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지난 3일 법무부의 갑작스런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 입장 표명이 법학계를 혼란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당긴 김에 떡가래를 빼려는 사법시험측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사법시험 존치 관련 6개 법안을 조속히 국회가 통과시켜 줄 것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로스쿨측은 사법시험 폐지와 법무부 입장 철회를 주장하며 자퇴서 제출 및 학사일정 거부 등 결사항쟁으로 맞서고 있다. 양측에서 쏟아지는 성명서, 보도자료만 해도 헤아릴 수가 없다.
로스쿨측은 사법시험 폐지를 전제로 법이 통과됐고 이를 믿고 엄청난 투자 경쟁 속에서 설립됐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신뢰이익이 있다고 강변한다. 로스쿨 안착에 방해되는 사시존치는 있을 수 없다고 주창한다. 사법시험측은 로스쿨법에는 어디에도 사시폐지에 대한 내용이 없을뿐더러 2009년 4월 변호사시험 제정 시 부대된 ‘2013년 예비시험 재논의’에 주목한다. 그래서 사법시험(=예비시험) 존치 주장 이익이 있다고 반박한다.
2007년 국회 본회의 상정 직전까지도 로스쿨을 도입할 것이냐 말 것이냐 찬반이 팽팽했고. 2009년엔 사법시험 존폐여부를 두고서도 기사회생 끝에 변호사시험법이 제정됐다. 따지고 보면 양 법 모두 조만조만하게, 아슬아슬하게 통과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만큼 뜨거운 감자였다. 법해석은 현출되는 법문도 중요하지만 때론 입법 이유도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변호사시험법상 사시폐지가 법조문에 드러나 있기 때문에 로스쿨측이 승자다. 그러나 부대의견이 담겼다는 측면에서는 사법시험측의 반박도 설득력이 있다.
결국 로스쿨측은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인가를 받았고 사법시험측은 예비시험 부대의견을 확보했을 뿐이다. 당시 법학교수들은 예비시험 존치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고 또 모든 법조인 양성은 로스쿨을 통해서만 갈 수 있다는 확실성 또한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제도 수요자로서의 로스쿨생과 사시생에게 과연 신뢰이익이 있느냐 여부다. 가정을 한다면 사법시험 폐지 법안(변호사시험법)이 2009년 4월말에 통과된 만큼, 2009년 3월 입학한 로스쿨 1기생은 사법시험 폐지 가능성에 대한 신뢰이익이, 2010년 3월 입학한 로스쿨 2기생은 절반의 신뢰이익이 있을 것이다. 2011년 3월 이후 입학한 3기 이하에게 과연 사시 폐지 신뢰이익이 있을까? 이미 입학 전 ‘2013년 예비시험 재논의’라는 입법과정을 지켜봤다면 사법시험 존치 또는 예비시험 도입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었다는 예단이 가능하다. 또 사법시험 준비생들은 이를 통해 사시 존치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재논의 끝에 예비시험이 불가할 수도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둘 수 있었다.
그럼에도 현 로스쿨생들은 “신뢰이익”을 주장하며 “사시 때문 피해를 볼 수 없다”고 외친다. 예비시험 도입 가능성을 정말 몰랐냐고 물으면 상당수가 머뭇거리고 일부는 몰랐다고 한다. 사시생들에게도 당연히 로스쿨만으로 법조인 양성하는 것 몰랐느냐고 물으면 이들 또한 즉답을 망설인다.
모두가 희생양이 아닐까. 로스쿨생들이 말하는 신뢰이익 주장은 내가 지나가는 대로(大路 )옆으로 아무도 지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사시생들은 왜 너희들만 그 길로 다니느냐며 꼰대를 부리는 듯하다. 기자는 헷갈리고 판단불가의 지경이다.
따지고 보면 18대~19대 국회의원 중 약속대로 예비시험 또는 사법시험을 다시 공론화 시킨 박영선 등 일부 의원만이 그 책임을 다 하는 듯하다. 지금 서로가 “법대로 하자”라는 주장과 당시의 입법과정이 오버랩 될 때면 왠지 씁쓸함만 한 가득이다.
아무도 군대 간부 못하게해!
다 쳐내고 우리끼리 해먹어야해!
이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