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입시 과정 전반을 전수조사하겠다고 한다. 교육부의 이번 입시 실태 조사는 로스쿨 제도 발전을 기하는 한편 고위층이나 로스쿨 교수 자녀의 부정입학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로스쿨이 개원한 7년 동안 지속적으로 로스쿨 입시의 불공정성 문제가 제기돼 왔음에도 로스쿨 입시와 관련된 감사나 조사를 하지 않았다. 곪을 대로 곪아 터진 지금에서야 입시 전반을 조사하겠다는 교육부의 태도에 또 무슨 꿍꿍이냐는 곱잖은 시선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로스쿨 입시와 관련된 외부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자정의 노력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에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09년 로스쿨제도 출범 이후 교육부는 법인전입금, 등록금 비중 등 인가 기준 등과 같은 일반적 사항은 매년 점검해 왔지만 입학과정에 대한 실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껏 로스쿨 입시 의혹은 대학가와 법조계 안팎에서 꼬리를 물었다. 로스쿨측에서는 근거없는 의혹이라고 일축하지만 ‘카더라 의혹’이 끊일 새 없었다. 로스쿨이 출범한지 어느덧 8년째 접어들고 있지만 어쩌면 이런 잡음과 의심 때문에 로스쿨이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교육부의 조사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로스쿨 특혜 시비가 곳곳에서 불거지다 보니 로스쿨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더욱 커졌고 사법시험 존치 논란이 극에 이른 상황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번 로스쿨 실태 조사에 대해 일각에서는 다소 냉소적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로스쿨의 전반에 대한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도 조사는커녕 드러난 비리마저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로스쿨의 폐단을 악화시킨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사법시험 폐지 유예 문제가 불거지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자 ‘로스쿨 보완·발전방안’을 급조해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니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발표가 황우여 교육부장관과 로스쿨협의회 원장들이 회동을 갖은 뒤 나온 것이어서, 사법시험을 폐지하라고 요구하는 로스쿨측의 자기방어논리를 뒷받침하는 요식행위 내지 면죄부 의도가 숨어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교육부가 로스쿨 주무기관인데다 로스쿨과의 유착관계 때문에 ‘가재는 게 편’이라는 것이다.
6주 만에 조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도 겉핥기식 조사에 그칠 공산이 크다. 특히 각 로스쿨들이 각종 정보제공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로스쿨 교수 자녀 특채 의혹에 국감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자료를 요구했는데도 대학이 거부한 마당이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은 경희대 로스쿨에 신기남 의원 아들의 입학과 졸업자료 등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하자 이를 거부했다. 심지어 일부 로스쿨은 로스쿨 입학자의 출신대학 현황마저 스스로 공개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사가 그냥 공문 몇장 내려 보내 보고받는 형식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교육부가 진정 로스쿨의 입시의 불공정성 문제를 해소하고, 이에 관한 의혹을 철저히 밝혀 로스쿨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보여주기식’의 행정이 아니라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외부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교육부와 로스쿨이 소위 '짬짜미'를 한다는 뒷말까지 도는 상황에서 교육부 단독으로 이번 조사가 이뤄진다면 또 다른 논란과 불신을 초래할 뿐이다. 이번 기회에 철저한 전수조사와 엄정한 조치가 이뤄질 때 교육부가 로스쿨 관리·감독의 주무관청으로서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으로부터 벗어남과 동시에 로스쿨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