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골목 싸움과 로스쿨·사법시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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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골목 싸움과 로스쿨·사법시험 논쟁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01.28 21:04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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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수일 전, 흰 눈이 제법 내리던 날이었다. 동네 주택단지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펼쳐졌다. 한 주택 담장에 이웃 주민이 차를 댔다가 된통 혼이 나고 있었다. 건물주가 “왜 자꾸 남의 집 담장에 차를 대냐”며 다그치자 차주는 “공로인데 왜 안 되냐”고 따졌고 건물주는 “내 집 담장 옆인데 함부로 댈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다시 차주는 “지금처럼 눈 내리는 날, 눈 한 번 치워 본적 있냐”며 “그러면서 공로를 마치 당신 것인 냥 생떼를 부리느냐”며 다그쳤고 건물주는 “그래도 댈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로스쿨이 법과대학을 향해 법조인양성영역은 로스쿨만이 담당하니 사법시험, 예비시험을 주장하지 말라며 떼를 쓰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차주는 “당신의 담장 옆이라서 그렇게 권리를 행사하려면 눈이라도 평소에 치우든가”라며 윽박지르면서 “당신 집 담장 옆도 당신 거라면 대한민국이 모두 내 것”이라며 응대했다. 그러자 건물주는 “그렇다고 당신 또한 언제 한번 내 담장 옆에 쓰레기, 눈 한 번 치워본 적 있냐”고 버럭 화를 냈다. 

사법시험을 주장하는 법과대를 향해 “그럼, 당신네들은 우리 로스쿨만큼 경쟁력을 갖췄냐”며 “법조인양성을 위해 당신들은 그동안 뭘 잘 했다고 이제 와서 자꾸 따지냐”고 반론을 펴는 것과 유사한 논박인 듯 했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는 눈이 오면 너나 할 것 없이 골목길을 함께 쓸고 치우곤 했다. 특히 건물주는 자신의 담장 옆을 늘 관리한 덕에 이웃들도 늘 상쾌한 골목길을 걸을 수 있었고 그래서 그 담장 옆 공로를 집주인이 독점적으로 이용해도 주변인들은 묵인해 줬다. 하지만 모두가 게을러지고 차량이 늘고 세상인심도 각박해지면서 이같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리적으로는 황색차선이 없는 골목길이어서 먼저 차를 대는 이가 우선권을 갖는다. 하지만 아직 잔존하는 사회관념상으로는 집주인의 독점적 권리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어떻게 조화롭게 서로가 함께 공유할 것이냐의 문제다. 대화와 조율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한 분쟁거리이기 때문이다.  

25개 로스쿨은 “우리를 통하지 않고서는 결코 법조인이 될 수 없다”며 철옹성을 쌓고 있는지 벌써 8년째다. 이에 대해 전국 70여개 법과대학은 “그런 경우가 어딨냐”며 반발하고  특히 고시생들은 “나도 당신들에게서 법학을 배운 제자들”이라며 “우리들도 법조인이 될 수 있게 해 달라”면서 아우성을 치고 있다. 로스쿨측은 “우리 담장 옆은 우리만 이용하도록 국가가 인가를 했다”며 기세를 더 높이고 사법시험측은 “법을 만들 때, 문제가 많으니 추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는데, 왜 기억 못하냐”며 억세게 반발한다. 

속내들을 모르는 지나가는 행인들은 “쯧쯧” 혀를 차며 “또 한 판 붙었구먼...”라며 집주인과 차주 모두를 “동네 시끄럽다”며 속으로 욕을 한다. 로스쿨이든, 사법시험이든 국민들에게는 그저 법학·법조계의 밥그릇 싸움이라며 힐난할 뿐이다. 지켜보던 이웃 주민들은 “제발 그만 싸워라”며 건물주에게는 “권리를 주장하려면 그에 합당하게 평소 담장 아래를 청결하게 관리를 하든지...”라고 꾸짖고 차주에게는 “당신도 그곳에 주차를 하려면 평소 이곳을 청소도 좀 하고 집주인이 차를 댈 때는 좀 피해주든지...”라며 핀잔을 준다. 

로스쿨의 문제점 지적에 대해 “아직은 평가 시기상조”라며 애써 자만했던 로스쿨. 지금 와서 부랴부랴 대안이라며 야간·온라인 로스쿨 등을 내세운다. 이미 사법시험은 폐지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사법시험 측은 “로스쿨은 돈스쿨…사법시험은 사다리”라며 해 묵은 논쟁으로 버틴다. 

국민들은 웃을 일이다. “양질의 법조인을 많이 배출하면 로스쿨이면 어떻고 사법시험이면  어떠냐”고 나무란다. “그럼 로스쿨을 대폭 개혁하든가, 아니면 사법시험이든 예비시험이든 좀 남겨두든가”라며 말이다. 근데 양측 모두 이도저도 싫단다. 그래서 국민들은 짜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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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5 05:53:31
기사 비유가 좋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밥그릇쌈아니죠 2016-01-31 01:50:49
로스쿨측은 이미 밥을 잔뜩 퍼놨죠.
근데 다른사람이 밥좀 받겠다고 줄서있는데 그건 나중에 내가 먹을꺼라며 먹지말라고 막고 있는꼴이죠

밥그릇싸움아니죠 2016-01-31 01:49:58
로스쿨측은 이미 밥을 잔뜩 퍼놨죠.
근데 다른사람이 밥좀 받겠다고 줄서있는데 그건 나중에 내가 먹을꺼라며 먹지말라고 먹고 있는꼴이죠

또 양비론? 2016-01-29 15:52:26
개인의 이익을 위한 싸움으로만 보는 것이 바로 구태의연한, 3류언론의 시각(실력)입니다.
양비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양자가 싸우고 있을 때 그 속셈을 들여다보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 진짜 언론이지요.

호박씨 2016-01-29 11:30:48
음서제로인해 나라가 망해가는 기틀을 잡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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