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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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13)
  • 박준연
  • 승인 2015.12.24 19:3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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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로스쿨 1학년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무엇을 다르게 하겠는가” 하는 질문을 생각해 봤다. 썩 좋은 질문은 아니다. 로스쿨 재학중의 나는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매일을 보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로스쿨에 돌아가다니 끔찍하다. 나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힘든 3년이었다. 질문을 좀 바꾸어보면 이렇다. 로스쿨 재학중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중요한 게 무엇이었는가.

스트레스 해소법 찾기

2학년 1학기부터 학교 재학생들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체육 프로그램 중 아쿠아피트니스 수업에 다니기 시작했다. 얕은 풀, 또 25 m 깊이의 풀에서 스트레치를 하거나 뛰는 수업이었는데, 강사는 전에 러시아 대표 올림픽 수영선수였다고 들었다. 물 속이었지만 50분 내내 걷고 뛰다 보면 풀 밖으로 나와서 잠시 동안은 근육통으로 걷기도 힘들었지만 공부 스트레스나 다른 걱정으로 머리가 복잡할 때 이 수업에 다녀오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면 간식거리를 사서 로스쿨 도서관으로 돌아가 공부를 계속했다. 졸업 후 바 시험을 준비하는 중에도 이 수업에 계속 갔었다. 1학년때는 이런 걸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절차법의 어려움

대부분의 미국 로스쿨에서 민사소송법 (Civil Procedure)은 1학년 필수 과정이다. 내 경우 로스쿨 수업 중에 특히 쉬운 수업은 없었지만 제일 고생한 것이 민사소송법 수업이었다. 기말 시험을 앞두고도 고생을 했지만 졸업하고 업무를 하면서도 종종 기초가 취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증거법 (Evidence)의 경우에는 수업을 들으면서 꽤 고생을 했지만 기말 시험을 준비하면서 시간을 꽤 들여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교과서뿐만 아니라 참고용으로 언급만 된 책도 찾아가며 공부를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성적은 꽤 잘 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졸업 직전에 수강한 것이 형사소송법 (Criminal Procedure). 로펌에 근무하면서 공익 변론 (pro bono) 외에 형사법을 다룰 기회는 거의 없었지만 드라마 로앤오더 특수범죄 전담반 (Law & Order: SVU)의 팬인 나는 이 수업을 꽤 재미있게 수강했다. NYPD에서 근무했던 교수님이 뉴욕의 범죄 수사나 수색 관련 시사 문제를 수업 중 많이 언급하셨던 기억도 난다.

글쓰기와 조사 방법

글쓰기와 조사 방법론 역시 대부분 미국 로스쿨의 1학년 필수 과정이고 많은 경우 학점을 따로 계산하지 않고 합격/불합격 (pass/fail)만을 평가한다. 그런 이유로 많은 로스쿨 학생들이 이 과정을 소홀히 한다. NYU 로스쿨에서는 이 과정을 Lawyering이라고 하는데, 나 역시도 과제를 빼먹은 적은 없지만 다른 수업만큼 Lawyering을 중시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졸업 후 일을 시작하고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이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책이 나왔다고 하면 확인해보고, 또 글쓰기 강좌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러면서 가끔 생각하는 것이 Lawyering 수업에서 들었던 글쓰기 방법이다. 지금은 1,2년차때처럼 판례 리서치를 많이 하는 건 아니지만 조사 방법론도 마찬가지이다.

업무와 관련되는 전공 수업 

1학년때는 전공 필수 수업 중 오직 교수를 선택할 자유가 있지만, 2학년, 3학년으로 갈수록 수업 선택지가 많아진다. 주변에는 앞으로 일하고 싶은 분야를 감안해 전공 수업을 선택하거나, 로스쿨에서 전공으로 인정하는 일부 경영대학원이나 정책대학원 수업을 수강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도 업무 분야와 관련된 심화된 수업을 수강했으면 지금 일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로스쿨 재학중엔 내가 지금의 업무를 하리라는 생각을 못했고, 이건 결코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어렴풋하게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걸 좁혀나가는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여러 분야의 대형 강의와 소규모 세미나 수업, 클리닉 (legal clinic)이라고 불리는 인턴십과 결합한 수업을 다양하게 수강했던 게 지금 생각해보면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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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고 있어요 2016-02-12 00:09:47
언제나 좋은 글 써주시니 감사해요ㅎㅎ 법을 공부하는 학생은 아니지만 글 읽으면서 이런 길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요. 뭐든지 열심히 하면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것 같네요.

공부 2015-12-30 16:33:31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책으로 출간하실 계획은 없으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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