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갑질 없는 공정한 사회
상태바
[칼럼] 갑질 없는 공정한 사회
  • 김현
  • 승인 2016.01.08 12:0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 대한변협 변호사연수원장(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최근 간장회사 회장의 기사 폭행사건과 전 대통령의 외손녀인 최민정 해군중위가 소말리아 아덴만 파병 임무를 마치고 귀국했다는 소식으로, 갑질과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대비됐다.  특히 최 중위는 독립심이 강해 학비를 스스로 벌어 공부했고 해군에 자원입대했다는 흐뭇한 소식이어서 이목을 끌었다.    

불평등한 주종관계를 자유의사에 기한 계약관계로 바꾼 것이 시장경제의 업적이지만, 무한 자유를 바탕으로 합리적 계약관계를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실제로는 경제적 강자와 약자가 분화되면서 새로운 불공정한 계약관계가 생기고 있다. 국내 유명 전자회사의 중소기업 기술탈취와 이로 인한 중소기업 도산 사례가 있었고, (1)국내 최대 항공사의 회항사건, (2)유명 화장품회사의 숙련방문판매원 빼가기, (3)국내 최고 유통기업의 계열사가 일방적으로 중소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해 중소기업이 사실상 파산했으며, (4)아르바이트생에게 지각벌금 10만원을 부과하는 등 많은 불공정한 사건이 발생해, 갑질 해소는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갑질은 개인적 결함으로 인한 경우와 기업의 극단적 이윤추구로 인한 경우로 나뉜다. 항공기 회항이나 간장회사 회장의 폭행은 왜곡된 인성이나 시민의식 부재 같은 개인적 결함에 기인한 반면, 방문판매원을 빼가거나 불공정거래행위는 기업의 탐욕적 이윤추구 때문이다. 갑질은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갑질은 몸은 자유시장경제 사회에 살면서 머리는 전근대적인 사고를 하고 있어서 발생하며, 건전한 사회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하므로 바로잡아야 한다.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하도급법에 기술탈취, 단가인하, 부당반품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등 제도를 정비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에 강행규정 성격의 조항을 많이 편입해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다.  

갑질은 장기적으로 갑에게도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다. 회사의 미래를 구상하고 직원들의 복지를 개선해야 할 회장이 상습적으로 기사를 폭행한다면, 스스로를 약자를 폭행하는 저급한 일에 고착시켜 더 높은 가치로 승화시킬 기회를 잃게 된다. 아울러 부도덕한 리더를 가진 회사는 외부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어 미래가 어두워진다. 즉, 갑질을 하는 것은 자신의 격을 스스로 격하시키는 행위이다. 칸트는,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독립된 순수이성을 가지고 있어 보편적인 도덕법칙을 세울 수 있고, 순수이성을 실현함으로써 존엄성을 가지게 된다고 말한다. 갑질을 일삼는 경우 상대방을 목적이 아닌 수단화할 뿐 아니라, 자신마저 자연법칙에 구속되는 일개 수단으로 전락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잃게 된다.    

한편 경제적·사회적으로 우세한 슈퍼갑이 스스로 절제하고 무리한 갑질을 하지 않는다면, 경제적 정의가 확립되어 갑질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최근 특권층 자제들이 특권은 누리면서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부도덕한 행위를 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러한 분위기에서 갑질이 큰 죄의식 없이 나타날 수 있다. 거대한 시장에서 개별적 경제행위를 일일이 규제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개인과 기업의 도덕성 회복에 의해 갑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최민정 중위와 같은 젊은이들이 늘어나 자연스럽게 공정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동안 본의 아니게 물질지향적으로 살아온 기성세대도 스스로 윤리기준을 강화하고, 순수이성을 실현하는 젊은이들을 격려하며 양성하는 사명을 다해야 한다. 새해에는 갑질논란을 극복하고 갑을병이 서로 존중하며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시오. 그리하여 다른 사람이 당신을 존중하게 하시오”라는 프랑스 사회의 똘레랑스 정신을 배울 필요가 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후유 2016-01-10 16:21:51
그렇군요..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