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주민등록번호 변경 허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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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주민등록번호 변경 허용해야”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5.12.2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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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법 제7조 헌법불합치…2017년 시한 잠정적용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주민등록법 제7조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와 주목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3일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선언하며 2017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잠정적용을 결정했다.

청구인들은 주민등록번호의 불법유출을 이유로 각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줄 것을 신청했다. 하지만 현행 주민등록법령상 주민등록번호 불법 유츌을 원인으로 하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취지의 통지를 받았다.

이에 일부 청구인들은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 거부처분 취소의 소를 제기했으나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대한 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소 각하판결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판결에 불고 항소를 제기함과 동시에 주민등록법 제7조 제3항, 제4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각하됐고 이에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또 청구인들 중 일부는 주민등록법 제7조 제3항, 제4항, 동법 시행령 제7조 제4항, 제8조 제1항 및 동법 시행규칙 제2조가 불법 유출된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주민등록번호 변경철차를 두고 있지 않은 것은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주민등록번호 변경 일률적 불허…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헌재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라며 “주민등록번호는 모든 국민에게 일련의 숫자 형태로 부여되는 고유한 번호로서 당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하는 개인정보”라고 설명했다. 즉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주민등록번호 불법 유출 등을 원인으로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하고자 하는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규정이라는 것.

주민등룩번호 변경절차가 없다는 점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헌재는 먼저 주민등록번호제도를 두고 이를 변경하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해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했다. 헌재는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행정사무의 적정한 처리를 도모하기 위한 제도로서 모든 주민에게 고유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면서 이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을 일률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균형성 요건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주민등록번호는 단순한 개인식별번호에서 더 나아가 표준식별번호로 기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개인정보를 통합하는 연결자(key data)로 사용되고 있는 바 개인에 대한 통합관리의 위험성을 높이고 종국적으로 개인을 모든 영역에서 국가의 관리대상으로 전락시킬 위험성이 있으므로 주민등록번호의 관리나 이용에 대한 제한의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헌대사회는 개인의 각종 정보가 타인의 수중에서 무한대로 집적, 이용 또는 공개될 수 있으므로 연결자 기능을 하는 주민등록번호가 불법 유출 또는 오·남용되는 경우 개인의 사샐활 뿐만 아니라 생명·신체·재산까지 침해될 소지가 크고 실제 유출된 주민등록번호가 범죄에 악용되는 등 해악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주민등록번호 유출 또는 오·남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등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일률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허용하더라도 변경 전 주민등록번호와의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한다면 개인실별기능과 본인 동일성 증명기능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고 입법자가 정하는 일정한 요건을 구비한 경우에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춘 기관의 심사를 거쳐 변경을 허용하는 등 악용 가능성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도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를 인정한 이유가 됐다.

“개정입법 없으면 2018년 1월 1일부터 효력상실”

헌재는 해당 규정의 위헌성은 인정하면서도 법적 효력을 상실하는 시기는 2017년 12월 31일까지를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단순위헌결정이 내려지는 경우 주민등록번호제도 자체게 대한 근거규정이 사라지는 법적 공백을 막고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의 형성에 관한 입법자의 광법위한 입법재량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와 달리 이진성 헌법재판관은 다수의견이 주민등록번호 변경절차 미비의 위헌성을 주민등록표 제도와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규정한 주민등록법 제7조에서 찾은 것과 달리 주민등록번호의 부여 방법에 관한 동법 제4조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에 관한 문제는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된 이후에 사후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로 그 전제인 주민등록번호 제도나 주민등록표 제도 자체의 위헌성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은 주민등록번호 변경절차를 두지 않은 것을 합헌으로 봤다. 이들은 “개별적인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인정하는 경우 주민등록번호의 개인식별기능이 약화되어 주민등록번호 제도의 입법목적 달성이 어렵게 되고, 범죄은폐, 탈세, 채무면탈 또는 신분세탁 등의 불순한 용도로 이를 악용하는 경우까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수많은 변경을 모두 허용하게 되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통해 주민등록번호의 유출이나 오·남용에 대한 사전적 예방과 사후적 제재, 피해구제 등의 조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는 점도 합헌 판단에 고려됐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주민등록법에 주민등록번호 변경절차가 규정되면 앞으로는 주민등록번호 유출 등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등 요건을 갖추면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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