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부의 달인’ 사법연수원 수석 한성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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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부의 달인’ 사법연수원 수석 한성민씨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6.01.22 15:24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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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민·제45기 사법연수원 수석·광명북고·서울대 법학과 졸업
 

“법으로부터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법조인 되겠다”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국내에서 공부벌레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사법연수원. 중고교 시절 대부분 ‘공부의 달인’으로 통하는 이들이 국내 최고의 시험이라 할 수 있는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그들이 모여 또 다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곳. 

‘합격은 새로운 경쟁의 시작일 뿐이다’는 문구처럼 고3 학생들 못지않게 공부해야 하는 사법연수생들. 사법연수원이 경기도 고양시 마두역 인근에 있다는 걸 빗대서 연수원생들 사이에서 ‘마두고(高) 학생’이라는 자조적인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러한 혹독한 사법연수원 과정을 감내하고 무사히 수료할 수 있었던 근저에는 그들이 법조인이 되려고 했던 소중한 이유가 굳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8일 2년 동안의 밀도 높은 연수과정을 충실히 마치고 새해에 법조인으로서 출발점에 선 356명이 가족과 각계의 축하와 환영 속에서 탄생했다. 

사법연수원의 내로라하는 인재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이라면 가히 ‘공부의 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올해 45기 수료생 가운데 수석으로 대법원장상을 수상한 한성민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89년생, 올해 나이로 만 27세에 불과한 그는 경기도 광명 출신이다. 광명북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한씨는 법률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함께 2년간 공부한 연수생 모두가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고 저보다 훌륭한 연수생도 많은데, 제가 이렇게 과분한 상을 받게 되어 부끄럽다”면서 “여기에 안주하거나 자만하지 않고 더 낮은 자세로 올바른 법조인이 되고자 노력하겠다”는 수석 소감을 밝혔다. 

2년간의 ‘사법연수원’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게 된 그에게 연수원 생활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지 궁금했다. 그는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는데 이렇게 2년의 연수원 과정을 마치고 수료한다는 것이 아직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훌륭하신 지도교수님들과 따뜻하고 가족 같은 조원들을 만나서 2년이란 시간을 잘 헤쳐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회를 드러냈다. 이어 그는 “이제는 정말 법조인이 된다고 생각하니 부족한 실력에 두렵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꿈꾸던 것이니만큼 벅차고 설레기도 한다”는 말에 지난 오랜 시간 동안 법조인이 되기 위해 준비해왔던 자신의 모든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줄 것 같은 믿음이 느껴졌다.  

지금쯤은 어려웠던 일들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을 그에게 어떤 일이 가장 즐거웠을까. 바로 2학기 시험을 마치고 떠났던 엠티였다. 연수원 생활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를 마치고 1년간 동고동락의 시간을 함께한 조원들과 놀며 이야기를 나눈 것이 뚜렷한 추억이 됐다. 

공부에 일가견 있는 그도 사법연수원 시험은 부담이었다. 다들 공부벌레로 통하지만 격일로 하루 8시간에 걸쳐 식사도 못하고 시험을 볼 정도의 강행군을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 

한씨도 역시 가장 어려웠던 일로 연수원 시험을 꼽았다. 그는 2학기 시험 마지막 과목을 앞두고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 오후 내내 책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링거 주사를 맞으며 마지막까지 버텨내야 했다. 

우리 사회의 급격한 변화의 물결은 법조계에도 예외 없이 밀려들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법조인의 역량은 단순히 ‘법률 전문가로서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라는 잣대로만 평가되지 않을 것이고, 인격이 중요한 역량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한씨도 연수원 과정에서 법실무능력 배양의 중요성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법조인으로서의 태도와 가치관을 정립하는 일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년 동안 어떤 법조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선배 법조인이기도 하신 훌륭하신 교수님들과 다양한 생각과 능력을 가진 동료 연수생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연수원은 그런 고민을 하기에 참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2학기 민사변호사실무(3학점)에서 a-를 받은 것을 제외하고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은 비결이 궁금했다. 그는 우선 조원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서로 경쟁관계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서로 모르는 것을 질문하며 쟁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시험 팁이나 노하우 등을 공유하면서 많이 배우고 실력을 늘릴 수 있었다는 것. 

한편으로는 사법시험 합격 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라는 비영리공익변호사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하면서 ‘법공부를 왜 하는가’에 대해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 동기부여가 됐고, 그게 공부에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생들은 1년차에 1학기, 2학기 시험, 2년차에는 3학기 시험을 마치고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의 실무수습 기간을 거치게 된다. 법원, 검찰, 변호사 실무수습을 갑, 을, 병 각 군별로 나누어 순서를 달리하여 받는다. 

특히 변호사 실무수습의 경우에는 검찰 및 법원과 달리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는 변호사사무실, 부띠끄(boutique) 혹은 대형 로펌에서 시보로서 변호사 실무수습을 하게 되지만, 채용이 가능한 인턴의 형태로 갈 수도 있고 공공기관이나 국제기구에 가서 일할 수도 있다. 지난 44기의 경우에는 구 유고슬라비아 국제전범재판소, 엘지전자 중동아프리카 본부, 일본변호사협회 국제교류위원회 등의 다양한 기관에 선발되어 실무수습을 받는 연수생이 많았다. 

3학기에 걸친 집중적인 이론교육 이후에 경험하게 되는 6개월 간의 실무수습과정은 연수생들에게는 활자로서의 법을 생생하게 살려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 기간 동안 법원, 검찰, 변호사 각 직역의 성격을 현장경험을 통해 이해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한 번 더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한씨의 경우도 대체실무수습제도를 통해서 주제네바대한민국대표부로 실무수습을 가게 됐다. 그는 “유엔 인권이사회 등 생소하던 국제 인권 영역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좋았다”면서 “여러 국제기구에서 법조인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법조시장의 급변으로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새내기 법조인에게 불안감과 당혹감을 느끼게 한다. 단순히 과거의 법조인에게 주어졌던 역할에 머무르거나 안주할 것이 아니라, 법조인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요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진취적인 자세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와 창의적인 발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속에서 앞으로 전망이 밝은 전문분야가 어딜까. 이에 한씨는 “최근 우리나라가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되었고 국내외적으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 및 인권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인권 문제는 필연적으로 법적 관점을 수반함에도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가 급변하고 다양화되면서 새로운 인권 문제가 증대하고 있는 반면, 이에 대한 법적 접근 및 권리 구제는 부족한 실정이므로 법조인들이 이 분야에 대해 더 관심을 갖는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는 3월에 입소하게 되는 후배 연수생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우선 진심으로 합격과 입소를 축하드린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고, 튼튼한 체력과 백지 같은 마음을 준비해 오시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연수원 생활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훌륭하신 교수님들과 뛰어난 동료 연수생들부터 맘껏 배우고 익히겠다는 자세로 임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부와 관련해서 그는 “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른 타당성을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다”며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바로 정의라고 할 때, 늘 무엇이 왜 같고 다른지를 고민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판례의 활자 아래에 항상 숨 쉬는 사람이 있다는 점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최근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는 사법시험 존치와 관련해 입장을 묻자 그는 “사법시험과 로스쿨 모두 세계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법조인양성제도로서 어느 한 쪽이 절대적인 우위를 갖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을 거쳐 법조인으로 양성될 수 있었고, 이에 대하여 무한한 감사와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로스쿨은 폭넓은 배경의 법조인을 길러내어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고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록 지금까지 로스쿨이 교육과정 등에서 노정한 문제점이 적지 않지만, 투-트랙 방식은 양 제도의 단점을 고치기보다는 방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로스쿨은 아직 정착 중에 있는 제도인 만큼 그에 대한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보완 및 개선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오랜 전통을 통하여 쌓아온 사법연수원의 법조인 양성 노하우가 소실되는 일 없이 잘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곧 군법무관으로 입영하는 그에게 앞으로 진로가 궁금해 하자 그는 각 직역마다 매력이 뚜렷해서 아직 고민 중에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대학원에서 행정법을, 연수원에서 노동법을 공부하면서 다시금 법이 사회와 국가에 미치는 영향을 느낄 수 있었다”며 “공법과 사회법 분야에 대한 법지식과 이해를 높여서 어느 직역에서든 법을 통해 올바른 사회, 건강한 국가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는 법조인 상(像)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처음 법조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고등학생 시절의 저를 잊지 않고 늘 스스로를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법조인, 그런 낮은 마음가짐으로 법을 필요로 하지만 법으로부터 소외된 이들과 법의 이름으로 함께 하는 법조인,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에 만드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 법조인”으로 정립돼 있었다. 

법조인을 꿈꾸는 후배 수험생들에게 그는 “사법시험 준비가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감히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지만, 마음은 저 먼 곳을, 그러나 눈은 오늘 하루의 공부를 바라보며, 이 추운 겨울 정말 힘내셨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먼저 지금까지 쉽지 않은 형편에서도 저에게만큼은 항상 좋은 것을 해주시며 늘 올바르게 살라고 가르쳐주신 어머니와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말할 수 없이 감사드린다”며 “또한 저로 인해 때때로 원하는 바를 포기해야만 했던 누나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르침을 주신 교수님에 대한 감사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늘 당신의 언행으로써 직접 저희에게 귀감이 되어주시고 부족한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6반 지도교수님이신 김종근 교수님, 정문성 교수님, 정재헌 교수님, 정수진 교수님과 인권법학회 지도교수님이신 조해근 교수님, 윤경아 교수님, 최병철 교수님, 신재환 교수님, 최성국 교수님을 비롯한 모든 연수원 교수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또 “어리고 부족한 저를 가족처럼 잘 챙겨준 6반 동기들, 특히 우리 C조 조장 김상구 형과 멘토 천수형을 비롯한 우리 사랑하는 조원들 모두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비록 활동은 열심히 하지 못 했지만, 종종 모여 같은 뜻을 나누던 인권법학회 학회장 병엽이형을 비롯한 학회원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수원 생활에서 어려운 것이 있을 때마다 도움이 되어준 지영이, 정훈이, 제환이, 정용이형에게도 큰 고마움을 또한 전했다. 

또한 그는 “학부부터 대학원까지 늘 학문으로서의 법학의 매력을 가르쳐주신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행정법 박정훈 선생님께도 깊이 감사드린다”며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감사의 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방황하던 제게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구성원분들, 제네바에서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저를 지도해주신 주제네바대한민국대표부의 지도관분들, 짧은 기간임에도 난민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가르쳐주신 난민인권센터 분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그리고 “늘 저에게 웃음과 힘을 주는 종규, 상현이, 환이, 환우, 용준이를 비롯한 광명 친구들, 우석이, 성인누나를 비롯한 열린창학회 동기들, 선배 구열이형에게도 참 고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늘 제 곁에서 한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고 함께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꾸며 걸어가는 승현이에게 큰 고마움과 사랑을 전한다”고 감사의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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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2016-02-14 19:06:29
크... 희소성 마케팅 펼치기 ㄷㄷ

야합 2016-02-05 15:06:33
희안하게도 정작 자신은 사법시험합격 그것도 수석을했는데 혜택을 받아 감사와 애정을 느낀다고 하면서도 사시제도의 존치를 얘기하지않고 로스쿨의 발전을 바란다는 애매모호한 말을하고있다...최고우수한 사람은 자신이속한 집단이나 제도에 그닥 집착하지않는다고했던가...
사시존치에대한 명확한 태도없이 어쩡쩡한 태도로 물러나있는 기성 법원검찰 법조인들의 행태가 새내기때부터 벌써 느껴지는 사람이구나... 이렇듯 감정조절이 잘되는자가 출세하게되는 사회인거겠지만 씁쓸하다

로스쿨의 가장 큰 문제점은 2016-01-28 17:06:19
등록금, 입학의 진입장벽, 로스쿨 내 서열화와 그에 따른 임용입사, 공평한 평가기준 부족 등 많은 문제점들을 꼽을 수 있으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문제에 대한 인식을 할 자세가 없다는 것이다. 도입 이후 문제점이 끊임 없이 나타났으나 아무 것도 하지 않다가 결국 유예 발표가 나니 부랴부랴 야간로스쿨 만들고 있지 않은가. 만약 그 발표가 없었다면 여전히 똑같았겠지. 댓글이나 토론회를 봐도 지적 되는 문제점에 대해 말을 돌리거나 사시도 비슷하다라고만 하지. 인정하고 대책을 내놓는 경우는 보지 못 했다. 문제를 모르는데 무슨 보완이 있으랴

멋집니다 2016-01-26 14:52:31
멋집니다. 이 나라의 미래가 밝네요.

축하드려요 2016-01-24 20:51:41
성실함 균형적이고 이성적인 사고
사람 귀한 줄 알고 주위에 고마워 할 줄 알고
게다가 사회와 인권에 대한 높은 관심 등
배울 점이 많은 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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