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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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16)
  • 박준연
  • 승인 2016.01.1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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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미국 로스쿨 입시 이것저것 

LSAT이라고 불리는 로스쿨 입학시험 (Law School Admission Test) 준비를 할 때 종종 듣는 이야기는, LSAT 시험 준비가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실제 로스쿨 생활에 비할 바가 못되고, 로스쿨 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졸업 후 변호사로 일할 때 힘든 것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 경험상 이 얘기는 맞는 부분도 있지만 또 틀린 부분도 있다. 다른 미국 대학원 진학과는 달리 미국 로스쿨 입시는 LSAT 점수와 대학 학점이 가장 큰 부분을 좌우한다. 대학 학부를 졸업한 상태, 즉 학점이 이미 결정된 상태라면 LSAT 시험 준비에만 매달리면 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로스쿨 입시 준비의 초기 단계, 즉 LSAT 시험 준비는 비교적 단순한 과정이다. 

그렇다고 LSAT 준비가 쉬운가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시간 제약 하에서 논리적 사고력, 독해력, 분석적 사고력을 측정하는데, 영어가 모국어인 수험생들에게도 이 시간 제약은 꽤 엄격한 편이다. 영어가 외국어라면 이 시간 제약이 특히 힘들게 느껴진다. 나 역시 그랬다.

또 실제 시험에서는 점수에 반영되지 않는, 흔히 더미(dummy)라고 부르는 실험 영역까지 포함하여 약 3시간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컨디션과 무관하게 3시간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내 경우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LSAT 준비를 했다. 하루 업무를 마치고, 혹은 주말에 시간이 나는 대로 LSAT 기출 문제를 풀었다. 물론 야근도 주말 근무도 자주 있었기 때문에 매일 시험 공부를 할 여유는 없었다. 일찍 일을 마치는 날이면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직장 근처의 카페에서 시간을 정해서 문제를 풀었는데 피곤해서 문제를 풀다가 조는 일도 없지 않았다. 

그렇게 짧은 시간 시험 준비를 한 것 치고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LSAT의 특성상 문제 풀이, 시간 배분 요령을 체득할 때까지는 공부한 만큼 점수가 조금씩 올라가지만, 그 이후는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하더라도 점수가 그리 올라가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일이 바쁜 와중에도 시험 준비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리하여 12월 LSAT 성적을 받아들고, 미국 로스쿨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느 시험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준비를 열심히 하지 않고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지만, 준비를 열심히 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우연하게도 LSAT 점수가 나쁘지 않았고, 또 우연하게 원하던 로스쿨에 합격했기에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일하는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LSAT 점수가 기대했던 것보다 좋았다고 해서 다른 입학 서류 준비가 쉬웠던 것은 아니다. 여전히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었고, 12월 시험 성적이 나온 크리스마스 무렵부터 입학 서류 제출 마감까지는 시간이 많이 촉박했다. 평일에는 일도 바빴기 때문에, 서류 마감 무렵의 주말에 날을 잡아 밤을 새면서 서류를 준비했다. 

미국 유학 자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입학 원서 작성 중에서도 막히는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간단하지만 그때는 모르던 부분을 하나하나 찾아봐가며 입학 원서를 작성하고 또 그와 별개로 에세이 초안을 쓰고 또 고치기 시작했다. 일을 마치고 추운 사무실에 남아 입학 서류를 작성하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로스쿨 준비는 그 이후의 고생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는 얘기에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그때 이런저런 행운과 우연이 겹쳐 뉴욕의 로스쿨에 진학하고, 이후 뉴욕의 로펌을 거쳐 지금에 이른 것이 잘한 선택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시간이 좀 더 흘러야 알 수 있지 싶다. 다만, 매일의 생활에서 크고 작은 보람을 느낄 수 있으니 로펌 생활이 고통스럽지만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미국 로스쿨 진학에 대한 여러 회의론이 있는 지금, 로스쿨 진학 여부 자체를 결정하는 것은 중요한 선택이다. 일단 그 선택을 하고 나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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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집사 2016-01-18 08:57:08
직장 다니면서 공부한다는건 절대 쉽지 않죠.
학생으로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 오히려 덜 힘들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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