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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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14)
  • 박준연
  • 승인 2015.12.31 16: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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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연말연시의 풍경

스타워즈 관람 

지난주 초에는 회사에서 클라이언트 행사로 신주쿠 피카딜리 극장의 상영관 하나를 통채로 빌려 스타워즈 신작 영화의 상영회를 개최했다. 최근에 영화 감상은 커녕 쉴 틈도 별로 없이 바빴고, 참가를 내게 개인적으로 알려온 클라이언트들도 직전에 일이 생겨 못 오게 되었지만, 일할 시간을 쪼개어 영화 보러 가기를 잘했지 싶다. 이전 에피소드를 제대로 못 봤지만 뒤늦게라도 왜 이 영화 시리즈에 열광하는 팬들이 많은지를 어렴풋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초반부엔 등장인물 관계를 파악하느라 바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몰입하게 되었다. 지금은 모 대기업에서 에너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도쿄대 유학시절의 친구를 초대했는데 초대받은 다른 클라이언트가 이 친구의 친구이고 우리 셋다 같은 시기에 같은 캠퍼스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조만간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영화의 감동을 음미할 여유도 없이 종종걸음으로 집에 가서 남은 일을 했다. 

티셔츠 제작

11월, 12월 내내 바빴던 안건을 담당하는 케이스 팀에서 팀 티셔츠를 만들었다. 미국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끼고 바빴던 것이 특히 힘들었는데 결국 잠옷이 되고 말 티셔츠를 팀 내에서 디자인까지 공모해서 만들다니 얼핏 생각하면 업무와 상관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바쁠수록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왜 그런지 미국인 동료들은 일본어 “망년회”라는 말을 신기해하고 또 좋아해서, 이러다가 “Forget the year” 라고 쓰여진 티셔츠를 받아보는 게 아닌가 걱정을 했지만 결국 다른 디자인이 채택되었다. 여전히 밖에 입고 나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내 사이즈 티셔츠를 신청했다. 

휴가철 

뉴욕에서 일할 때 회사가 텅비는(영어로는 오피스가 버려진 것(ghost town) 처럼 보인다고 하는) 기간은 이랬다. 크리스마스 전부터 새해, 부활절 연휴 전후, 여름 휴가 기간, 그리고 추수감사절 전후. 도쿄로 옮겨오고 나서는 부활절이나 추수감사절이 빠지는 대신 5월의 연휴인 골든 위크와 추석 격이지만 8월인 오봉 등이 들어간다. 하지만 여기서도 미국인 직원들은 또 미국 명절을 지내기 때문에 휴가 개념이 좀 복잡해진다. 이번 연말에 새삼스럽게 느낀 것은 크리스마스와 새해에 대한 온도차이다. 미국에선 고향집에서 일하더라도 크리스마스에는 고향에 가는 동료들이 많은데, 일본에선 크리스마스가 휴일도 아닌데다가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명절이라는 인식도 별로 없는 편이다. 새해의 경우 미국에선 친구들과 파티를 하며 시끌벅적 보내는 분위기인 반면에 일본에선 가족들과 조용히 보내는 분위기이다. 

팀 송년회

오피스의 공식적인 연말 파티와 별개로, 팀원들과 단출하게 회사 근처의 야채 전문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매일 함께 일을 하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많지 않기 때문에 생일이나 연말엔 가급적이면 간단하게라도 저녁 식사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바쁠수록 팀웍을 강화할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와 사적인 인간관계의 선을 긋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지만,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료들과 친해지지 않으면 업무는 필연적으로 고통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동료들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2015년 한해를 돌아보며 

회사를 옮기고 세 번째 맞는 연말이 되었다. 그간 업무의 폭도 책임의 정도도 변했다. 업무 시간은 점점 늘어났다. 돌이켜보면 좀더 다르게 혹은 더 잘 했으면 좋았을텐데 싶은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 순간순간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요 며칠 주변 사람들에게 “올 한해도 신세 많이 졌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는 인사를 여러 번 했다. 외국어라서 그런지 이 문장을 소리내어 이야기하면 진심으로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올 한해 고생한 내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새해를 시작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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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b 2016-01-02 18:54:56
잘 읽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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