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15년 법원행시 수석 김동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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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15년 법원행시 수석 김동철씨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5.12.21 18:26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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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법원행시 수석 김동철씨 한양대 법학과 卒

지구력 약한 단점 집중력 강화로 극복해 수석까지
“부끄럽지 않은 사법부 일원, 국민의 봉사자 될 것”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흔히들 말하는 ‘매력 있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사람마다 타인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포인트는 다르겠지만 적어도 ‘보고 또 봐도 좋은 사람’ 내지는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이 ‘매력 있는 사람’이라는 점은 다들 수긍할 수 있을 것 같다.

선발인원 자체가 워낙 적고 시험 난도도 여타 시험 중에서도 손꼽을 만큼 어려워 합격을 하려면 조상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법원행정고등고시, 거기서도 수석이라는 최고의 성과를 거둔 김동철씨에게서도 ‘더 보고 싶고 더 알고 싶은’ 매력이 느껴졌다.

자신의 공부 방법에 대해 담담하고도 꼼꼼하게 이야기하는 그를 보고 처음에는 단정하고 진지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공무원으로서 봉사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인상이랄까. 하지만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또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수험생활과 앞으로의 포부를 이야기하는 순간에는 꾸밈없이 소탈하고 솔직한 성품이 묻어나왔다. 더 알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상반된 매력을 갖고 있는 김동철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김동철씨는 한양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79년생, 10년간의 수험생활을 견뎌낸 노장 수험생이다. 그래서 더욱 컸을 수석 합격의 기쁨. 김씨는 “다른 수석 합격자들이 말했던 것처럼 저 또한 떨어지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고 자신이 이뤄낸 특별한 성과 앞에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얼떨떨하고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지만 축하 연락을 받으면서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는 그의 소감에서 생생한 기쁨이 느껴졌다.

처음부터 법원행시를 목표로 공부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법학전공자들처럼 사법시험을 목표로 삼고 공부하다가 몇 번의 좌절을 겪었다. 공부에 치여서 생각해보지 않았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그가 내린 결론은 사법시험 합격이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김씨는 고민 끝에 그 동안 쌓아온 법지식을 활용할 수 있고 공직이라는 적성을 반영할 수 있는 법원행시에 도전하게 됐다.

공부는 소음 등에 신경을 써야 하는 독서실보다 집에서 혼자 하는 쪽을 선택했다. 마음도 편하고 잠에서 깨면 바로 책을 볼 수 있는 장점을 살렸다. 집에서 그날그날 정해진 오전 공부량을 채우고 오후에는 스터디를 했다. 김씨는 “동갑내기 친구 한 명과 두 살 위 형님, 이렇게 셋이서 만든 스터디그룹이었는데 서로 친해지면서 공부하는 동안 내내 재밌게 지낼 수 있었고 의지가 됐다”고 전했다. 함께 1차 스터디를 하고 시험을 치른 결과 모두 1차시험에 합격했고 자연스레 2차 스터디로 이어진 것이 오늘의 좋은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그의 합격의 비결은 지구력이 약한 단점을 집중력으로 극복한 것이다. 법원행시나 사법시험, 5급 공채 등은 호흡이 매우 긴 시험이다. 때문에 이들 시험의 수험생활에서는 지구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김씨는 “공부를 1년 내내 꾸준히 하는 지구력이 부족했다”고 자신의 단점을 분석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그가 택한 것은 길지 않은 시간이라도 오직 공부만 생각하고 집중하는 시간을 확보한 것이다. ‘눈 뜨자마자 공부하고 자기 전까지 공부만 하자’는 생각으로 공부했던 시간들이 합격에 큰 보탬이 됐다.

법원행시는 과목 면에서 사법시험과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출제 유형 면에서는 사법시험과 다른 독특한 특징들을 갖고 있다. 때문에 법원행시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특징을 분석하고 그에 걸맞는 공부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김씨는 법원행시 1차시험의 경우 개수형 문제가 대량으로 나온다는 점, 쉬는 시간 없이 120분 동안 120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의 촉박함을 꼽았다. 2차시험에서는 단문 문제가 출제되고 답안지 분량에 사실상 제약이 없다는 점, 1차시험 합격자에게 유예가 없는 점이라고 보고 이같은 특징에 맞춰 공부를 했다.

먼저 1차시험은 스터디원들과 법무사 등 법원 관련 시험의 기출문제를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푸는 연습을 했다. 또 개수형 문제에 대비해서 판례와 조문을 정확히 암기하는 데 공을 들었다. 김씨는 정확한 판례 암기를 위해 객관식 판례집이나 판례OX, 최신판례집의 활용을 권했다. 법원과 관련된 시험의 기출 문제를 푸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차시험을 한 달 앞두고는 일주일에 한 과목씩을 보고 마지막 1주일 동안 중요하거나 체크된 부분을 다시 확인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자잘한 암기사항이나 최신 법령개정사항은 미리 정리해 틈틈이 봤고 최신판례도 꼼꼼히 챙겼다. 시험장에서는 정리한 암기사항과 최신판례만을 봤다.

2차 공부는 스터디원들과 법무사, 변호사시험 기출문제와 중요 단문에 대한 답안작성을 일주일에 4~5회 가량 했다. 답안을 작성한 후에는 서로의 답안지를 돌려보며 고쳐야 할 점과 잘 쓴 부분 등에 관해 서슴없이 의견을 나눴다. 스터디원들과 함께 한 공부 방식은 그가 합격에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와함게 부수적으로 스터디 시작 전에 스스로 선정한 판례문구를 암송했고 이 또한 매우 효과적인 공부가 됐다. 이 외에 판례의 중요성을 감안해 별도로 판례 암기장을 만들고 중요 단문도 별도로 정리했다.

김씨는 2차에서 중점적으로 공부할 부분을 ‘판례의 태도에 대한 이해와 암기’라고 생각했다. 그는 “판례의 태도를 답안지에 정확히 현출하고 그에 따라 사안을 포섭하는 것이 득점에 유리한 것 같다”며 “판례의 논거와 결론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논술형인 2차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답안작성이다. 김씨도 꾸준한 답안작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목했다. 그는 “모든 수험생이 알고 있듯이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글로써 풀어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리며 답안작성능력을 키우기 위한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혼자서 답안 작성을 꾸준히 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서 스터디나 학원을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 또 기출문제 분석을 통해 출제가 예상되는 단문이나 중요 쟁점을 파악하는 것도 2차시험 공부에서 중요한 요소로 제시했다.

수석합격자의 답안 작성 노하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김씨의 노하우는 ‘정확성’과 ‘간결성’이었다. 그는 “법원행시는 답안지 분량이 거의 제약이 없는 편이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많이 적는 것이 꼭 득점에 유리하지는 않아 보인다”며 “분량보다는 정확하게 판례를 이해하고 현출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정확성 외에 답안 작성 시간이 부족한 편인 약점도 고려 대상이 됐다. 여기에서 간결성이라는 키워드가 도출됐다. 간결성이 더해지면서 답안지에 여유가 생겼고 보기 좋은 답안을 만들기 위해 목차와 목차 사이에 항상 한 줄 정도 간격을 띄었다. 사례 문제의 경우 목차에서 쟁점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목차를 ‘~할 수 있는지 여부’ 등으로 구성하도록 한 점도 그의 노하우 중 하나다.

마지막 관문인 면접 준비는 함께 2차시험에 합격한 스터디 친구와 함께 했다. 집단토론에 대비해 상고법원 문제나 사실심 강화방안 등 사법부와 관련된 시사 이슈를 찾아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개별면접에 대비해서는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내용을 중심으로 예상되는 질문을 만들고 문답식으로 연습했다.

아무리 많이 연습을 해도 실제 면접장에서는 긴장을 하게 마련이고 말을 더듬거나 빨리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말하는 내용도 뒤죽박죽이 되기 일쑤다. 이런 이유에서 김씨는 실제 면접과 비슷한 방식에서 말해보는 연습을 권했다. 그는 “면접을 치른 후 든 생각이지만 사실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응답 내용보다 성실히 면접에 임하는 자세인 것 같다”는 면접시험 응시 팁을 전했다.

어려운 난관을 모두 극복하고 사법부의 일원으로 첫걸음을 내딛게 된 그에게 앞으로의 포부를 물었다. 그는 영화 ‘베테랑’에 나온 명대사를 인용했다. 주인공인 형사의 아내가 주인공의 수사대상인 대기업 관계자가 자신의 직장에 찾아와 뇌물을 건네려 했던 일로 분개하며 외친 명대사, “우리 쪽 팔리게 살지 말자.”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은 이 대사에 김씨도 격한 공감을 느꼈다고. 그는 “쉽지는 않겠지만 ‘쪽 팔리지 않는’ 사법부 일원, 국민에 대한 봉사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소탈하고 직설적이기에 더욱 신뢰가 가는 대답이자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자신의 몫을 해나갈 그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지금 그가 떠나는 길 위에서 열심히 걸어 나가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김씨는 “모든 수험생이 공부하는 내내 ‘지금까지 내가 무엇을 한 걸까’, ‘내 공부방법이 맞을까’, ‘아는 게 하나도 없어’라는 자괴감 내지 걱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기 자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서 지나간 것,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고민에서 금방 빠져나올 수 있는 여유를 가진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공부할 양은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독이 된다”며 “올해 2차 시험 문제에 비춰 보더라도 중요부분 위주로 공부하고 적절히 포기할 부분을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수험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공부계획이 틀어져서 공부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더라도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공부하길 바란다”며 “혹시나 불합격하더라도 다음 시험에 합격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진심이 담긴 응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막내아들 때문에 긴 시간동안 속을 태우신 부모님. 이제 죄송하다는 말 대신 감사하다는 말을 드릴 수 있어 기쁘고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라며 그의 여정을 함께 해 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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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 2015-12-22 13:05:25
올해 사법시험 법원행시 수석 둘다 한양대 출신이네요 축하합니다

ㅁㅁ 2015-12-22 12:41:38
잘읽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신림동 최고 미녀 2015-12-22 04:02:09
수석합겨!! 정말 대단하세요^^ 도움 많이 됐어요;~저도 곧 합격하겠습니다^^

ㅇㅇ 2015-12-21 23:35:44
축하드립니다!!

홍주머니 2015-12-21 23:11:44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일 많이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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