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오는 27일 제58회 사법시험 제1차시험이 치러진다. 총 지원자 5,763명 중 1차시험 면제자 310명을 제외한 5,453명이 인생의 사활을 걸고 운명의 ‘2016. 02. 27.’에 도전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번 시험에서 불합격하면 이들에게는 영원히 사법시험 고사장을 찾을 수 없게 된다. 2017년 제2, 3차시험을 끝으로 사법시험은 폐지되기 때문이다. 이번 시험에 반드시 붙어야 내년 2, 3차시험의 응시기회라도 주어진다. 그래서 일까. 지난 60년간 사법시험 시행 이래 1차 (예상)합격자 대비 지원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차시험 합격자를 250명으로 추정한다면 경쟁률은 무려 21.8대 1이 된다. 2007년 7.5대, 2008년 8.4대 1이었고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고공 행진, 결국 20대 1을 넘어섰다.
2009년 로스쿨, 2012년 변호사시험이 도입되면서 상당수의 수험생들은 로스쿨로 갈아탔지만 기어코 사법시험으로 끝을 보겠다는 수험생들의 열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통계치다.
1차시험 합격률 4.6%, 최종 합격률 1.7%에 목맨 수험생들. 반면 일찍부터 60~70%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택해 로스쿨로 진학한 수험생들. 이 양자를 두고 우린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전자는 아둔한 것이며 후자는 현명한 것일까. 이를 두고 그 누구도 설왕설래의 잣대를 댈 필요는 없다. 각자의 선택과 책임의 문제일 뿐이라는 점이다.
다만 전자의 경우, 선택에 따른 중압감과 조바심은 커도 너무 커 보인다. 설마 ‘사법시험이 폐지되겠나’ 했던 것이 어느새 2016년이 다가왔고 현 시점에서 법 정비가 없는 한 설마가 현실이 돼 비수가 될 처지다. 그래서 시험을 일주일 앞두고서도 국회 법사위의 ‘사법시험 존치 협의체’ 구성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 정치권과 학계에서 이들에게 막연한 희망만을 준 탓도 크다. 따지고 흠집 잡는 것이 태생인 언론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법을 만들고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기관과 교육기관들은 시의적절한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러나 차일피일 책임을 회피해 왔다. 그 여파가 사법시험 수험생들만의 희망고문이 될까 우려스럽다.
대법원은 “새로운 제도는 발전시켜야”만을 주장했고 법무부는 “시기상조”를 들어 차일피일 미뤘다. 지난해 말 갑작스런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를 발표하다가 된통 혼이 났다. 법학계는 “된다, 안 된다”를 놓고 아직도 로스쿨, 법과대간 공방을 펼치고 있다. 정치권은 참으로 야비한 입장을 끌고 왔다. 2009년 4월 국회는 ‘2013년 예비시험 재논의’를 약속했지만 책임지는 이가 없다. 특히 현 박근혜 대통령은 2008년 대선 내부경선에서는 사법시험 폐지 견해를 펼쳤고 지난 2013년 대선에서는 사법시험 존치라는 애매한 입장을 폈다.
표를 계산한 탓일까.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 15일 박근혜 후보캠프의 조직총괄본부(본부장 홍문종)는 3040특별본부(본부장 홍지만, 총괄부본부장 류길호) 명의로 “2017년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비싼 등록금을 내야하는 로스쿨이 법조인 양성을 독점하게 되면, 서민들의 법조계 진입은 영원히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예비시험 존치 등을 통해 공정한 기회실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당에 적극 건의하며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본지에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그러면서 한 대학교 간담회에서 문재인 후보가 “사법시험 존치 불가”를 주장한 것을 비판했다. 이같은 기사를 접한 수많은 사시생들이 ‘사시존치’ 희망을 갖고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을 것이다. 지난해 관악을 보궐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은 ‘사법시험 존치’를 당론으로 하겠다고 공약하고 성공했지만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지난 14일 이번 시험을 위해 출제위원들이 합숙에 들어갔다. 수험생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시험에 심혈을 기하는 모습이다. 이번이 마지막 출제가 될지, 또 사시생들의 혼신의 노력 또한 끝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사시생들은 조만간 ‘사법시험 협의체’ 구성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시험 직후부터 이상민 법사위위원장 등의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래서 협의체 구성과 활동 향배가 더욱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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