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귀향과 동주, 필리버스터와 테러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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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귀향과 동주, 필리버스터와 테러방지법
  • 오시영
  • 승인 2016.03.04 12: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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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 / 변호사 / 시인

박근혜 대통령은 혼이 극히 정상이다. 대한민국 정상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과 결혼하여 오늘도 불철주야 국가의 안보와 경제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민국의 안위를 염려하다 보니 자다가 벌떡 일어날 정도로 근심걱정이 많다. 북한 김정은 괴뢰도당이 금방이라도 쳐들어올지 모른다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세계 경제에 뒤쳐질지 모른다는 공포심으로 밤잠을 설치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염려하고 있는 것처럼 북한은 미사일 실험을 계속 해대고, 대외 수출은 십 몇 개월 동안 계속하여 뒷걸음질을 치고, 지난달에는 두 자리 숫자로 수출액이 감소할 정도로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으니 진짜로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염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염려하였으면 치유책을 내놓고 개선방안을 모색하여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염려대로 현실이 되고 있으니 고 놈의 염려가 참으로 염려스럽다. 더군다나 이제 불과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4ㆍ13 총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불안하고, 또 불안해하고 있다. 대통령의 불안감이 너무 커 걱정이다. 대통령께서 아주 평안하게 대한민국이 평화롭고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어야 할 것인데, 그렇지 못하니 참으로 염려스럽다. 대통령이 염려증으로 밤잠을 설치니 국민들도 덩달아 불안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귀향”과 “동주”가 영화가를 강타하고 있다. 처음에는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해 상영조차 불투명했던 영화 귀향이 연일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관객이 몰리고 있다. 20여만 명이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238명만이 살아 돌아왔다는 슬픈 현실이, 일본군의 성노리개가 되어야 했던 우리 대한의 젊은 처자들의 울부짖음이 귀청을 때린다. 혼만이라도, 넋이라도 고향으로 돌아오기를 갈망하며 작명하였다는 “鬼鄕”의 애절함이 뇌리를 때리고 가슴을 때린다. 우리 민초들이 그렇게 고통 중에, 눈물 속에 살 동안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은 떵떵거리며 배부르게 잘 살았다. 그들에게 귀향 속의 어린 처녀 영희나 정민이는 자신들의 이속을 챙기는 도구에 불구했고, 소모품에 불과했다. 황국신민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전쟁터의 총알받이가 되고, 일본군의 성노리개가 되라며 우리 대한의 청춘들을 개 끌듯이 끌고 가 인간 이하의 대접을 하였다. 그리고 조국이 광복되자 언제 친일반민족행위자였느냐며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또 다시 애국자인 양 대한민국의 지배계층으로 흡수되어 녹아내렸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반민족행위자들에 대한 인명사전을 서울 중고등학교에 비치 구입토록 하여 학생들이 이 책을 통해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누구인지를 배우도록 한 것에 대해 일부 학교장들이 반발하며 배정해 준 예산을 반납하겠다며 책 구입을 거부하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이러한 도서 구입을 편향적이라며 직권남용으로 고소하겠다고 하고 있다. 참으로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들의 조상 중에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감추려고, 노출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면서 그들 역시 그들 조상을 닮아 속죄하거나 회개하려 하지 않고 역시 부끄러운 일을 자행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저항세력의 강고함은 귀향 속 일본군처럼, 친일반민족행위자처럼 뻔뻔스럽다.  

귀향의 OST “나비” 역시 일품이다. “아기 나비는 따뜻한 봄날, 들판 꽃밭을 엄마만 따라 다녀요, 비가 와도 엄마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이 드네요, 그러던 어느 날 엄마도 막지 못하는, 거센 바람이 불어, 바람에 휩싸여 떠돌아다니는, 애처러운 아기나비, 아기나비는 밤마다 꿈꾸네, 엄마 품속에 잠드는, 행복한 꿈을, 아기 나비는 울지도 않네, 지치고 지쳐서 울지도 않네, 얼마나 울었을까, 얼마나 찾았을까, 얼마나 불렀을까, 엄마 엄마 우리엄마, 엄마 엄마 우리엄마, 엄마 엄마 우리엄마, 엄마 엄마 우리엄마......” 어린 정신대 소녀들을 어느 누구에게도 저항할 수 없는 나비로 상징한 OST가 처연하게 다가온다. 아주 쉬운 가사, 아주 평이한 노랫말이 심금을 울리는 것은 그 속에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아픔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숙자 시인은 “나비예찬”을 통해 “앙드레 지드는 전원교향곡에서 나비를 일러 ‘날으는 꽃’이라고 했다. 나비의 아름다움은 그 정신에 있다고 하겠다. 날개를 얻기까지의 인내가 그렇고, 겸손이 그러하다. 나비는 날개를 얻었을지라도 창공을 원하지 않으므로 허욕이 없다. 벌레였을 적에 기어 다니던 꽃밭을 떠나지 않고, 꽃들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점으로 보아 배신도 없다. 소리를 내어 떠들지 않으니 과시가 없으며, 배불리 먹거나 끼니를 저장하지 않으니 또한 탐냄이 없다. (중략) 날개가 있으되 벌처럼 누군가를 쏘아댈 침이나 뿔도 소유치 않으므로 무저항주의자요, 새들이 가진 부리나 발톱도 없으니 살생이 없다. 어디를 살펴보아도 모난 구석이라곤 없다. 그 모든 없음 속에서 나는 그들의 진정한 미와 신의를 발견한다. 그들이 곧 성(聖)이며 선(仙)이 아니겠는가(후략).”라고 나비를 예찬하고 있다. 나비의 무탐욕과 무저항의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위안부 소녀들이 진정 나비였을까? 그 지옥 같은, 아니 지옥보다 더 비참하고 처절하고 고통스러웠을 그 삶 속에서 고갈되어 버렸을 인간존엄상실의 최극점에 서 있었을 그녀들을 과연 나비라고 불러도 좋은가? 그냥 숙연해질 뿐이다. 일본과 일본군의 잔인함을 새삼 깨달을 뿐이다. 나라 잃은 설움을 절실히 되새길 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옥 같은 삶 속에서도 나비처럼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었을 것이다. 훨훨 날아 엄마 품에, 아빠 품에 안기고 싶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지배계층의 무능력과 탐욕과 배신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윤동주, 언뜻 보면 서정시인으로만 읽히는, 유약해 보이는 그의 시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을 후빈다. 언어 상징의 이중성을 통해 서정이 애국이 되고, 애국이 서정이 되는 언어의 마술성을 드높인 시인, 윤동주를 기린다. 누구나 다 아는 그의 시 “서시”의 한 문장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는 부분에 이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시인에게 잎새는 식민지 암울한 역사 속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자괴감일 수도 있고, 일본군의 총칼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는 우리 민족, 대한국민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바람은 그냥 바람이 아니다. 일본의 총칼이고, 무력통치이고, 정신대로 영희와 정민이를 끌고 간 극악무도한 반인류적 패륜아들이다. 그 바람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까? 얼마나 거칠었을까? 얼마나 혹독했을까? 그 무자비한 바람 앞에 한 잎 잎새가 되어 억눌릴 수밖에 없었던 조선 식민지 피지배세력의 깨어 있는 정신의 소유자만이 느낄 수 있는 처절한 아픔이 있다. 

국가와 민족을 밤잠 설쳐가며 사랑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귀향”과 “동주”를 왜 관람하지 않는 걸까? 독일 광부로, 간호사로 파독하여 고생하며 돈을 벌어야 했던 이들을 그린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하며 박수를 보내던 그 국가사랑의 마음으로, 돈 이전에 인간이기를 부정당해야 했던 영희와 정민이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귀향을, 민족의 저항시인으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체실험의 대상이 되었다가 죽은 것으로 알려진,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에 억울하게 요절한 윤동주와 그의 고종사촌이자 친구로서 독립운동을 전개했던 송몽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동주는 왜 보려고 하지 않은 것일까? 97주년 3ㆍ1절 기념식장에서 만세삼창을 외치며 웃는 얼굴로 대한민국을 부르짖지만, 이미 일본정부와 불가역적 최종적 합의를 해 버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간단히 언급하며 바람 스쳐가듯 흘려보내며,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민들이 영화 귀향에 넋을 잃는 이 슬픈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여튼 한쪽으로 굳게 닫힌 문을 보는 듯하여 심란할 뿐이다. 혼을 중시하면서 돈에 관한 국제시장에 열광하면서도 혼에 관한 귀향이나 동주에는 무관심하는 것일까? 

이런 와중에 소위 테러방지법이라는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은,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테러방지법이 야당의 무박 9일간이라는 장시간 동안의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의 종결과 함께 국회를 통과하였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가비상사태”를 이유로 직권상정한지 열흘만에 위 법이 통과되었고, 이 법을 통해 테러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개인이나 단체 등에 대한 법원의 영장 없는 통신감청 및 예금구좌추적, 당사자에 대한 미행, 감시, 추적권이 국정원에 주어졌다. 위 법은 시행과정에서 수많은 인권침해를 유발하거나,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이번 필리버스터를 통해 국회가 보여주어야 할, 정치가 보여주어야 할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고, 테러방지법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있는 무박 9일이라는 장시간의 정치마당극을 통해 그 동안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 등이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자행한 인권탄압, 간첩조작사건 등의 민낯을 그대로 볼 수 있었고, 유신독재와 전 정부의 권력남용에 대한 실체를 국회속기록에 남겨 역사의 한 페이지로 만들었다는 데에 높은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소위 테러방지법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강제처분에 대한 법원의 영장주의의 침해문제, 통신비밀보호와 국민의 사생활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7조 및 제18조의 위헌성 여부를 놓고 끊임없는 논쟁이 야기될 소지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회의장이 단독으로 판단한 “국가비상사태의 현존성”을 놓고 끝없는 비판이 제기될 것이다.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에서 행정부의 어떠한 조치, 예를 들어 공무원의 비상근무, 군의 비상경계태세, 경찰의 비상갑호명령 발령 등 어떠한 행정적 처분이 내려지지 않았고, 경찰청장은 오히려 외유를 나가기조차 할 정도로 평온상태가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정의화 의장이 판단한 “국가비상사태”가 실재하고 있었는가에 대해 야당의원들이 필러버스터를 통해 수없이 지적한 바대로 법안 직권상정의 정당성을 놓고 끝없는 다툼이 있을 전망이다. 

북한의 광명성 4호 발사로 인해 한국군과 미군 사이에서 속전속결로 처리될 것으로 보이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내 배치가 미국과 중국의 외교장관 회담 이후 “배치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기류로 바뀌고 있다. 중국의 강력한 외교적 항의를 미국이 수렴하는 꼴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정부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머쓱하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결의에 합의하였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예외 조항을 둘 것을 주장하였고, 그러한 주장이 반영됨에 따라 사실상 중국과 북한이 위 결의사항을 우회적으로 무력하게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4ㆍ13 총선을 앞두고 공직선거법도 국회를 통과하여 새로운 선거구가 확정되었다. 일여다여의 상황에서 국민들은 여당을 선택할지 아니면 야당을 선택할지 기로에 서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야당에서 야권통합이라는 주장이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과연 야당이 합당 또는 연합전선을 펼쳐 견제세력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분열상태로 여당에게 어부지리의 이익을 그대로 안겨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여전히 세상은 불안하고, 가지지 못한 자들의 삶은 팍팍하다. 여당은 여당내로 내부권력투쟁이 점입가경이고, 야당은 야당대로 적전분열상태가 심상치 않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정신들을 차리고 어떻게든 분열과 통합의 작용, 반작용을 이루어낼 것이다.

윤동주가 노래한 십자가 끝에서 별이 빛나고, 영희와 정민이의 넋이 나비가 되어 돌아오는 날 대한민국에도 봄날이 올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귀향과 동주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삼일절 기념사에서도 국회와 국회의원들을 나무람질하는 그 무서운 혹독함이 아닌, 환한 미소 아닌, 영희와 정민이의 고통에, 설움에 동참하는 따뜻한 눈물을 보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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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6-03-04 15:15:17
정말 이기사 말처럼 대통령이 그토록 국민을 위하다면 왜 향상 국민을 불안하게 모든
상향을 만드는가 생각해 보았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잠못잔다고 하는데 아닌것갓다
정말 이힘든 정국을 조금이라고 생각하고 현실을 바로 직면해서 보았다면 지금 어느
정권보다 국가와 국민들은 불안정하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 너무나 많은 사건과 경제
파탄은 최악이다 현실은 더 심각하다 정말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과연 현실이
이렇게 정치적인 계산으로 나라를 이끌어 나가지 않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테러 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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