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 휩쓸릴 이유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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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에 휩쓸릴 이유없다
  • 이상연
  • 승인 2004.03.23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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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온나라가 충격에 휩싸였던 주말과 휴일을 보내고 새로운 한주를 보내면서 사회의 각 부문이 절제와 냉정을 빠르게 되찾아가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서울 도심을 수놓은 촛불집회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진 시위는 탄핵정국을 바라보는 여론의 분노를 가감없이 보여줬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격앙된 감정표출에도 불구하고 사고와 혼란없이 시위가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성숙성이다. 


국회가 법 절차에 따라 가결시킨 탄핵이라 하더라도 우리 헌정사에 처음 있는 참으로 불행한 사태이자 성숙되지 못한 한국 정치가 만들어낸 일대 사건이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라는 사태를 놓고 찬반으로 갈려 보여준 분열된 '국론'은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뿐더러 총선을 앞두고 더욱 격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어 정국혼란의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찬반 공방이 반대파와 지지파 사이에 저주에 가까운 욕설과 비방전 수준으로 치닫게 되었으니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적으로 몰아세우고 친노·반노의 사생결단식 논쟁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득이 될 수 없다.


탄핵 정국이 갈길 바쁜 수험생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수험생들의 정보 공유의 장인 본지 게시판에도 탄핵에 휩쓸린 수백 건의 글들로 메웠다. 건전한 비판과 이성적 토론도 있지만 익명 뒤에 숨은 욕설과 비방성 글들이 극성을 부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꼴이 됐다. 낯뜨거운 욕설과 저질의 공격성 비방이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과연 이들이 수험생들인지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시험이라는 발등에 떨어진 불은 제쳐두고 광일미구(曠日彌久: 오랫동안 쓸데없이 세월만 보냄)로 소모한다면 그 결과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물론 탄핵정국은 단지 정치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인 수험생들도 우리 정치가 이런 모습을 내보이기까지는 우리 모두가 책임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권한정지라는 참담한 사태에 직면한 현 시점에서는 먼저 절제와 자제로 자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수험생의 도리다.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자기 절제의 신중한 언행이 절실한 이 때에 정치인에 대한 테러와 국회폭파 위협 등의 극단적 감정토로는 또다른 형태의 힘의 논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모두가 대결의 한 당사자로서 자숙해야 하며, 이제 '네 탓'을 거두고 '내 탓'으로 돌리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시험이라는 것은 그 어떤 낙관이나 안이한 대처도 허용될 수 없다. 지금은 코앞에 닥친 2차시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실천해야 할 때다. 특히 2차시험을 앞두고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노 대통령이 그 결과에 자신의 진퇴를 연계한 데다 헌재의 탄핵 심판까지 겹쳐 사생결단의 싸움판이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터에 수험생들이 넘어야하는 난중지난(難中之難)의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수험생들도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수험생이라는 본분을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칫 총선과 탄핵 정국에 빠져 공부를 외면하고 그 후유증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면 결국 낙방거자(落榜擧子)가 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수험생 개인의 인생을 건 시험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명심하고, 수험생 스스로 공부외적인 것을 삼가며 피하려는 자제력과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자신을 구함과 동시에 이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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