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21)
상태바
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21)
  • 박준연
  • 승인 2016.02.26 11:2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로스쿨 선택의 문제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많이들 하는 고민은 US 뉴스 & 월드 리포트로 대표되는 로스쿨 랭킹이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 복수의 로스쿨에서 합격 통지를 받은 경우 학교 선택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내 경우는 이런 고민을 할 기회가 없었다. 12월 LSAT을 치르고 입학 지원 서류 마감이 아주 가까워서야 서류를 송부할 수 있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지원 서류 준비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서 지원한 로스쿨의 수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굉장히 빨리 합격 이메일을 받은 NYU 로스쿨 이외엔 불합격 혹은 웨이팅 리스트 통지를 받았다. 그래서 학교 선택을 고민할 여지가 없이 NYU 로스쿨에 진학하게 되었다.

로스쿨 3년을 돌아보면, NYU 로스쿨은 미국 생활이나 유학 경험이 없었던 나에게는 전반적으로 봐서 좋은 결과였던 것 같다.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지만, 여러 로스쿨을 다녀 본 적이 없어서 NYU 로스쿨이 다른 로스쿨과 비교해서 어떤지 알 방법은 없다. 하지만 자칫하면 치열한 경쟁으로 치닫기 쉬운 로스쿨 생활 중에서도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는 분위기였다. 뉴욕 바 시험 준비기간을 포함하여 꼬박 3년을 채워서 생활한 로스쿨 기숙사의 직원들은 시험기간, 인터뷰 기간, 서머 프로그램 기간의 사이클에 따라 안부를 물어주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주었다. 말 한마디에 큰 힘을 얻은 경우도 많았다. 

일상적으로 실감할 기회는 별로 없었지만 비교적 리버럴한 정치적 분위기도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한번은 로스쿨 이메일 리스트에 동성애를 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한 메일을 보낸 학생이 있었는데, 맹렬한 비판과 비난을 받고 그 학생은 결국 이메일 리스트 이용이 금지되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한편 NYU 로스쿨에는 나처럼 학부까지 외국에서 마치고 유학온 학생이 극히 드물었다. 100명 정도로 구성되는 1학년 섹션에서는 내가 유일하게 외국에서 학부를 나온 학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른 로스쿨의 경우 유학생에게는 기말 시험 작성 시간을 추가로 주거나 시험에 사전을 지참하도록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NYU 로스쿨에서는 그런 제도가 없었다.

비자 문제나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 유학 후 전공과 관련된 분야에서 1년간 일하면서 미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비자) 요건과 관련된 워크샵도 JD 과정엔 해당하는 유학생이 드물어서 LL.M  과정의 유학생들과 함께 참여했던 기억이 있다. 로펌들과의 인터뷰 과정에서도 OCS (Office of Career Services)에 나처럼 외국에서 학부를 마친 학생의 경우 특히 유의할 점이 있는지 하는 질문을 했는데, 그런 사례가 드물어서 참조할 만한 자료가 없다는 얘기, 과정이 다른 LL.M  과정의 취업 관련 자료를 참조하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또 학교 랭킹이 엇비슷할 경우 로스쿨이 위치한 지역을 얼마나 고려해야 하는가 하는 논의를 종종 접한다. 개인적으로는 미국 생활을 뉴욕에서 하게 되어 외국 생활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여러 힘든 부분이 비교적 적지 않았나 싶다. 좀더 폐쇄적인 지역에서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면 낯선 로스쿨 생활 이외에도 해당 지역에 적응하는 데에 더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단 생각도 한다. 

로스쿨 졸업 후 취업을 하고자 하는 지역에서 로스쿨 생활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면 좋은 선택이겠지만, 특히 유학생의 경우엔 특정 지역 로스쿨 졸업이 반드시 해당 지역 취업에 유리한 것 같지는 않다. 그 지역이 뉴욕이나 워싱턴 DC 같은 큰 법률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지역이면 더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 지역 이외에도 워싱턴 DC에 소재한 로펌과 면접을 한 적이 있는데, 면접 과정에서 뉴욕에서 로스쿨을 나오고 왜 DC로 오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안 받은 건 아니지만, 그 회사의 업무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기꺼이 DC로 이사할 의향이 있다고 설명하면 대개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였다. 

경험을 바탕으로 쓰다보니 교수진이나 법학 세부 분야의 강점 등 다른 중요한 고려 사항에 대해선 쓸 여유가 부족하게 되었다. 마무리를 하자면, 로스쿨 선택은 분명히 중요한 선택이지만 또 굉장히 제한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다른 대학원, 전문대학원과 비교해도 로스쿨 랭킹이 무엇보다도 중시된다. 일단 선택을 내려도 그 선택이 잘한  선택인지 검증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더더욱 어려운 선택인지도 모르겠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바람돌이 2016-03-06 22:05:37
100명중 한명 짝짝짝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