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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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12)
  • 박준연
  • 승인 2015.12.18 10:2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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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가는 사람들과 오는 사람들

지난주에는 샌프란시스코의 동료 J가 캘리포니아 법무부 검사실로 직장을 옮기면서 회사를 그만두었다. 한달 여 전에 미리 이야기를 듣고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그녀가 우리 회사에서 근무하는 마지막 날이 되고 새 연락처를 받으니 쓸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그런 생각을 시작하자마자 다음 회의에 들어가야 했지만.

J는 작년 하반기부터 같은 안건을 담당하면서 업무 연락을 주고받는 시간도 늘어나고, 또 그녀가 몇 번 일본으로 출장을 오기도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샌프란시스코의 이른 아침 시간, 도쿄의 이른 아침 시간이나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연락을 주고받으며 “역시 너밖에 없어” 이러면 “그걸 이제 알았니” 하는 실없는 농담도 함께 주고받았다. 꼭 가까이 있어야만 친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한달 여 전에는 다른 안건을 함께 담당하면서 친해졌다가 시카고에서 열린 회사 연수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만나 반가워했던 S가 몇 개월 휴직을 할거라고 귀띔해주었다. 업무 이메일을 주고받다가 잠깐 통화좀 하자고 해서 그녀의 오피스로 전화를 걸었을 때 들은 얘기는 이랬다. 잠시 쉬면서 여행도 좀 하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보겠다고. 일이 많이 바쁜 와중에 같은 팀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많이 망설였지만 원래 자신이 로펌에서 일하기로 예정했던 기간 이상을 일하게 된 지금 장래에 대해 다시 고민을 해 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친한 동료들이라 새삼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떠나고, 또 그 자리를 새로운 사람들이 메우는 건 로펌 생활의 일상이다. 이전 회사에서 일 시작하고 2년 정도 된 시점에서 동기들과 잡담을 하다가 20명에 가까운 동기들 중 회사에 남아있는 동기들이 몇이나 되나 세어본 적이 있었다. 한 반쯤이 다른 로펌, 정부기관, 기업체 법무 담당 등으로 자리를 옮겼던 것 같다. 그 이후 나도 지금의 회사로 자리를 옮기고, 그때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동기 둘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직장을 옮겼다. 

로펌에서 ‘래터럴(lateral)’이라고 하면 2학년 여름 또는 로스쿨 졸업 직후부터 그 회사에서 일한 것이 아니라 다른 직장 (주로 로펌)에서 그 회사로 옮겨온 경우를 지칭한다. 나 역시 전 회사에서 3년 정도 근무한 후 지금 회사로 옮겨온 래터럴이다. 전 회사에 큰 불만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정든 회사를 떠나고 또 로스쿨까지 합쳐 7년 가량을 생활한 뉴욕을 떠나는 데에도 아쉬움이 컸다. 회사를 옮기기로 결심한 가장 큰 원인은 연차가 쌓이면서 업무 분야를 좀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회사를 옮기려고 결심하고 면접을 보기 시작했지만 지금 회사만큼 빨리 지금 오피스와 비디오 회의를 통한 면접, 뉴욕 오피스와 대면 면접, 그리고 현재의 상사인 파트너 변호사와 만나는 과정까지 빨리 진행된 적은 없었다. 생각해보면 로스쿨 진학때도 NYU 로스쿨처럼 빨리 합격통지를 받은 학교가 없었으니 이런 게 인연인가 싶다. 

회사를 옮기고 뉴욕에 있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업무 분야에 집중을 할 수 있어서 잘못된 선택을 하지는 않았다는 안도감이 드는 한편, 가끔 뉴욕 회사 생활을 생각할 때가 있다. 뉴욕의 로펌에서 대부분 그러듯 3년차까지 오피스를 함께 쓰는 오피스 메이트가 있었다. 하루 24시간 중 보통은 10시간, 길 때는 12~14시간까지도 같이 보내면서 티격태격한 적도 있었지만, 도쿄로 옮겨와서 널찍한 오피스를 혼자 쓰면서 오피스 메이트와 잡담을 하거나 서로 이메일 교정을 해주거나 하던 기억이 더더욱 새로웠다. 

친했던 사람들이 떠나거나 혹은 내 자신이 자리를 옮기는 것은 로펌 생활에서 드물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꼭 쉬운 것은 아니다. J와는 이때까지 취미생활할 여유도 없이 일만 했는데 이제 자유시간이 갑자기 생기면 오히려 곤란하지 않겠냐는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예전부터 지나가는 말처럼 정부에서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던 걸 기억하면 그녀에게 참 잘된 일이다. J의 건투를 빈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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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팬 2015-12-21 08:56:35
항사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ㅅ'

Stub 2015-12-20 08:40:16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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