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투장에 내몰리는 5급 공채 임용 후보자들
상태바
[사설] 검투장에 내몰리는 5급 공채 임용 후보자들
  • 법률저널
  • 승인 2016.01.22 15:24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앞으로 행정고시(5급 공채)에 합격해도 최종 공무원 임용에서 탈락할 수 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19일 사실상 사문화돼 있던 ‘연수 중 탈락 규정’을 올해부터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규정에 따르면 연수 중 교육질서 문란 등으로 3.5점 이상의 벌점을 받거나 전체 교과목 성적이 100점 만점에서 60점 미만인 성적 하위자도 임용에서 탈락할 수 있다. 수개월간의 연수과정을 통해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공직 적격자만 뽑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교육 중 휴대전화를 보거나 잠을 자는 등 ‘불량 연수생’이 있어도 실질적인 제재를 가할 수 없었다. 1963년 제1회 행정고시가 시작된 이래 연수 과정에서 개인 사유가 아닌 교육태도 불량이나 성적 등의 이유로 탈락한 후보생은 한 명도 없었다.

이와 함께 인사혁신처는 교육성적 상위권 후보생을 핵심인재로 관리하는 방안, 3~5년차 공무원을 지도직원으로 선발해 멘토링을 실시하는 방안, 3박4일이었던 합숙교육을 3주로 늘리고 한자와 제2외국어를 필수적으로 습득하도록 하는 방안도 도입·시행될 예정이다. 삼성 등 민간 대기업의 멘토링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합숙교육을 늘린 것도 공직가치와 공무원으로서의 기본자세에 대한 집중 교육을 합숙을 통해 실시하겠다는 것이 인사처의 설명이다. 또 한자와 제2외국어 습득의 경우 자기개발계획 중 필수항목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시행되며 전체 연수기간 중 제2외국어는 초급단계, 한자는 3급을 취득해야 하며 취득하지 못하는 경우 감점을 받게 된다. 

인사혁신처의 이같은 교육 강화 계획은 연수과정을 통해 국가에 봉사할 수 있고 공직윤리가 갖춰진 공무원을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신입 공무원 연수는 1차 공직적격성테스트(PSAT)와 2차 필기시험, 3차 최종면접에 합격한 후보생을 대상으로 5개월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옛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이뤄진다. 앞으로 탈락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된다면 연수과정에서 일부 행정고시 합격생의 해이한 태도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 3차 면접까지만 붙으면 5급 공무원이 된다는 공직사회 분위기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지나친 연수과정 강화는 연수원에서의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고 동료애보다는 하나의 경쟁자로 인식할 경우 오히려 교육의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할 사항이다. 신입 공무원 연수도 공직 적격자를 걸러내는 엄연한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할 부분이 있지만 경쟁 일변도의 패러다임 하에서는 상생과 협력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오늘날 공직사회도 국민과의 소통과 상생, 협력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1차·2차·3차를 거쳐 수십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이들에게 또다시 4차 시험으로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교육과정을 통해 공직자로서 국민의 기대에 걸맞은 역량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은 스스로 필요에 의해 자율적이어야 한다.  

이참에 외교관후보자 선발방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외교관후보자의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의 탈락 여부가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로 정해지며 무조건 10% 내외는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들은 입교하자마자 합격의 기쁨을 나눌 사이도 없이 탈락하는 10%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또다시 지옥 같은 경쟁에 내몰린다. 당락 차이가 0.1점도 나지 않는다니 경쟁만 더 살벌해진다. 아무리 평가 과정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진다고 해도 0.1점 미만의 차이로 당락을 결정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처지를 동료와의 결투에서 이겨야 살아남는 검투사에 비유한다. 국립외교원에 입교할 때까지 수많은 경쟁을 뚫었고 절대평가에서는 외교관에 임용되는 데 문제가 없을 인재를 상대평가를 통해 탈락시키는 것은 원형경기장에서 연전연승하다가 진 검투사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리는 것만큼이나 잔인한 처사다. 외교관에게는 업무 역량도 중요하지만 투철한 애국심과 국가관, 동료와의 팀워크와 인화가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누군가가 탈락해야 하는 무한 경쟁의 제도하에서 이러한 심성을 제대로 함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교육 강화라는 빌미로 5급 공채 임용 후보자들을 경쟁으로 내모는 것은 잔인한 교육에 불과하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2016-01-25 00:54:54
꼰대들 지들때는 편하게 날로먹고 아랫세대들은 조지네요

353 2016-01-24 14:37:53
무한경쟁...이것만이 답일까요?

ㅁㅁ 2016-01-22 17:20:43
위화감 조성이라 해서 이름도 5급 공채로 바꾸고 7급 9급 출신도 우수인재는 고위직 진출 가능한 방향으로 간다는데 왜 굳이 5급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모르겠음. 특수대학, 7,9급도 연수과정때 떨어뜨리고 사법연수생도 떨어뜨리고 연수때 다 떨어뜨리죠 그냥 연수효과도 강화되고 우수인재양성도 가능한데요 왜 5급만 유독 죄지은 거마냥 엄격한 잣대들이대는지 이해불가. 이래놓고 몇 년뒤에 또 제도바뀌면 그동안 연수때 떨어진 사람들 인생만 뭐 되는거임 아무도 책임안지고 무슨 실험용 쥐도 아니고 인생걸고 보는 시험인데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