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공소장의 예비적·택일적 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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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공소장의 예비적·택일적 기재
  • 이창현
  • 승인 2016.01.2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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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의 의
 
예비적 기재란 공소장에 수개의 범죄사실1) 또는 적용법조에 대하여 심판의 순서를 정하여 선순위의 범죄사실 또는 적용법조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후순위의 범죄사실 또는 적용법조에 대하여 심판을 구한다는 취지로 기재하는 것을 말한다.2) 이 경우에 선순위의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 또는 본위적 공소사실이라고 하고, 후순위의 공소사실을 예비적 공소사실이라고 한다. 그리고 택일적 기재란 공소장에 수개의 범죄사실 또는 적용법조에 대하여 심판의 순서를 정하지 않고 어느 것을 심판하여 인정하여도 좋다는 취지로 기재하는 것을 말한다. 
 
공소장에는 수개의 범죄사실과 적용법조를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할 수 있다(법 제254조 제5항). 이러한 사항은 임의적 기재사항이다. 형사소송법은 범죄사실과 적용법조를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죄명도 당연히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할 수 있을 것이다.
 
공소장에 예비적·택일적 기재를 인정하는 이유는 검사가 공소제기시에 공소사실에 대한 심증형성이 충분하지 않거나 법률적 구성을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도 공소장의 기재방법에 융통성을 갖도록 하여 공소제기의 편의를 도모하려는데 있다(배/이/정/이 254면; 신동운 516면; 이은모 404면; 이재상/조균석 395면; 임동규 297면). 
 
이러한 공소장의 예비적 ? 택일적 기재는 공판심리의 진행 중에 법원 또는 검사의 심증형성의 변경에 따라 공소제기 후에 공소사실과 적용법조를 예비적·택일적으로 변경하는 공소장변경과 구별된다. 

2. 허용범위
 
공소장에 기재할 범죄사실과 적용법조의 예비적·택일적 기재를 어느 범위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되고 있다. 

가. 학 설
 
(1) 적극설(비한정설)은 예비적·택일적 기재는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는 수개의 범죄사실 사이에서도 인정된다는 견해이다(배/이/정/이 256면; 송광섭 351면; 신동운 518면; 이영란 458면; 임동규 298면). ①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5항이 수개의 범죄사실에 대한 예비적 ? 택일적 기재를 규정하면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요구하고 있지 않으며, ② 공소장의 예비적 ? 택일적 기재는 본래 기소편의주의의 연장선상에서 공소장기재의 엄격성에 따른 불편을 제거하기 위하여 인정된 것이고, ③ 검사에게 수개의 범죄사실을 독립적으로 기재하거나 수개의 공소장을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무용한 절차의 반복을 초래하고, ④ 수개의 범죄사실을 처음부터 경합범으로 기소한 경우에 비하여 피고인의 방어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는 것을 그 논거로 하고 있다.

(2) 소극설(한정설)은 예비적·택일적 기재는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는 견해이다(노명선/이완규 360면; 손동권 383면; 신양균 328면; 이은모 405면; 이재상/조균석 396면; 정웅석/백승민 362면; 진계호 397면). ①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수개의 범죄사실을 공소장에 예비적 ? 택일적으로 기재하는 것을 허용하게 되면 조건부 공소제기를 허용하는 결과가 되어 불확정적인 공소제기를 인정하는 것이 되고, ②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수개의 범죄사실은 경합범으로 기소하거나 추가기소를 하는 것이 당연하고, ③ 수개의 범죄사실이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죄사실이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있어서 실질적인 차이가 생기게 된다는 것을 그 논거로 하고 있다.

나. 판 례
 
판례는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내에서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할 수 있음은 물론이나 그들 범죄사실 상호간에 범죄의 일시, 장소, 수단, 및 객체 등이 달라서 수개의 범죄사실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이들 수개의 범죄사실을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할 수 있다’고 하여(대법원 1966.3.24.선고 65도114 전원합의체 판결) 비한정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 검 토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5항에서는 단순히 ‘수개의 범죄사실과 적용법조’라고 하여 예비적·택일적 기재에 있어서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요건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반면에 제298조 제1항에서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라고 하여 공소장변경시에는 동일성을 요건으로 규정한 바와 같이 공소제기에 따라 심판의 대상이 정해지므로 공소제기시와 공소제기후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할 것이고, 공소제기시에 동일성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하여 예비적 ? 택일적 기재를 하지 않고 실체적 경합범으로 기소하거나 추가기소를 한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유리한 것도 사실상 없다고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만 예비적·택일적 기재가 가능하다면 공소장변경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므로 공소제기시에 예비적·택일적 기재를 할 필요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공소장에 예비적·택일적 기재가 가능하도록 한 취지에 따라 그 효과적 활용을 위해서라도 적극설(비한정설)과 같이 공소장의 예비적·택일적 기재에 대해서는 동일성의 범위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겠다. 
 
한편, 한정설의 입장에서는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실을 공소장에 예비적·택일적으로 기재한 경우에 법원이 이를 어떻게 처리하여야 하는지를 또 논의하여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① 검사로 하여금 공소장을 경합범으로 보정하게 하는 방법(노명선/이완규 360면; 손동권 383면; 신양균 328면; 이재상/조균석 396면; 정웅석/백승민 363면; 진계호 398면), ②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는 방법(이은모 406면) 등이 거론되고 있다.    

3. 법원의 심판

가. 심판의 대상 
 
예비적·택일적 기재의 경우에 공소제기의 효력은 공소사실 전체에 미치므로 공소장에 기재된 모든 범죄사실이 법원의 현실적 심판의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예비적 기재에서는 주위적 공소사실뿐만 아니라 예비적 공소사실도 심판의 대상이 되며, 택일적 기재에서도 공소사실 전부가 심판의 대상이 된다. 
 
예비적·택일적 기재에서 공소사실의 일부에 대한 상소제기의 효력은 나머지 공소사실 부분에 대하여도 미치므로 모두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3) 이에 따라 상소심법원은 원심법원이 판단하지 아니하였던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고, 택일적 공소사실 가운데 하나의 사실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른 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도 있게 된다(대법원 1975.6.24.선고 70도2660 판결).   

나. 심판의 순서 
 
예비적 기재의 경우에는 법원의 심리와 판단의 순서도 검사의 기소 순위에 의하여 제한을 받게 된다. 따라서 법원은 주위적 공소사실을 먼저 심판하고 만일 유죄가 인정되지 않으면 다음으로 예비적 공소사실을 심판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하여 판단하면 위법하므로 상소이유가 된다(대법원 1976.5.26.선고 76도1126 판결). 
 
그리고 택일적 기재의 경우에는 법원의 심리와 판단의 순서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따라서 법원이 어느 하나로 유죄를 인정하면 되는 것이며, 이에 대해 검사가 다른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상소할 수도 없다.4)

다. 판단의 방법 

(1) 예비적 기재
 
먼저 ① 주위적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판결주문에 유죄를 선고하고 판결이유에서도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판단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② 주위적 공소사실은 무죄이지만 예비적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판결주문에 유죄를 선고하고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별도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고 판결이유에서만 무죄 판단을 하여야 한다. 예비적 기재의 경우에는 법원이 심판의 순서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를 설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③ 주위적 공소사실과 예비적 공소사실이 모두 무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판결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고 판결이유에서 모든 공소사실에 대하여 판단을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12.22.선고 2004도7232 판결 참조).    

(2) 택일적 기재

어느 하나의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면 판결주문에 유죄만을 선고하면 되고 다른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판결이유에서도 판단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택일적으로 기재된 모든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비적 기재의 경우와 같이 판결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고 판결이유에서 모든 공소사실에 대하여 판단을 하여야 한다.5)  

* 핵심사항 : 예비적 기재, 택일적 기재, 주위적 공소사실, 예비적 공소사실, 임의적 기재사항, 공소장, 범죄사실, 적용법조, 허용범위, 심판의 대상, 심판의 순서. 

각주)-----------------
 
1)송광섭 351면에 의하면 ‘범죄사실’이 아니라 ‘공소사실’이기 때문에 입법의 착오라고 주장하고 있는 바와 같이 공소사실이 더 정확한 표현이지만 같은 의미이므로 편의상 법조문에 따르기로 한다.
 
2)세월호사건에서 검찰은 세월호 선장과 선원 등 15명에 대해 2014.5.15. 구속기소하면서 선장, 1등 항해사, 2등 항해사, 기관장 등 4명에 대해서는 주위적으로 살인 및 살인미수 등의 혐의와 예비적으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지 않을 것에 대비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죄인 유기치사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조선일보 2014.5.16.자 A3면, “선장, 살인?살인미수 등 5개 혐의 적용” 기사 참조).
 
3)대법원 2006.5.25.선고 2006도1146 판결,「원래 주위적·예비적 공소사실의 일부에 대한 상소제기의 효력은 나머지 공소사실 부분에 대하여도 미치는 것이고,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적용법조의 적용을 주위적·예비적으로 구하는 경우에는 예비적 공소사실만 유죄로 인정되고 그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만 상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주위적 공소사실까지 함께 상소심의 심판대상에 포함된다.」<검사가 주위적으로 뇌물공여죄, 예비적으로 배임증재죄로 기소한 사안에서, 항소심이 뇌물공여죄 부분은 무죄로 판단하고 배임증재죄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경우에 피고인만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에 대하여 상고하였더라도 주위적 공소사실 부분 역시 상고심의 심판대상에 포함된다고 보아 법리오해가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 부분을 직권 파기한 사례>
 
4)대법원 2006.12.22.선고 2004도7232 판결,「검사로서는 특정 증여대상물에 대하여 택일적으로 기재된 증여자 중 ① 한쪽을 증여자로 인정하여 유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하여 나머지 한쪽을 증여자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복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② 특정 증여대상물에 대하여 택일적으로 기재된 증여자 중 어느 쪽도 증여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하여는 택일적으로 기재된 증여자 중 적어도 어느 한쪽은 증여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불복할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 1981.6.9.선고 81도1269 판결,「본래의 강도살인죄에 택일적으로 살인 및 절도죄를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을 하여 법원이 택일적으로 공소제기된 살인 및 절도죄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이상 검사는 중한 강도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하지 아니한 것이 위법이라는 이유로 상소할 수 없다.」
 
5)대법원 2006.12.22.선고 2004도7232 판결,「검사가 수개의 가분적인 증여대상물에 대하여 증여자를 택일적으로 기재하여 증여세 포탈죄로 공소제기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각 증여대상물별로 증여자를 가려 심판하여야 하므로, ① 특정 증여대상물에 대하여 택일적으로 기재된 증여자 중 한 쪽을 증여자로 인정하여 유죄로 판단하는 경우에는 나머지 한 쪽이 증여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따로 심판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만, ② 특정 증여대상물에 대하여 택일적으로 기재된 증여자 중 어느 쪽도 증여자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는 경우에는 택일적으로 기재된 증여자 모두에 대하여 증여자로 인정할 수 없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및 변호사시험 시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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