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지난달 27일 제58회 사법시험 제1차시험이 치러졌고 이 번 시험 응시자들의 번뇌는 깊어만 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다수가 사법시험에만 전력투구한 외줄타기 청춘들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 시험에 응시한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그 결과를 기다리는 심정은 피를 말리는 고통이다. 진인사대천명이 인지상정이라고 하지만 하루하루가 조바심의 연속이다.
한 때, 함께 공부하던 많은 이들이 로스쿨에 진학했고 그 중 또 많은 이들이 이미 법조인이 됐을 것이지만 이를 부러워만 할 수도 없는 것이 이들의 속내 일 터. 이유야 어떻든, 이젠 결과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럼과 동시에 만약을 대비한 또 다른 진로선택도 다짐해야 한다.
지난해 하순부터 이들로부터 받는 질문 모두가 ‘사법시험 존치될까요...’라는 곤란한 내용이었다. 이번 시험 직후부터는 더 많은 질문을 받고 있다.
가채점 후 제법 만족할만한 성적을 확인한 이들은 앞뒤 돌아볼 여유 없이 오는 6월 치러지는 제2차시험을 위해 4개월간의 혹독한 인내의 과정에 돌입한 모습이다. 반면 예상되는 합격권 주변의 성적을 얻은 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소위 ‘멘붕’을 호소한다. 예년처럼 곧바로 2차시험 준비에 들어가기에는 자칫 투자대비 무용의 결과(1차 탈락)를 우려해서다. 그럼에도 끝까지 올인해 볼 요량으로 문고리를 잠근 채 2차 서적들과의 싸움에 들어간 이들도 일부 목격된다.
가채점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얻은 이들은 하루하루가 더 곤혹스럽다. 현재 사법시험 존치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법조인양성제도 자문위원회(사법시험 협의체)’의 논의가 오리무중이라는 현실이 이들의 좌불안석을 더욱 옥죈다. 최근 수일간 신림동 고시촌에 만나는 사시생들은 ‘사시 존치 기대해도 될까요?’라며 기자를 한층 곤란스럽게 한다.
그래서 하는 말이 “법조인이 꼭 되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한다. 기자 역시 달리 조언을 해 줄 방도가 없어서다. 그러나 냉철히 따져도 이게 답인 듯싶다. 법학적성시험도 서둘러 준비하고 토익 점수도 좀 더 높일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 치 앞도 결과를 전망하기 어려운, 정치권만을 바라보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영어를 좀 더 준비한다고 해서 손해 볼 것도 아니다. 일반 취업을 하든, 다른 자격시험 등을 준비하든, 공무원시험에 응시하든, 영어는 필수불가결이다. 법학적성시험에 투자하는 것도 이득이 크다. 사법시험 존치 희망이 무산될 경우, 로스쿨 진학 준비 기간을 수개월을 아낄 수 있고 혹여 5급공채로 전환하더라도 공직적격성평가시험(PSAT)과 유사성이 높은 법학적성시험을 접해볼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방황하는 사법시험 준비생들은 일종의 ‘보험’이 필요하다. 사법시험 존치 가능성에 지나친 기대도 금물이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진로를 두고 크게 주눅도 들지 말아야 한다. 단지 현실에, 주어진 지금의 순간순간에서 현명한 선택과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최상이다. 로스쿨이 아니면 법률관련 자격시험에, 또는 각종 공무원시험에, 아니면 선택의 폭을 넓혀 일반 취업을 고심하면 된다.
그런 과정에, 사법시험 존치, 예비시험 도입, 로스쿨 문호 확대 등과 같은 법조진입권에 입구가 트이면 되돌아 설 수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 ‘절대 인생을 방기하진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어떻게 되겠지’ 하는 자기합리화는 결단코 안 된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하지’라는 자기성찰과 냉정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그래서 여러 변수에 대비한,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둔 폭넓은 생각과 선택, 그리고 실천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