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김정은은 누구를 향해서 수소폭탄카드를 꺼내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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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김정은은 누구를 향해서 수소폭탄카드를 꺼내들었을까?
  • 신희섭
  • 승인 2016.01.0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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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2016년 신년 북한 김정은이 또 큰 일을 저질렀다. 12시 30분 조선중앙TV를 통해서 수소 폭탄실험에 “완전 성공”했다고 발표를 한 것이다. 수소폭탄을 통해 새로운 국면에 들어갔다고 북한은 자축하고 있다. 1월 8일. 김정은 생일 축포로는 너무나 강력한 축포를 쏘아올린 것이다.

북한이 4번째 핵실험을 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서 지진규모가 4.8정도가 나왔다는 점을 들어 북한 핵실험이 수소 폭탄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들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더해 수소폭탄보다는 증폭핵분열탄의 실험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폭발력에서 원자탄의 2배에서 5배까지 폭발력을 증대시키는 증폭핵분열탄과 1억도 이상의 핵폭발로 기폭이 되어 원자탄의 100배에서 1000배이상의 파괴력을 가지는 수소폭탄의 차이는 단순히 폭발력의 차이만은 아니다. 2격(second-strike)을 통해 실제 억지를 가능하게 하는 수소폭탄의 보유는 무기의 전략적 가치와 대응전략에서도 완전히 다른 세계를 여는 것이다.

칼럼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 북한이 과연 수소폭탄 실험을 한 것인지에 대한 진위를 알기는 어렵다. 확실한 것은 실험에 대한 발표와 결과사이의 차이가 오히려 혼란은 가중시킬 것이다. 과연 북한이 수소폭탄을 실험할 능력을 갖춘 것인지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이 핵실험 발표 후 11시간이 지난 상황이기 때문에 이후에 더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더 많은 해석들이 등장할 것이다. 대한민국, 미국, 일본, 중국 측에서 다양한 정보들이 흘러나올 것이고 북한 수소폭탄의 동기와 성공가능성에 대한 퍼즐은 점차 맞추어져 갈 것이다.

이 글은 성급히 북한 핵 실험원인을 단정하기 보다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핵실험을 통해서 북한은 누구와 대화를 하고 싶은가 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2011년 집권한 뒤 5년차를 맞이하고 있지만 정상회의를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이렇게 국제적 지지가 전무한 상황에서 김정은은 왜 중국과의 관계단절이 될 수 있는 최악의 결과가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수소폭탄이라는 새로운 이슈를 던졌을까?

그간 북한 핵실험이 향한 방향은 명백히 미국이었다. 그런데 이번 실험도 똑같이 미국에게만 대화를 하자는 것일까?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김정은이 던지는 수소 폭탄이라는 메시지가 누구를 향한 메시지인가이다. 이렇게 질문을 좁혀서 부족하지만 현재 확보할 수 있는 사실관계를 가지고 이 질문에 답을 찾아본다.

이번 실험은 몇 가지 점에서 특이한 부분이 있다. 첫 번째는 기존 3차례의 실험과 달리 미국과 중국에 대한 사전예고가 없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김정은이 12월 15일자로 실험지시를 내린 자필 서명을 그대로 공개했다는 점이다.

두 가지 점에 비추어 이번 실험은 ‘위협강화 → 미국대화’라는 과거 패턴의 반복적인 측면도 있지만 ‘위협강화 → 중국대화’라는 터프한 대화요청일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탈냉전이후 북한은 경제를 중국에 의존하면서도 안보는 미국을 끌어들여서 해결해왔다. 천안함 도발의 경우처럼 중국의 지원을 당연히 기대하면서.

최근 북중관계가 과거와 같지 않다. 모란봉악단의 철수는 극단적인 북중관계 악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진핑에 대해서도 김정은이 욱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번 핵실험 이후 밝혀진 것으로 김정은이 중국을 어떻게 보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2015년 12월 10일 조선중앙 TV는 김정은 발언 중에 수소탄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12월 12일 갑작스럽게 북한판 걸그룹인 모란봉악단이 철수를 하게 되었다. 북한중앙TV에 공개된 영상에 의하면 3일 뒤인 15일에 김정은은 핵실험에 친필사인을 했다. 서명의 이유로 “온 세계가 북한을 우러러 보게 하라”라는 주장과 함께.

북중관계를 개선할 수 있었을 모란봉악단의 철수는 몇 가지 문제들이 결부되어 있지만 중요한 것은 김정은의 즉흥성이 작동했다는 점이다. 몇 개월에 걸린 외교적 노력을 자신에 대한 모독 때문에 중국과 관계파탄이 될 수 있는 악단철수를 그 자리에서 결정한 것이다. ‘김정은랜드’에서 누리고 있는 절대권력 세계에선 중국도 그저 한 국가에 불과할 뿐 인 것이다.

중국에서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김정은은 더 강력한 위협을 보여 자존심을 세우겠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최근 중국과 교역을 하는 북한민간인들이 늘면서 중국내 분위기와 평판이 북한내부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과시욕구와 인정욕구가 중국에 대해 각을 세웠을 수 있다. 최근 김정은이 김일성 뱃지를 떼고 금수산을 방문한 것이나 노년의 북한장군들을 뺑뺑이 돌리는 사례들을 볼 때 절대권력 놀이에 빠진 상황에 심취해 자신이 중국에 대해서도 단호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했을 수 있다.

자기 최면 상황. 5월 7차 노동당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상황에서 북한주민들과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주체적”일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고 싶은 강렬한 열망. 시진핑이 책봉을 안해준다면 단지 책봉을 기다리지만 않겠다는 호기. 장성택의 처형과 원로 장군들의 숙청을 통해서 보여준 호기의 연장. 왜곡된 형태의 인정욕구. 이런 요인들이 급하게 수소폭탄을 실험하게 결정했을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사전예고가 없었다는 점과 1월 1일 신년사에서 핵을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과 1월 3일 최종 명령서에 서명을 했다는 점도 본인이 결정의 중심에 있다는 주도성과 즉흥성을 해석할 수 있게 한다. 이런 과정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12월 29일 김양건의 사망과도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 북한 평양에서 오전 6시 15분에 교통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평양의 차가 얼마나 되며 그 시간에 교통사고가 날 확률이 어느 정도나 될까?

상상을 통해 시나리오를 그려보자면 북한 외교의 브레인인 김양건이 사망했다는 것은 수소폭탄실험을 두고 내부에서 이견대립이 강했을 수 있다. 숙청당할 수 있다는 공포정치를 직접 경험하고 있는 북한 군부는 김정은이 급히 내린 수소폭탄실험명령에 대해 어떻게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을 것이다. 어디서 빌려서라도 터뜨리고 싶었을 것이다. 반면에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외교파의 입장에서 수소폭탄실험의 결과는 불 보듯 뻔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의 명령 없이 군부강경파가 독자적으로 김양건을 제거했을 수 있다. 만약 이런 시나리오대로라면 숙청가능성에 따른 군부의 조급성이 김정은의 조급성보다 더 강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김정은이 스스로 친필로 사인한 점을 공개한 것은 자신을 무시하지 말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강력한 것과 폼 나는 것에 대해 동경을 가진 김정은과 이를 잘 아는 군부의 입장을 잘 알고 있는 중국에 대해 김정은은 수소폭탄실험도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다. 어느 나라에? 유약한 ‘전략적인내’정책과 대선정국으로 돌입한 미국과 총선정국으로 돌입하게 될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중국을 향해서 김정은은 자신이 만만한 “덩치 큰 어린이”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 ‘김정은랜드’에서 군부도 충성을 더욱 맹세할 것이다. 판을 주도 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잠수함 발사 미사일 실험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이 반드시 대한민국과 미국과 일본만을 겨냥할 이유가 있을까? 서해를 공유한 중국도 전략적 사고를 한다면 북한의 위협능력 강화를 보면서 단지 무시만 하지는 못할 것이다.

김정은은 질문을 던졌다. 이 상황에서 한국의 대답도 미국의 대답도 일본의 대답도 중요하다. 하지만 새로 던져진 이 난감한 질문에 중국이 어떤 답을 내릴지가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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