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경의 행정학 특강 (4) : 정책사례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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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경의 행정학 특강 (4) : 정책사례 활용
  • 최윤경
  • 승인 2016.01.2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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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례의 행정학적 시사점(1)

2014년 세월호 사태에 이어 2015년 발발한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MERS) 사태를 통해서 정부는 반복되는 재해에도 불구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메르스 사태에서도 정부는 여전히 초동 대응에 실패했으며 효과적인 재난안전시스템과 컨트롤타워의 부재, 위기관리 매뉴얼의 실종, 관료화와 부처 칸막이 등의 문제점이 그대로 재연됐다. 아래에서는 정부가 메르스 확산 방지와 방역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행정학적 관점에서 분석해보기로 한다.

1.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점

1) 정보공개 관점에서 : 정부의 비밀주의로 인한 메르스 확산과 정부 불신 야기

민주사회에서 국가정보의 공개는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권리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정보공개는 정부 행정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고, 행정의 정당성을 증진시키고, 정책의 효과성을 제고하고 부패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갖는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메르스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정부는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사실을 공개하고 국민과의 협력을 통해 메르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전염병 확산의 방지를 위해서는 감염원의 관리와 감염경로 차단을 위한 국민 개개인의 협조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보공개와 국민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소통이 중요한 요소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정보 차단에 급급하였다. 이로 인해 메르스 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어 방역의 실패를 초래하였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루머의 확산 등으로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극도에 달하게 되었다.

정부는 첫번째 환자의 메르스 발병사실이 알려진 2015년 5월 20일 이후, 6월 7일까지 17일간 메르스 발생병원의 공개를 거부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수많은 환자들이 메르스에 노출된 사실을 모르고 전국으로 이동하여 메르스를 확산키는 결과를 야기했다. 특히 14번째 환자는 5월 15~17일 사이에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와 접촉하여 메르스에 감염되었으나, 본인이 메르스가 발병한 병원(평택성모병원)에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5월 27~29일 사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했으며 이로 인해 수십 명이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14번째 환자의 메르스 감염 사실이 알려진 5월29일 이후에도 정부는 삼성서울병원 등 병원명 공개를 거부하였으며, 그 결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된 환자 및 보호자, 방문자들이 전국적으로 흩어지게 되었다. 정부가 초기에 병원명을 공개했다면 이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가 2005년 발표한 ‘감염병 발생시 소통 가이드라인’(WHO Outbreak communication guidelines)은 감염병 발생 시 정부가 조기에 투명한 정보를 공개하여 대중의 신뢰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감염병 발생 시 소통을 위한 5가지 원칙으로 ‘① 신뢰를 얻어라, ② 빨리 발표하라, ③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라, ④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라, ⑤ 계획을 세워라’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에서도 “국민은 감염병 발생상황,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다”라고 국민의 알 권리를 규정하고 있었음에도 정부는 국민의 혼란 방지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비밀주의를 고수하였다. 메르스 사태 이후 2015년 6월 25일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감염병법 제6조 제2항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정보공개 의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명문화하였다(“국민은 감염병 발생 상황,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 강력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조치는 아직까지 미비한 실정이다.

2) 칸막이 행정 : 부처간 &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협력 미흡

메르스의 경우 외부에서 유입된 전염병이었고 이러한 전염병의 방역을 위해서는 관련 부처에 원활한 의사소통과 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해당 부처 외의 부처들은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정보를 공유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하는 등 고질적인 부처간 할거주의 행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전염병 방역의 경우 초기 대응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염 경로와 증상에 대한 정보가 부처 간에 원활하게 공유되고 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대응방법을 모색하고 국민에게 정확한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정부의 여러 부처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책임 소재를 떠나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정보를 공유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정부3.0’은 공공정보의 적극적 개방과 부처 간 칸막이 철폐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부 3.0 매뉴얼에는 통합재난 안전관리 구축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소방방재청·방송통신위원회 등 각 부처 간 협업을 통해 국가적인 재난관리정보를 공유하고 신속하게 재난상황을 판단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부처’가 아닌 ‘과제’ 중심의 협업 시스템 구축을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관료주의와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는 ‘협업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처럼 정부가 정보공유 매뉴얼을 외면하고 시민 불안과 괴담 공포 등을 이유로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사이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협조체계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2015년 6월 4일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인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1,500여명 이상의 사람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며 정보공개 할 것을 요구하는 긴급 브리핑을 진행하자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 “서울시의 일방적 발표로 국민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유감을 표시한 사례나, 정부가 메르스 병원 관련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6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메르스 1차 검사 양성이 나온 환자의 거주지와 직장, 자녀가 다니는 학교 등을 실명으로 공개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위험을 관리할 주체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메르스 대응에 혼란이 빚어졌으며, 정부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졌다.

3) 민·관 협력의 부재

전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공유, 신속한 의사결정과 적절한 통제이외에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병원) 및 시민사회와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이 요구된다. 특히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은 외부효과가 크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정부의 부처간 협력은 물론 국가 전체적 차원에서 민·관을 포함하는 모든 분야,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보건소, 민간의료기관 및 국민들 간의 유기적인 협조체제와 역할분담을 통한 협력적 거버넌스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메르스와 같이 예방백신과 치료법이 개발되어 있지 않은 전염병의 경우 예방과 확산 방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관련 법에서 직접 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뿐만 아니라, 민간 의료기관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더욱 더 필요하고 강조될 수밖에 없다. 감염병법 제47조에 의하면 감염병이 유행할 경우 방역을 위하여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행하여야 할 조치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감염환자와 오염물질로 대표되는 감염원의 폐쇄, 차단, 격리, 소독, 오물의 수집과 처리방안 등이다. 이는 감염환자의 진단과 치료 과정 전반에서 발생하는 모든 활동으로 이러한 과정에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필수적으로 민간과의 협력이 요구된다.

메르스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질병에 대한 학술적 전문성과 민간 의료기관 활용을 통한 부족한 인력과 시설 및 장비, 이들을 활용하는 의료서비스의 제공 능력 확보가 필요하며, 감염원의 관리와 감염경로의 차단을 위해 국민 개개인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협력 대상에 감염 전문가 외에도 의료기관, 의료인 단체, 환자이송업체를 포함한 교통업체, 국민(환자, 격리자, 일반인 등)등 을 포괄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또한 민간부문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메르스의 실체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메르스의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한 행동요령에 대한 정보 공개와 공유가 이루어져야 했다. 메르스의 특성과 예방법 외에도 환자발생 병원 명단을 조기에 제공하여 국민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하였어야 한다. 동시에 메르스 유행 기간 동안 문병이나 간병의 자제, 의심자의 격리 필요성, 진료시 메르스 의심 증상이나 환자발생 병원 경유 등 메르스 감염의 가능성 등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한편, 메르스 확산방지를 위한 협력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보상에 대한 원칙적인 선언이 있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협력의 주체(대상) 선정을 비롯해서 협력의 내용, 협력을 위한 정보의 제공과 협력으로 인한 손해 내지는 피해의 보상의 미흡 등에 대한 원칙을 정하고 이를 통해 민관협력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물론 중도에 메르스 대처요령 등 정보의 제공과 민·관 합동 즉각 대응팀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이미 메르스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국민들은 공포와 혼돈에 빠진 상황이었다.

4) 공공의료시설의 부족

우리나라는 90%가 민간병원이고 공공병원의 병상이 9.5%에 불과하여 OECD 평균인 73%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민간병원은 건축비용과 유지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수익성이 없는 격리병실이나 음압병실을 설치하기가 어렵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의 경우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격리병상 및 음압병실이 필수적이지만 공급의 부족으로 인해 메르스 발생 초기부터 메르스 환자들과 의심환자들은 전국의 격리병실로 흩어져야 했고 이 과정에서 메르스는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민간 의료시설의 경우 메르스 환자가 자신의 병원에 입원하게 될 경우 이미지 타격과 수익 저하에 대한 우려로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으며, 정부 역시 마땅한 보상책을 제시하지 않아 방역에 실패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초기에 정부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민간 병원의 수익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6월 24일 메르스가 발생한 병원명을 처음부터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병원을 안 찾아가고, (병원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서 병원의 수익문제를 고려하였음을 인정하였다.

- 다음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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