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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3층위의 방정식과 상대적약소국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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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3층위의 방정식과 상대적약소국의 비애
  • 신희섭
  • 승인 2016.03.04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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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사드 논의가 여전히 한국의 국제정치와 국내정치에서 거세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정치와 연계가 되다 보니 사드 논의 자체가 기술적이고 전문적인데도 불구하고 안보주제로는 상당히 흥행을 하고 있다. 과거 차세대전투기사업 이슈에서처럼 정부와 외국 방산업체들이 이슈를 공개함으로서 일시적으로 여론의 주목을 끄는 것과는 대비된다.

사드 이슈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북한위협이 강한 탓도 있고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에 대한 한국국민들의 불쾌감이 작동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정치권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제기될 정도로 대북강경정책을 밀어붙인 면과 미디어들의 의제화도 한 몫을 했다. 그러다 보니 사드에 대해서는 많은 시민들이 전문가 못지 않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최근 중국이 미국주도의 안보리제재안에 합의를 하면서, 사드 논의를 불지핀 미국의 입장이 선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칫 하면 미국은 사드배치를 논의선상에서 배제하고 중국과의 갈등을 피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사드논의를 시작한 한국은 중국과 감정만 상하고 미국 사드 배치는 백지화될 수도 있다. 그럼 우리가 받게 될 손해는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만 남게 될까?

사드 논의가 물건너 가게 될 경우 한국이 받게 될 손해는 중국이 가진 감정만이 아니라 국내정치의 상처도 있다. 게다가 조기 북한 붕괴가 실현되지 않고 이번 정부의 임기가 끝이 나게 된다면 남북관계는 어떤 방식으로든 재개되게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한국의 안보정책의 비일관성도 상처로 남게 될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한국의 국가지도자는 미중협상에서 배제되고 남한내 여론에 공격을 받고 북한과 대화의 창구를 만들지 못한 상태에 처할 수 있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사드논의는 한국이 다른 국가들과 다른 국제정치 환경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중견국가들의 모범적 사례들로 삼고 있는 캐나다, 노르웨이, 스웨덴과 같은 나라들은 안보환경에서 우리와 몇 가지 차이가 난다. 그들은 세계질서의 자웅을 가리는 미중간 경쟁에서 한 발 비껴서있다. 또한 그 나라들은 분단과 정전체제라는 내부안보환경이 없다. 그러니 우리가 경험하듯이 북한을 두고 남한내부에서 정치적 갈등을 할 여지가 없다.

이것을 단적으로 정리하면 한반도의 ‘3단계 체스보드’ 혹은 ‘3면 게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분석틀은 국내외 많은 학자들에 의해 사용되어 왔다. 체스보드 이론은 조셉 나이가 고안한 것이다. 그는 국제정치를 분석하는 분석의 눈높이를 안보라는 체스판, 경제라는 체스판, 그리고 초국가적 사회라는 체스판으로 구분하였다. 로버트 푸트남은 국내정치와 국제정치가 연계되어 있다는 것을 양면게임(two-level game)으로 풀었다. 국내정치에서 정부가 민간을 상대로 협상하면서 정부는 타국 정부를 대상으로 한 협상을 병행한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빌려서 한반도 상황을 비유하자면 한반도는 국제정치의 작동이라는 한 층위(layer)와 북한 문제라는 두 번째 층위와 국내정치라는 세 번째 층위가 동시에 작동하는 것이다. 그러니 국제정치에서 미중 갈등이라는 과제에 더해 독자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한국의 국내정치에 영향을 미치면서 미중간 갈등과 타협의 여지를 만들어내는 북한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두 번 째 과제와 진보와 보수로 갈린 국내정치를 풀어야 하는 세 번째 과제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라는 상대적 약소국의 애환이 여기에 있다. 미중이 갈등을 하면 한국은 한미동맹의 논리와 경제교역 1순위라는 논리 사이에서 가랑이가 찢어지는 아픔을 경험한다. 멀리 떨어진 해양국가 미국과 가까운 대륙국가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줄서기를 강요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문제를 일으키면 임기 말인 오바마대통령은 이란문제해결이후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욕구와 이제 임기를 정리해야 하는 현실사이에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반면에 시진핑주석은 중국의 입지를 더 강화하기 위해 외교우선순위 1번인 북한을 저버릴 수 없다. 북한의 말을 듣지 않은 젊은 지도자가 눈에 가시겠지만 중국이 가진 북한에 대한 지분을 포기하면서 북한을 사지로 몰아넣을 생각도 없다. 이 관계를 잘 알고 있는 북한은 핵-미사일도발과 경제지원과 개방이라는 두 개의 패를 이용해서 문제를 일으키고 지원을 받는 ‘불량배외교’ 혹은 ‘앵벌이외교’를 수행하고 있다. 이런 북한에게 대한민국은 중요한 고려대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미국과 중국의 역학관계가 한국을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북한은 민주주의국가 남한의 국내정치동학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의 진보와 보수는 북한 문제에서 가장 극명한 색깔차이를 보인다. 그러니 북한이 먼저 일을 저지르면 남한은 알아서 분열된다는 점을 북한 지도부는 오랜 역사를 통해서 배워왔다.

미중간 갈등과 남한내 진보보수간 갈등사이에서 독립적인 격발장치로 북한이 있다. 대한민국의 국가지도자는 3층위의 층층시하에서 많은 애환을 느낄 수 밖에 없다. G2 시대 미중간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올해 4월 총선과 내년 대선을 두고 국내정치에서 진보보수간 편가르기는 더 심해질 것이다. 북한 붕괴론을 이야기 하고 참수작전을 이야기 한 마당에 북한은 더 강력한 협박으로 한국의 어려운 상황을 이용하고자 할 것이다. 국내정치가 북한과 미중간 줄서기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거꾸로 미중관계가 총선에서 표의 향배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어느 하나 선뜻 결정하기가 수월하지 않다.

상대적 약소국인 한국이 진정 어려운 것은 이 3층위가 작동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국가는 국내정치가 국제정치를 결정한다. 하지만 힘이 부족한 국가는 국내정치의 요구가 국제정치에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국제정치는 힘의 분포라는 극성(polarity)의 독자적인 논리를 가지고 있다. 북한 문제는 여전히 민족주의가 작동하면서 감정을 불러낸다. 그러니 한국은 극성의 논리에 치이고 민족주의를 해결해야 되는 압력에 더해 남한-미국의 해양세력의 연결과 북한-중국의 대륙간 연결의 지정학이 충돌한다. 이 과정에서 미중간 지정학 경쟁이 더욱 강화되면서 남과 북을 지배하는 민족주의의 감정을 억누르게 한다. 유럽과 달리 늦게 출발한 진보-보수간 이념갈등이 가세하면서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은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한 방정식을 마주하고 있다.

이 복잡한 방정식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3층위의 퍼즐을 풀어내는 것이다. 강대국논리를 무조건 따를 수는 없다. 민족주의를 포기하고 북한을 방치할 수도 없지만 북한에 끌려다닐 수도 없다. 그래야 국내정치의 분열을 막을 수 있다. 결국 가장 좋은 것은 변수를 줄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 문제가 독자적인 촉발제가 될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리고 민족주의의 ‘감정’과 국제정치의 ‘힘’논리에서 원칙을 정해야 한다. 중견국가의 적당한 힘이라는 조건에서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의 설정이 방정식을 풀어가는 첫 번째 작업이 되어야 한다. 만약 원칙에 대한 민주적 합의가 필요하다면 이 지점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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