 양도하거나 상속하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퍼블리시티권 역시 인격권과 동일하게 인격을 상징하는 성명이나 초상을 보호 대상으로 하며, 성명이나 초상의 이용을 권리 주체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여타의 재산권과 동일하게 취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은 퍼블리시티권의 혼합적 성격에서 비롯된 것인바,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입법을 통해 극복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①퍼블리시티권은 생존 중에 성명, 초상 등이 경제적 이익을 발생시킨 경우에만 사후에도 존속되는 권리이다.

②신문사는 사기업이기 때문에 유명인의 초상이나 성명을 무단으로 신문에 게재하면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이 된다.

③유명인의 성명, 초상이 잠재적인 경제적 가치를 지니면, 실제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퍼블리시티권의 보호 대상이 된다.

④퍼블리시티권은 양도, 상속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인격권적 성격을, 주체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재산권적 성격을 지닌다.

⑤우리나라에서는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재산권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확대하여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고 있다.

이 문제의 정답은 ③번입니다. 그런데 꽤 많은 학생들이 ⑤번을 선택합니다.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읽어 봤던 것 같은 기억” 때문에 그렇습니다. ③번에서 “잠재적인 경제적 가치를 지니면 실제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부분이 시각적으로 낯설어서 그렇습니다. ‘어, 저런 말이 나온 적이 있었나?’하는 반응이 반사적으로 나오는 겁니다. 반면에 ⑤번을 읽으면서는 2문단의 “자연적 재산권 이론에 근거하여, 인간이 자기의 성명이나 초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명문의 규정 여부를 불문하고 인정되어야 한다”는 구절이 눈에 들어옵니다. ‘왔구나, 이거다.’합니다. ⑤번이 정답. 이렇게 함정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읽어 봤던 것 같은 기억”이 과연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건 그냥 정보의 존재에 대한 감각입니다. 감각적으로 친숙하다는 일차적 반응이 선택지가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믿음을 형성하는 절대적인 단서가 된 겁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갖추어야 하는 시각이 어떤 것인지 살펴봅시다. 다시 ⑤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선택지를 잘 봅시다. “우리나라에서는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재산권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확대하여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고 있다.”는 문장은 사실판단일까요. 가치판단일까요. 사실판단입니다. 우리나라가 현재 이렇게 하고 있다는 현상을 전달한 것입니다. 그럼 지문에서 단서라고 생각했던 그 문장으로 돌아가 봅시다. “자연적 재산권 이론에 근거하여, 인간이 자기의 성명이나 초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명문의 규정 여부를 불문하고 인정되어야 한다”는 사실판단일까요. 가치판단일까요. 주장이죠? 가치판단입니다. 그럼 이 주장은 누구의 생각일까요. 퍼블리시티권의 도입을 찬성하는 쪽의 입장입니다. 이건 찬성 측의 의견일 뿐이지 우리나라가 실제로 재산권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확대하여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고 있다는 장담을 할 수 없는 겁니다.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던 것 같았던 ③번의 “잠재적인 경제적 가치를 지니면 실제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부분을 다시 생각해 봅시다. 이 말은 잠재적인 가치이든 실제적인 가치이든 상관없이 유명인의 성명과 초상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보호 법익으로 인정하겠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실제로 광고를 찍음으로써 현재 유명인이 자신의 성명과 초상으로 돈을 벌고 있는지는 요건으로 삼지 않는 것입니다. 지문을 보시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요건으로는 유명인의 성명과 초상이라는 부분만 언급되어 있고, 잠재성-실제성은 요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1문단의 “따라서 유명인의 성명이나 초상을 무단으로 이용할 경우, 인격권 침해 여부와는 별개로 해당 유명인의 성명, 초상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이익이 침해된다. 그러므로 유명인의 성명, 초상, 기타 주체성을 표시하는 상징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금전적 가치를 권리로서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권리를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이라 한다. ”부분을 독해하시면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따라서 ③번이 정답입니다.

자, 이제 선택지에서 정확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경청은 지문 분석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논리대로 이해를 하는 것은 선택지 단계까지 일관성 있게 이어져야 합니다. 학생께서 보강하실 부분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마음이 급해지면 글쓴이 관점이 날아가고 내 관점에서 일치-불일치 판단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언어논리는 다른 영역과 달리 관점이 영향을 미치는 분야라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던 것 같습니다. 논리게임 파트의 문제에 대해서는 강점이 있다는 것은, 문항에 관점이 걸려 있지 않을 때의 정보 처리는 상당히 능숙하게 진행된다는 뜻이거든요. 따라서 올해는 논증 파트에서 상대방의 관점을 잘 관찰해서 “그쪽으로 시각대로” 일관성 있는 판단을 하는 훈련을 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강의에서 구조독해를 가르치는 것도 바로 이런 문제의식을 독해 훈련의 방식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시험이라는 관문이 삼 년째 시행착오로 이어진다는 것은 학생에게는 정말 견디기 힘든 시련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좋은 경험에서는 좋지 않은 경험에서든 계속 배웁니다.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용기를 잃지 마시고, 일관성 있는 방식으로 훈련을 하면서 시간을 누적시켜 봅시다. 기본 실력이 부족한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언어논리를 대하는 방법에 전환이 이루어지고 이를 몸에 붙이시기만 하면 내년에는 고득점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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