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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민국 로스쿨 교수님들에게 드리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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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민국 로스쿨 교수님들에게 드리는 편지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12.21 11:59
  •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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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법학계와 법조계는 사법시험 존폐 여부를 두고 갈등의 폭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서로 양측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주장만 반복하고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는 현실에서, 익명을 요구한 한 수험생이, 원칙으로 돌아가 문제를 풀어보자는 취지의 글을 보내왔다.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2차시험을 치른 경력이 있는, 평소 정의와 법치주의에 관한 다양한 책을 읽는 평범한 수험생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앞으로 법조인이 되어 공익에 봉사하고 싶다는 그는 어느 한쪽의 입장을 지지하기보다, 로스쿨 재학생들의 피해가 더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합리적 해결의 길을 찾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로스쿨 재학생들의 투쟁을 보며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나, 사법시험이 폐지된다고 하여도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게 되면 로스쿨의 존립은 위태로워질 것 같다”며 “국민들 입장에서도 수긍할 수 있고 서로가 승복할 수 있는 길은 헌법에 기초한 합리적 논의에 있을 것”이라고 글의 방향도 밝혀 왔다.
그는 “이 상황대로 결국 헌법재판소에 가서 결정이 나면 어느 한 쪽은 큰 상처를 입을 것”이라면서 “우리 스스로 합리적으로 갈등을 해결해낼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로스쿨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게 된다면, 지금의 로스쿨에 대한 편견(음서제나 금수저 논란)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성했다”고 기고의 변을 전해 왔다. 그의 기고 전문을 게재한다. 본지는 이에 대한 반박 기고 역시 항상 열려 있음을 밝힌다. - 편집자 주 - 

 

 

 

 

 

수험생 O O O
 

안녕하세요. 

저는 사법시험 존치에 찬성하긴 하지만, 로스쿨 제도의 장점에도 공감을 많이 하고 있는 수험생이자 국민의 한 사람입니다.

최근 이에 관한 문제에서 빠진 논의가 있는 것 같아 문제제기를 해볼까 합니다.

로스쿨 교수님들은 선발제도로서의 사법시험은 폐지해야 함이 옳고, 법조인 교육양성기관인 로스쿨제도로만 운영함이 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최근 천경훈 교수님은 사법시험 존치 주장을 보며, 조선이 망하게 된 원인이 되었던 과거제에 대한 집착을 보는 것 같다는 글을 일간지에 기고하였고, 조국 교수님은 탈북자 같은 사람들은 사법시험에 합격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로스쿨 제도만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진수 교수님은 박찬운 교수님의 법학자로서의, 교육자로서의 진지한 고민의 글에 대한 답글로, 200명 정도의 사법시험 인원 정도로는 로스쿨에 직접적인 해가 되지 않으나, 효율성 차원에서 사법시험은 폐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로스쿨 교수님들의 주장에 대해서 다양한 반응이나 견해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지켜보며(어떻게 보면 약자와 약자의 충돌로도 보여집니다), 신뢰이익이 침해당한 피해자인 로스쿨 학생들 또는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고, 사법시험 선발 인원수가 줄어드는 상황과 로스쿨 진입의 벽도 높은 현실(높은 토익점수와 학점 등은 사법시험 준비생들에겐 취약점인 것이 현실입니다)에서 마치 인생을 소모한 쓸모없는 인간, 나아가서 나라를 망하게 하는 주범으로 몰리는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울분이나 아픔도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제가 안타깝고 의문스러운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어찌하여 법적인 논의, 정의에 관한 논의는 별로 보이지 않는가 하는 점입니다. 특히 로스쿨 교수님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법학자이자 법률가들입니다. 그 분들은 한편으론 이해당사자인 로스쿨에 재직 중인 사람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의 기본권과 제도에 관한 연구자로서 냉철하면서도 균형 잡힌 시야로 국가권력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갖춰야 할 법학자들입니다.

천경훈 교수님은 본인은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자이면서 사법연수원 수석 수료 출신인데, 본인의 견해에 따르자면(따라서 실제로 그러하다는 의미는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제대로 된 법률가 양성교육을 받지 못한 자신은 법률가 교육 양성 기관인 로스쿨 교수로서의 자격이 충분한지 자기반성부터 출발해야 보다 설득력 있는 주장이 되지 않을까요? 만약 최근에서야 자신이 잘못된 제도로 선발된 법조인임을 알았고 법조인으로서 받은 교육이 부족함을 깨달았다면, 기존 제도가 어떻게 잘못되었고, 로스쿨에 비해 어떤 점에서 부족한지 그에 대한 반성부터 시작해야 자기모순에 빠지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주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천경훈 교수님의 (과거제에 대한) 부정적인 역사관이나 충분히 반론이 가능한 역사인식에 대해서는 논의에서 제외하겠습니다. (조선을 망친 주범은 오히려, 매관매직이 성행했던 기득권층의 부정부패 상황이 아닐는지요?)

조국 교수님은 탈북자의 예를 들며 로스쿨의 우위성을 넘어 사법시험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조국 교수님은 영미법을 전공한 학자로서 개인적으로는 오래전부터 지켜보며 그의 진보적 인식과 인권적 감수성에 배움을 얻기도 하고 응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의 로스쿨 논의에서 조국 교수님의 주장은, 단순히 이해당사자나 이익단체로서의 주장으로 보이기보다는, 정의에 관해 법학자로서의 자신의 견해를 주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특히 미국에서는 평등에 관해 깊이 있는 논의와 판례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인종차별이나 남녀차별에 예민한 환경에서 차별과 역차별에 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이뤄져 왔습니다. 따라서 미국 로스쿨에서 학위를 취득한 조국 교수님이 그러한 판례를 모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현실에서,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어려운(조국 교수님의 견해에 따르면 합격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탈북자들에게 교육의 기회, 나아가서는 공무담임권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고졸 출신에게는 그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평등원칙에 반하지는 않는지 그에 대한 문제제기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탈북자들도 교육의 기회가 보장될 수 있는 로스쿨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기회를 (사실상) 봉쇄해야만 한다면, 그에 대한 충분한 논증이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로스쿨 제도가 우수하다는 주장은 얼마든지 가능하겠으나, 최근 논의의 본질은, 그 우위성이 또 다른 기회를 봉쇄하고 나아가서는 공무담임권을 침해(제한)하는 것까지 정당화할 정도의 우위성을 갖느냐 일 것입니다. 법전원 학생들도 법을 전공하고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우리 시대의 청년들인 만큼, 헌법정신에 기초하여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그 결론이 반드시 사법시험 존치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권 침해 등의 문제, 교육기회 균등의 문제 등에서도 합리적 해결이 가능하다면 로스쿨제도만으로 법조인을 양성한다고 하여도 국가의 정책 판단의 재량과 그 합리성을 존중하는 것이 맞겠지요. 

문제는, 많은 수의 로스쿨 교수님들이 반드시 사법시험을 폐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놓고(만약 지금 로스쿨에 재직하는 교수님들이 로스쿨 인가를 받지 못한 법대의 교수로서 재직하고 있었어도 과연 지금과 같은 주장을 할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법적 안정성이나 신뢰이익만을 주장하고, 그 법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위헌성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나아가 양측 의견의 조화점을 찾지 못하고 극단적 대립까지 나아가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정주백 교수님은 그래도 최근에 변호사시험성적 공개에 관한 위헌 결정에 결정적 도움을 주시면서 최소한의 문제의식은 갖고 계셨던 것으로 보입니다. 

현시점에서의 로스쿨의 문제는 모든 로스쿨생들이 부유하고 음서제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부분이 아닙니다. 사법시험과 달리 법학 실력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는 진입장벽이 있다는 것이고, 일부, 어쩌면 아주 일부의 로스쿨생들이 실력과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기회를 부여받는 현실-그러한 일부 사례로 인해 전체 공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점인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제도에서나 음성적 뒷거래는 있어 왔지만,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시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투명한 운영으로 인해 더욱 의심의 눈길이 가게 되는 것이 현재 국민들 입장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정보화 사회로서, 일반 국민들의 지식이나 의식 수준이 전문가 이상인 경우도 많습니다. 국가 정책을 믿었던 학생들 입장에서 약속을 지켜달라는 투쟁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법적 안정성 못지않게 중요한 위헌적 요소에 대해 비판적 시야를 가져야 할) 로스쿨 교수님들까지 지금의 국민 여론에 대해선 애써 외면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행동인지, 교수님들의 주장이 과연 어느 정도로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전체 로스쿨 관계자 모두를 매도하는 현실에서(이러한 측면에서, 대한 변협 등의 로스쿨에 대한 지나친 비난이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지양함이 옳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많은 로스쿨 교수님들이나 로스쿨 재학생들이 억울하게 느껴질 것도 같고, 그러한 비난이 로스쿨 제도의 발전에 전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최근의 청춘fc라는 프로에서도, 미생인 선수들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했고, 어떤 선수는 그러한 기회를 얻는다는 것만으로 4년간 다닌 법대와 공무원 시험도 포기하였습니다. 누군가는 이를 희망고문일 뿐이라며 평가 절하할 수도 있겠지만, 그 개인이(합리적 판단주체로서의 성인이) 자신의 주체적인 판단으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위해, 오랫동안 소망해온 꿈을 위해 도전하는 것을 무조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부모나 형제로서 현실적인 조언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사람 가슴 속에 있는 꿈과 그의 인생 자체를 일률적 기준으로 폄하할 수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아마도 그래서 많은 분들이 현실적으로 프로의 벽이 높은 것을 알면서도 응원해주시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잡는 것이 그토록 간절한 것이라면, 그렇다면, 많은 법전원 학생들도 대형 로펌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어 할 것이며, 그 중에서는 변호사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우수한 로스쿨생들이 성적도 공개되지 않는 현실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일 것입니다. 가인법정변론대회 같은 경우 아니면 자신의 실력을 대법원이나 대형로펌 등에 알리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로스쿨에서도 성적에 따른 기회의 부여가 어느 정도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흐름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과거 교수님들의 제자들이 이런 불투명한 제도로 피해를 입는 동안 로스쿨 교수님들은 어떤 노력을 통하여 그 불공정성을 제거하였는지 의문이며, 최소한 문제제기라도 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결국에는 지방의 어떤 법전원 재학생의 끈기 있고 용기 있는 노력으로 위헌결정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런 학생들의 노력이 오히려 위기의 로스쿨을 건강하게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로스쿨 교수님들은 법학을 전공하신 분들입니다. 학자들이 이 사회의 마지막 양심이 되어야 하고 "인권과 정의의 등대지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실망스럽기도 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래선 안 된다고 소리치고 싶습니다.

이해당사자가 극심히 대립할 때는 결국 원칙으로 돌아가 풀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원칙 중에서도 헌법정신에 기초한 합리적 논의를 통해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현 제도 하에서 변호사 자격이 없으면 판사, 검사 등의 공직에 임관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로스쿨제도만으로 모든 법조인을 선발해야 한다면, 결국 로스쿨에 진입할 수 없는 일부 계층은 애초에 그런 공무담임권이 제한되게 됩니다. 탈북자가 사법시험을 통해서 법조인이 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면, 가정형편상 상고(여상)를 나온 사람이 대학에 진학하여 로스쿨을 통해서 판검사가 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여상을 졸업한 양선화 변호사 같은 상고 출신의 법조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훌륭한 법조인으로서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비록 소수의 인원이라 하더라도 사법시험 제도의 장점도 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양선화 변호사는 로스쿨 학생들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데 강의 내용과 실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반드시 법조인양성기관에서 양성한 인재여야만 훌륭한 법조인이 된다는 생각은 한편으론 타당한 측면도 있지만, 전적으로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실무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실무가들(사법시험 출신)은 실력과 열정에서 최고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론, 헌재 헌법연구관들,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을 비롯하여 헌재 재판관, 대법관들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당당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자랑이라 생각됩니다. 실력과 일에 대한 열정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여겨집니다. 또한 대한민국 사법시스템도 다른 나라에 수출할 정도로 우수하다고 생각되고 그런 부분에 대해 자긍심도 갖고 있습니다.

법대를 졸업한 지인이 로스쿨에 가서는 많은 부분 학부 때 배운 내용을 반복하는 것 같다는 실망감을 나타낸 반면, 또 다른 서울법대를 졸업한 사람이 사법연수원에 가서는 부장판사, 부장검사 출신들의 실력과 열정에 감탄하고, 사법시험과 학부 때 배운 법학은 기본으로서의 역할 정도였다고 고백하였습니다. 또 선배 법조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올바른 법조인상이 어떠한 것인지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는 경험담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렇다면 로스쿨 외에도 사법시험 후의 사법연수원 교육도 법조인 양성 교육으로 크게 부족함이 없다고 보여집니다. 또한, 법대 졸업생들이나 법 관련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식과 실력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 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대륙법체계인 대한민국에서, 4년간 법 공부를 한 사람과 법학입문이나 민법총칙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이 한 교실에서 같은 내용의 수업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과연 최선의 방법인지 의문이며, 이에 대해선 양창수 교수님도 냉철하게 비판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한, 로스클 재학생들,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의 신뢰이익 침해도 검토해야 합니다. 국가가 유인한 정책이므로 더욱 강하게 보호되어야 하는 사안입니다. 다만, 그 침해에 대한 구제가 또 다른 기회의 봉쇄로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왜냐면 그렇게 되면 위에서 제기한 또 다른 헌법적 문제가 야기되기 때문입니다. 신뢰이익보호의 한계논의로서 논의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국가는 정식으로 사과하고, 신뢰이익을 구제해 줄 구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문제의 출발점은 사법개혁에 대한 의욕만으로 충분한 검토나 대책을 세우지 않고 급하게 시행되었다는 것이고, 그 시행과정과 운영과정에서 자기 정화의 노력이 뒤따르지 않아 결국 외부로부터의 개혁까지 오게 만든 안일함 혹은 방관 내지 방조(심증이 가는 부분입니다)가 현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 헌법재판소는 공무원 임용시험에 나이 제한 등에 계속적으로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학벌과 나이로 인한 공무담임권 제한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최근에는 50대에서도 자신의 경험을 살려 봉사하고 싶다는 9급 공무원이 탄생해서 신문기사에 실리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선 찬반의 논의가 충분히 가능하겠습니다만, 최근의 헌법정신의 흐름은, 삶의 리스크는 가능한 개인의 자유와 본인의 판단에 맡기고, 국가가 개입해서 인위적으로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방향인 것으로 보입니다. 

평소 학자로서 존경해 온 윤진수 교수님은 100명에서 200명 정도의 인원으로는 로스쿨에 직접적인 해가 되지 않으나, 사법시험은 효율성을 위해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윤진수 교수님의 눈에는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눈물이 어리석은 불나방의 부질없는 욕망으로만 보이는 것일까요? 스포츠의 세계에서나 공부의 세계에서나 경쟁은 존재하는 것이고, 공정한 경쟁이라면 정정당당하게 도전해보는 것도, 자신의 능력과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길을 빨리 모색하는 것도, 그 과정에서 조금씩 스스로 발전할 수 있고 마침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끝까지 도전해보는 것도 각자의 자유와 권리 아닐까요? 비효율성을 근거로 인위적으로 막기보다, 합리적 범위 내에서는 각자 도전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최대한 존중하고 그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우리 헌법 제10조에서 말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보다 합치하는 방향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이 사법시험에 매달려서 국가적 손실이 될 것 같은 우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그 때문에 비효율성 지적을 하신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험에 합격하고, 많은 일을 하고, 많은 돈을 벌고, 많은 소비를 하고, 가능한 빨리 진급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둘 수도 있겠지만, 꿈과 신념, 노력과 절제의 가치 또한 우리가 소중히 간직해야 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 분야에서 몰두해서 최선을 다 하는 것은, 그 결과가 비록 실패로 끝이 나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한 사람의 인격을 성숙시켜주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넓혀주는 측면도 있음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청춘FC에서 어머님과 약속을 지키고 싶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위해, 선수로서는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힘겨운) 도전을 하는 천국회 선수에 대해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그 꿈이 얼마나 무모하고 힘겨운지,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현실적 희생이 필요한지 알면서도 많은 국민들이 응원하고 함께 울어주고 박수를 쳐주었던 것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꿈과 열정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경쟁에 뒤져 결국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약자의 마음이 어떠한지 함께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서이지 않을까요? 저 또한 감동이 전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다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그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공감하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그의 아내가 적극적으로 남편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 것은 저에게만 해당된 이야기는 아닐 것 같습니다. 먼 훗날 결국 그 선수가 프로에 가지 못하고 축구를 포기하게 된다 하더라도, 유소년 축구를 위해 교육자의 길을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못 다 이룬 꿈과 가슴 속의 열정을 다음 세대에 전해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설혹, 그가 축구와 관련 없는 일을 하게 되더라도 꿈결 같았던 그 도전의 시간을 후회와 회한으로서만 기억하진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조심스러운 저의 생각입니다. 

사법시험에 도전한 지금까지의 수많은 사람들이 사법시험에 실패하였지만, 그 사람들의 인생이 전부 소모적이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법시험에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과목에 학문적 흥미를 느껴 학문의 길로 간 사람도 있고(실제로 제 주위에 있습니다), 학원 강사의 길로 간 사람도 있고, 법무사나 노무사 등의 법 관련 직종에 근무하게 된 사람도 많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있어 사법시험 도전의 시간의 의미를, 효율성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서울대학교 송옥렬 교수님이, 사법시험에 도전한 많은 사람들 덕분에 우리나라의 법치주의가 발전하는 측면도 있다는 이야기도 하였는데, 사법시험 도전이 반드시 합격한 소수에게만 의미 있는 시험이 아님을 말해주는 이야기여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윤진수 교수님이 자신의 자녀에게 그러한 조언(효율적으로 판단해서, 사법시험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가라는 조언)을 할 수는 있겠지만, 국가가 정책적으로 인위적으로 누군가의 인생에 대해 효율성을 근거로 박탈(이미 있던 제도의 폐지이므로 박탈이 더 정확한 표현일 듯합니다)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윤진수 교수님이 말한 효율성은, 아마도 국가 인력을 선발하는 제도로서의 효율성을 말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법조인 영역은 국가 인력 선발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개인의 직업의 자유를 실현하는 제도로서의 의미도 있습니다. 그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효율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개인의 꿈과 자유일 것입니다.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자 못지않게 최연장 합격자도 우리가 감동의 이야기로 들어온 것이 불과 몇 년 전입니다. 사람들은 왜 가장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을까요? 세상에는 성공만 하는 사람보다는 실패를 거듭하다 성공한 사람이 더욱 많으며, 그런 사람들을 보며 희망을 보는 것 아닐까요?

또한, 천경훈 교수님을 비롯하여 안대희 전 대법관, 김용준 전 헌재소장 등 소년등과하신 분들도 대한민국 최고의 법률가로서 손색이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됩니다. 언젠가 천경훈 교수님의 논문을 보며 감탄한 적이 있었고, 한수웅 전 헌재연구관님이 김용준 전 소장님의 사건 장악 능력에 감탄했다는 기사도 보았습니다. 아무리 두꺼운 기록을 가져다주어도 짧은 시간에 정확하게 쟁점을 뽑아내고 그 많은 일을 하면서도 지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기억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 사람마다 능력의 차이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사법시험이 사라지면, 이렇게 어린 나이에 자신의 역량을 보여서 법조인으로서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길도 없어지게 됩니다. 이에 대해선 긍정적 부정적 견해가 다 있겠지만, 저는 그분들이 로스쿨과 같은 법조인 양성기관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법조인의 자질이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소년등과한 사람들이 인품이나 교양이 없다는 생각은 편견일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재철 변호사님도 독학의 중요성 및 그 장점에 관해서 말씀하십니다. 독학의 폐단도 무시할 수 없으나, 독학은 무조건 수준 낮은 공부방법이라는 생각도 편견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사법시험은 암기시험이고, 단순 암기시험으로 법조인을 선발하는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어느 시험이든 기본적으로 암기가 바탕이 되어야 함은 당연할 것인지만) 만약 사법시험이 암기시험이어서 문제가 있다면, 출제당국과 출제자가 반성하고 노력해야 될 문제가 아닐까요?)

현재 실무 현장에서 사법시험 출신으로서, 고인이 되신 한기택 판사님 같이 열정적으로 헌신적으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시는 분들이 분명 곳곳에 계실 것이라 믿습니다. 또한 언젠가는 로스쿨 출신의 법조인 중에서도, 황적화 부장님, 한기택 판사님과 같이 최고의 실력과 따뜻한 인품을 지닌 분들이 나오실 것이라 믿습니다. 잘못된 부분은 따끔하고 냉철하게 비판하되, 서로를 격려하고 장점을 살려줄 수는 없는 것일까요? 

지금 혹시 우리는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프레임에 갇힌 것은 아닐는지요? 일부 로스쿨생들의 불공정한 선발 등의 문제는 오히려 다른 로스쿨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사법시험 수험생들의 건전한 비판은 로스쿨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로스쿨의 발전은 사법시험 준비생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 많은 수의 로스쿨 교수님들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끼고, 고민을 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박찬운 교수님도 계시고, 고려대 신호영 교수님도 매정하리만큼 냉철한 비판을 하십니다. 이 외에 다른 분들도 많이 계실 것이라 믿습니다만 아마도 현실적인 여건상 여러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이 됩니다. 그러나 지금 많은 로스쿨 학생들과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눈물을 보신다면 이제는 용기를 내어주셨으면 합니다. 보다 합리적이고, 양심적인 교수님들이 침묵을 깨고 조금씩 세상을 올바르게 나아가게 하는 데 힘을 실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헌법정신에 기초하여, 헌법 전문에 나와 있는 그러한(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는) 사회를 지향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로스쿨도 보다 건강하게 다시 태어나고, 로스쿨에 진학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무담임권이나 직업의 자유 침해의 문제도 해결하면서 교육 기회의 균등이 보장 되게 하고, 로스쿨에 진학할 필요가 없는 우수한 인재들도 자신들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렸으면 합니다. (… 이상적인 견해 또는 소망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보다 나은 사회를 향한 노력과 희망은 계속 되었으면 합니다.)

아직 다듬지 못한 생각들이 있을 터여서 읽으시는 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저의 생각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정의와 법치주의에 관한 개인의 작은 생각 정도로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불가능한 일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이 부디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많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고, 눈에 보이지 않는 꿈과 눈물과 희망, 그리고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랑을 우리 모두가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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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ㄹㄹㄹ 2015-12-24 16:00:55
사시는 예정대로 폐지하되, 로스쿨 응시 자격을 고졸자 이상으로 개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독자 2015-12-24 14:43:05
글 잘 읽었습니다!
조근조근 조리 있게 논리적으로
쓴 글, 사이다 처럼 통괘한 내용도
있네요.
로스쿨 학생들도 학원·동영상강의
듣던데. 왜일까.
비싼 학비 내고 또 사교육 받고.
법대 4년 다닌 사람들은 로스쿨 가서
배운거 또 들어야 하고.

궤변도 이쯤되면 2015-12-23 18:21:56
쉽게 이야기 하세요.사시유지 해달라고..그리고 떼법도 법이라고...

하나 2015-12-23 15:59:56
자격제 자체가 이미 공무담인권이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소지를 가지고 있는 방식이 아닌가? 그 자격을 사시든 로스쿨이든 어느 방식을 택하는 것인지는 입법적 재량으로 보야할 것 아닌가요.

하나 2015-12-23 15:57:55
과연 균형적인 독서를 한 것인가...그냥 수험생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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