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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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20)
  • 박준연
  • 승인 2016.02.22 17: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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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업무 워크샵에 다녀와서 

우리나라의 설 연휴를 앞둔 주에 도쿄에서 개최된 3일간의 워크샵에 다녀왔다. 미국 변호사 협회 (ABA)와 국제 변호사 협회 (IBA)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 행사에 대해선 1월 초에 상사인 파트너 변호사로부터 처음 들었다. 그가 강하게 권해주고 또 함께 일하는 파트너 변호사들한테 이메일까지 보내서 설명해주지 않았으면 3일짜리 행사를 참석할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일본 도쿄에서 일하면서 업계 동향에서 멀어지지 않나 하는 걱정이 전혀 안 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 (on-the-job training), 즉 담당하는 안건과 관련해서 새로운 현안을 접할 기회가 많이 있다. 게다가 뉴욕에서 도쿄로 옮겨오고 난 다음부터는 더더욱 의식적으로 업계 뉴스나 정부 규제, 중요한 판례와 관련된 소식을 챙겨 보고 있다. 업무 분야와 관련된 전문 뉴스 사이트와 블로그를 이메일, RSS 구독하여 시간나는 대로 읽기도 한다. 

뉴욕주는 2년마다 한번 하는 변호사 자격 재등록의 조건으로 CLE (Continuing Legal Education)라고 불리는 직무 관련 연수 최소 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 등록 첫 두 해를 제외하고 이 최소 시간은 24시간이고, 그 중 4시간 이상은 법조 윤리 (Ethics and Professionalism) 분야에 해당되어야 한다. 이 조건 역시 회사내에서 실시하는 연수 프로그램 (Training and Career Enhancement)이나 회사가 구독하고 있는 서비스를 통해 강의를 시청함으로써 비교적 쉽게 충족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쿄로 온 이후, 민사 소송 및 중재 분야의  비교적 광범위한 업무를 해왔던 뉴욕에서와는 달리 업무 분야가 좁아지고 이에 따라 업무 분야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행사 첫날에는 업무 회의가 있어서 오후 세 시 반이 넘어서야 회사에서 멀지 않은 호텔의 행사장에 도착했다. 빈 자리를 찾아서 앉고 보니 각 정부 담당자들로 구성된 패널이 세계적으로 규제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하는 논의를 하고 있었다. 이 행사가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행사 전체 논의에 로스쿨 시험에서 흔히 하이포 (hypothetical)라고 부르는 가상의 상황이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정교한 가상의 상황을 둘러싸고 미국, EU 및 일본을 비롯한 정부 담당 기관과 사법부, 또 해당 기업 및 관련된 개인을 대리하는 로펌의 시각에서 마흔여 개의 세부 세션이 진행되었다. 

우리 회사에서는 미국 법무부에서 검사로 재직하다가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파트너 N이 행사 패널로 참석하여 기업 대리 변호사와 법무부 간의 모의 교섭을 진행하였다. 몇몇 안건을 통해 함께 일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상황을 그도 실제 법무부에서 행사에 참가한 검사들도 농담을 섞어가며, 하지만 또 단호하게 논의를 진행하였다. 다음날 아침 그와 마주쳐서 점심식사 후 제일 졸린 시간이었는데 패널 재미있게 잘 봤다는 얘기를 했더니 그도 싱긋 웃으면서 이런 행사에선 내용 전달은 물론이지만 재미있게 (entertaining) 진행하는 게 중요해서 노력 좀 했다는 얘기를 했다. 

행사 마지막날 마지막 세션은 각국 규제 기관의 대표들과 로펌 변호사들이 이 분야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패널 논의로 마무리되었다.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나도 관련 업무를 하면서 막연히 생각했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를 들으니 정신이 확 드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패널 논의가 끝나고, 상사인 파트너 변호사에게 행사 끝났고 보내줘서 고맙다는 이메일을 보내고 귀가해서는 행사에서 다룬 내용 중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내용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도쿄는 한두 달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다가 해가 바뀌고 비로소 겨울다운 겨울이 왔다. 짧은 추위이지만 이제 슬슬 봄이 와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좀 나태한 느낌이 들던 차에 업무 면에서 자극을 받을 좋은 기회였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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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jin 2016-02-25 14:42:43
변호사님 연재글 늘 챙겨보는 독자인데, 언제 연재되나 기다리고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자극받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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