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호남의 정신과 영남패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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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호남의 정신과 영남패권주의
  • 오시영
  • 승인 2016.01.2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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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 / 변호사 / 시인

근현대 100년, 호남의 정신은 폭정, 외세, 독재, 반민주, 불평등에 대한 저항의 정신이라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호남의 정신을 특정 지역의 사익 추구에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지역주의 프레임에 가두어 이를 폄훼하려고 하는 어떠한 시도도 옳지 않다고 할 것이다. 그러한 조작 프레임은 단호히 배격되어야 한다. 조선 고종 31년,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인물과 중심세력은 전라도 고부군(정읍) 출신 전봉준과 호남사람들이었다. 전라도 고부 군수 조병갑의 백성에 대한 부당한 세금착취 등 불법착취와 형벌권의 남용, 동학교도 탄압에 의연히 항거한 이들은 호남사람이었다. 동학 2대 교주 최시형이 주창한 사인여천사상(事人如天思想)을 교육받은 지성의 저항이 바로 동학농민혁명이었던 것이다. 사인여천, 즉 사람을 대하기를 하늘 대하듯 하라는 저 사상이야말로 만인평등사상, 사람존중사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늘처럼 소중하다는 동학의 가르침은 조선말 당시 백성을 착취와 탄압의 대상으로 보고 악행을 일삼은 탐관오리, 다시 말해 국가공권력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중의 저항을 가져온 높은 도덕적 가치였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청ㆍ일을 끌어들인 외세의존적인 명성왕후를 중심으로 한 외척세력의 어리석음은 근대민중혁명을 실패로 몰아갔고, 결국 경술국치라는 국권 상실의 민족적 비극으로 치닫는 계기가 되고 말았지만, 동학의 사인여천사상은 사람을 귀히 여기는 존귀한 가치였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하겠다. 만일 동학농민운동이 조선말 집권층에 대한 진정한 호소로 받아들여져 국가개혁이 뒤늦게라도 자발적으로 일어났더라면 일본식민지배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임을 가정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인여천사상은 동학의 제3대 교주 의암 손병희의 인내천사상(人乃天思想),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천도교사상으로 한 단계 더 높이 발전하였고, 손병희는 1919년 3ㆍ1 독립선언문 작성자 33인 중 중심이 되어 반외세에 앞장섰었다. 그로 인해 3년의 옥고를 치루고 병보석으로 풀려나 감옥에서 얻은 병으로 1922년 죽기까지 손병희의 사상은 일본식민지배에 대한 저항정신이었고, 반외세 국권회복의 선봉이었다. 삼일독립선언 후 1919년 상해임시정부가 수립되어 조국독립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등의 국제적 활동과 달리 국내에서는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탄압이 더욱 교묘해져 갔지만, 잠자던 민족의 혼을 깨운 운동이 전남 광주에서 일어났으니 바로 1929년 11월 3일 광주제일고등학교 학생들이 주도한 광주학생의거였다. 일본인 남학생의 광주여고보 박기옥 학생에 대한 성희롱사건이 발단이 되어 광주제일고등학교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전개된 반일저항운동은 신간회, 조선청년동맹 등의 조직적 저항을 통해 전국적 규모의 반일학생운동으로 확산되었으니, 호남의 젊은 학생들이 주축이 된 광주학생의거의 가치는 그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겠다. 

정부수립 후 광주학생의거일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으나, 1973년 광주지역 고등학생들의 유신철폐 학생운동 이후 박정희 정부는 1973년에 광주학생의거일을 국가기념일에서 제외하여 버림으로써 학생들의 반외세저항운동을 역사교과서에서 지워버렸다. 그렇지만 재야단체와 학생들은 기념일지정 건의안을 정부에 계속하여 제출하였고, 전두환 정권은 1984년에 형식상으론 이를 부활시켰지만 아예 방치하다시피 하였다. 그렇지만 1999년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학생의 날 기념식이 뜻깊게 개최되었고, 2006년 노무현 정권 때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정식 명칭이 개정되어 오늘에 이르러 역사를 깨우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대통령이 최초로 참석한 의미 있는 기념일로 학생독립운동이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되었고,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광주학생의거가 제대로 된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1980년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을 통해 호남인들은 전두환 군부독재에 피로써 저항하며 반독재, 반민주투쟁에 앞장섰다. 수백 명이 군인들에 의해 살해당하는 비극의 현장이 되고 말았지만, 호남인들은 굴하지 않고 억울하게 폭도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도 광주시내에 단 한 건의 절도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질서 속에서 전두환 군사쿠데타에 저항하며 반민주, 군부쿠데타세력에 저항하는 민족정신, 민주정신을 지켜왔던 것이다. 호남의 정신은 외세의존, 독재정치, 반민주세력에 저항하는 독립의 정신이고, 정의를 지키려는 의로운 정신이고, 자립의 정신이며, 자강의 정신이다. 

최근 들어 영남패권주의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영남패권주의는 교묘한 언어 장난을 통해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됨으로써 진정한 영남패권주의의 부정적 의미를 희석시키고 있다. 하나는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즉 대구와 경북을 지역적 기반으로 둔 영남집권세력의 폐해를 빗대어 사용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때 사용되는 영남패권주의는 긍정적 언어로 포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발전의 주도세력, 즉 통일과 안보를 추구하며 국가경제발전을 견인하는 보수주도세력으로 포장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다른 하나는 더불어민주당의 친노세력을 비판하는 도구개념으로 영남패권주의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호남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정권을 잡은 노무현 정권이 집권기간 동안 내내 호남사람을 홀대하였고, 그러한 호남사람에 대한 홀대는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세력에 의해 계속하여 자행되면서, 더불어민주당 내에 영남패권주의가 활보하고 있다는 프레임이다. 노무현 정권은 호남의 지지를 받아 집권하고서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안하거나 삼성을 비롯한 영남재벌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서 호남지역과 호남사람을 의도적으로 소외시켜 왔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체제 역시 이러한 영남패권주의에 함몰되어 호남을 홀대하는 정책을 계속하여 추진함으로써 호남세력의 말살을 도모하면서 영남세력에 의한 집권연장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참다못해 권노갑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김대중 대통령 세력, 즉 동교동계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였고, 그러한 현상이 안철수 의원 및 광주지역 일부 국회의원들의 집단탈당, 김한길 의원계의 동반탈당으로 이어져 문재인 전 대표에 의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자행되고 있는 영남패권주의에 대항하려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조작된 프레임은 진짜 호남의 정신을 죽이려고 의도된 잘못된 거짓 프레임임을 호남 사람들은 간파하여야 한다. 속지 말아야 한다. 

노무현 정권은 호남 출신인 정동영 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 만일 영남패권주의를 계속할 의도였다면 호남 출신인 정동영 의원을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후보로 내세울 리 만무한 것이다. 그렇지만 정동영 후보는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완패당하였으니, 이는 그의 대통령으로서의 경쟁력이 빈약하였기 때문이다. 그 후 문재인 의원이 2012년 대통령 후보로 나섬으로써, 현재 호남 출신의 대통령 후보감은 뚜렷하게 보이는 이가 없다. 국민의 여론조사결과도 문재인, 김무성, 안철수 등 부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 인사들이 선두권에 포진하고 있을 뿐 호남 출신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게 현실임을 호남사람들은 인정해야 한다. 전국적 지도자로 인정될 만한 인물을 키워내지 못한 호남의 한계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호남 사람들은 이 좁은 대한민국 땅덩어리 안에서 지역주의에 함몰되어 호남지역 출신이 아닌 야당의 주도세력이 호남사람을 홀대한다고 최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나 이에 합당하기로 한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나 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라남도지사 등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건 앞에서 살펴본 바 있는 진정한 의미의 호남의 정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치에서 지역적 기반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어느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든지 정당이 제대로 된 민의를 반영하고, 국민의 복지와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국가 안보와 통일조국의 미래를 향해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하여 그 추구하는 가치가 옳고 추진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판단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이 되었든 김종인 비상대책위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이 되었든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되었든 아니 그 어떠한 당이 되었든 지지할 수 있어야만 그것이 진정한 호남의 정신이 꽃을 피우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의 탈당파 정치세력은, 그들 중 많은 이들이 호남에 지역을 둔 정치인들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야당 내 권력투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패배세력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당권취득에 실패했다면 당내에서 힘을 길러 당권 도전에 승리할 수 있도록 은인자중하며 권토중래의 길을 걷는 것이 옳지, 당을 깨고 나가 제3의 세력화를 도모하며 호남을 볼모로 삼겠다는 발상은 결코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호남사람들이 이에 부화뇌동하여 야당의 분열에 동조한다면 호남의 정신은 그 순간 죽게 되었다고 할 것이고, 호남의 정신이 반외세, 반독재, 불평등에 저항하는 듯이 보이는 포장지에 쌓여 있었을 뿐 실재로는 극단적 지역이기주의자들이었다는 비판에 할 말이 없게 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여당인 새누리당이 정치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호남 사람들도 새누리당을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 교과서 같은 이야기이지만, 그게 진정한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호남사람들은 여태까지 야당인 민주당,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에 몰표를 던지는 지역주의적 속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러한 몰표현상이 영남패권주의에 의한 새누리당에 대한 몰표현상에 비해 도덕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앞에서 언급한 호남의 정신, 반독재, 민주, 반외세의 보다 높은 가치의 실현을 위해 그와 같은 몰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시대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영남패권주의, 진정한 의미에서의 새누리당에 대한 영남몰표현상은 새누리당이 박정희 대통령의 5ㆍ16쿠데타세력에 기반을 두고 전두환 대통령의 12ㆍ12군사쿠데타를 지지하고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을 탄압하였다는 사실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나온 것이기 때문에 도덕적 우위를 점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탈당파들로 구성된 국민의당의 정체성은 현재까지 그들이 행동으로 보여준 정책 등에 비추어 볼 때 참으로 애매모호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왕좌왕하고 있다고밖에 평가할 수 없는 오합지졸의 상태이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당내권력투쟁에서 밀려난 2등 짜리들이 다음을 기다릴 줄 모르는 조급함으로 채 부화되지 못한 알을 깨고 나온 격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호남인들은 새누리당의 정강정책이 옳다면 새누리당을 찍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들이 계속 집권할 수 있도록, 영남패권주의의 정당성을 부여해야 한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 영남패권주의가 국민에 대한 복지를 외면하고, 경제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청년의 일자리를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고, 경제를 더욱 피폐하게 하고, 국민의 총체적 행복을 갉아 먹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다시 말해 야당을 지지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문재인 전 대표체제가 그 자체로 영남패권주의라는 조작된 프레임에, 호남사람들을 말살하려 한다는 잘못된 허언에 현혹되어서는 아니 된다. 여당이 잘못하고 있다면 야당을, 야당이 잘못하고 있다면 여당을 지지하는 것이 옳다. 만일 여당이 잘못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야당에 투표하면서도 두 개의 야당에 대한 지지표를 분산하여 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것은 말 그대로 거짓 영남패권주의에 현혹되어 진짜 영남패권주의를 공고히 함으로써, 호남 사람 스스로 지역주의, 호남패권주의에 갇혀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호남의 정신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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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0 16:11:59
이 분, 전라도 분이라네요.

호호엄마 2016-01-29 23:11:34
현 여당이,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나라를 이 모양으로 이끌고 가고 있음에도 지지율이 전혀 오르지 않고, 외려 모든 선거에서 패배하고, 세월호와 국정교과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현 야당이 지금 그 자리에서 그 모습 그대로 버티려 하는데 그걸 그냥 주류가 아니니 스스로의 힘이 커질때까지 지켜보아야 하나요? 어떻게든 판을 깨고 새 판을 짜야하는거 아닌가요? 타개책이 안 보이는데 그 틀안에서만 움직이라구요? 뭐든 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였다구요...총선도 깨질게 확실했고요...야당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었다구요!

코코아빠 2016-01-29 17:42:14
친박 종박 진박으로 권력의
중심에 있는 개누리당의
패권주의는 조중동에서는 어찌 조용한지?더불어 민주당의 친노
패권주의는 하루종일 씹어대는
현실은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지 호남팔이하는 안철수는
과연 정권교체의 동기가
될까요?
새정치가 아니라 세정치해서
대통후보 단일화라도 하려는
의도된 행보로 보이는데~~

전라도? 2016-01-29 08:07:27
전라도의 나라 망치는 지역이기주의 넌덜머리난다.깨갱해라 전라도!

이현규 2016-01-28 21:50:20
정동영 부분 중 사실을 왜곡해서 보지 마세요 기자 본인의 눈, 기준데로 보고 싶었겠죠 정동영을 여당후보로 내세울리 만무하다고요? 그럼 인정하고 밀어줬다는 말인가요? 누가요 청와대가? 집권여당 모두? 이해찬 총리 친구는 무슨 친구 친구타령 그만해라 면박하고 토론회 무단펑크내고 유시민장관 뛰어난 언변으로 비꼬며 매도하고 왕따시키고..정동영이 여당후보 된건 그가 당을 장악하고 있었죠 DY계는 최대 계파였죠 나머지 친노들은 모두 기권하고 외면했죠 500만표 참패는 그가 홀로 모든걸 뒤집어 쓰는걸 즐기던 나머지 친노들의 작품이지요 틀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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