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기출문제 출제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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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기출문제 출제 누가 책임지나
  • 법률저널
  • 승인 2004.03.3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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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법시험 제1차시험에서 민법과목 1책형 22번(3책형 16번) 문제가 모학원 기출문제와 거의 동일하게 출제돼 출제위원 선발·점검 과정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어느 시험이고 정답 시비는 늘 있어왔지만 학원의 문제가 실제 시험에서 출제되었다는 것은 그 도를 넘은 것이다. 수험생의 일생을 좌우할 국가 최고 시험의 공신력이 땅에 떨어지고 이 문제로 무효를 요구하는 수험생과 원래대로 가야 한다는 수험생들간의 갈등을 빚으면서 시비가 커졌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해당 문제는 모대학 이모 교수가 모학원 모의고사에 이미 출제하였던 문제를 사법시험 문제은행에 제출한 것이고, 해당 교수는 1차시험 민법과목 합숙출제시 수십배수의 문제은행에서 실제 시험문제를 선정 및 수정하고 검토하는 1차시험 출제위원 및 검토위원으로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일부 응시자들이 주장하는 문제 무효화 여부에 대해서는 이번 사법시험 1차시험 출제과정 자체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진 점, 해당 문제 자체는 특수한 영역에서 출제된 것이 아니며 출제오류가 없는 점, 사전에 해당 문제를 접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를 어렵게 맞힌 다수의 응시자들의 이익을 침해하여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수험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교수에 대해서는 문제은행 출제위원 위촉을 취소하고, 향후 시험위원 위촉을 배제하는 동시에 해당 대학에 통보조치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가 향후 시험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여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이번 사태의 책임은 출제위원 한 사람에게 전부 귀결된 셈이다. 물론 1차적으로 그 책임은 출제위원에게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출제함에 있어 출제위원으로서 출제 원칙과 공정성에 근거한 양식이다. 국가의 동량지재(棟梁之材)를 뽑는 시험은 그 중요성에 비추어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학원의 기출문제를 사법시험 문제로 출제했다는 것은 출제위원의 양식을 무너뜨린 처사로 그 어떤 이유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뿐더러 신상필벌로 다뤄져야할 중대 사태다.

출제위원은 그렇다쳐도 법무부는 주관관청이면서 시험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법무부의 책임은 더욱 막대하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향후 유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올해 사법시험 관리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정답 시비가 완전히 씻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예년에 비해 현격히 줄었고 복수정답이 없었던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하지만 학원 기출문제가 그대로 출제되었다는 것은 옥의 티 그 이상이다. 그럼에도 수능시험에서 1문제 복수정답으로 인해 국무총리가 사과를 하고, 교육부총리와 한국교육과정평가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줄줄이 물러난 것에 비해 법무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는 몰염치다. 

이번 시험에서 손해봤을지 모른다며 억울해 하는 수험생의 귀에 법무부의 유감 표명이 들릴지는 의문이지만 사과하지 않은 것은 법무부가 무감각해서인지 아니면 무책임해서인지 알 수가 없다. 출제위원 교수들이 학원의 모의고사를 출제하고 있는 현실에서 형식적인 사전 검증체계 상황에선 시험의 공정성이란 입발린 구호에 불과할 것이다. 법무부는 향후 철저한 출제 검증체계를 도입해 이같은 재발을 막는 것이 궁극적인 책임일 것이다. '통보조치' 같은 뜨뜻미지근한 조치로는 내년에 또 같은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출제위원들도 경각심을 갖고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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