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13 / 현금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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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13 / 현금청산
  • 이용훈
  • 승인 2015.12.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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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주택재개발사업등에서 조합원 자격이 없거나 분양대상에서 배제된 이들은 잔치가 한창 벌어지는 와중에 자리를 정리해야 한다. 원래 갖고 있었던 재산에 대해서는 그 가치에 상당한 ‘현금’을 받고 툭툭 털어버려야 하는데, 이들 재산에 대한 평가를 ‘현금청산’ 평가라 부른다. 공익사업에 따른 토지등의 보상에서는 일정한 요건하에서 일부 채권이나 보상금에 상당하는 토지를 보상금 대신 받기도 한다. 전자는 토지투기우려 지역 등 특정 요건이 충족되었을 때, 후자는 토지소유자의 요청이 있을 때 각각 만기가 있는 채권과 대토로서 현금보상을 갈음한다. 반면, 정비사업에서의 청산자에게는 반드시 현금 다발을 쥐어줘야 한다. 그래서 이를 ‘현금청산’이라고 부른다. 

주택재건축사업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설립(또는 사업시행자 지정)에 동의하지 않는 순간 조합원의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다.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 조합설립인가 이후라도, 조합원이었던 자에게 건물이나 토지를 넘겨 받았는데 종전 소유자가 근무·생업·치료·취학·결혼의 사유로 이주하면서 양도한 경우등이 아니면 역시 조합원 자격을 얻지 못한다. 토지나 건물 어느 하나만을 갖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현금을 주고 청산시키는 것은 같지만, 청산의 방법으로 사업시행자에게 ‘매도청구권’을 인정해 주므로, 이를 현금청산과는 별도로 취급하기도 한다. 

조합원의 자격은 부여했어도, 분양 대상에서 배제될 수가 있다. 관리처분계획에 분양대상자로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 역시 현금으로 청산하게 된다. 새 아파트나 상가를 분양받지 않고 조합에서 탈퇴하고자 분양신청서를 아예 내지 않는 사람도 이 부류다. 변심하는 경우도 흔하다. 깨끗한 새 아파트가 공짜로 생긴다는 말에 덥석 동의해 줬지만 분담금이 1~2억 원에 달한다는 소식에 이래저래 둘러봐도 돈 나올 구멍은 없어 분양신청을 철회한 이들이다. 물론 분양신청기간 내 철회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막차를 타는 이들은 분양계약체결기간동안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이들이다 단, 조합정관에 계약 미 체결자에 대한 현금청산 규정이 있고 조합이 분양계약체결기간을 설정한 경우만 현금청산으로 빠져 나올 수 있다. 

원래부터 조합원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던 자들은 이번 현금청산평가가 첫 평가이겠지만 새 아파트와 상가를 분양받고자 조합에 동참했던 조합원은 관리처분을 위한 종전자산 평가에 이어 두 번째 감정평가가 된다. 일반적으로 현금 청산 전에 청산 대상 자산에 대한 실측을 진행한다. 실측 후에는 건축물대장에 있는 면적보다 적게는 수십 ㎡, 많게는 수백 ㎡ 면적이 늘어나는 것이 상례다. 종전자산 평가를 받았던 이들은 현황 면적이 아닌 등기사항전부증명서등에 등록된 면적으로 평가받았을 것이다. ‘건폐율’ 개념이 무색하게 토지에 꽉 들어찬 무허가건물은 무허가건물확인원에 기재된 면적으로 종전에 평가받았다가 청산 시에는 두 배 이상 늘어난 면적으로 목록이 수정될 때도 있다. 월세 좀 더 받으려고 구청 허락 없이 만든 옥탑방도 청산 대상에 포함될 것이다. 

현금청산을 하는 사정이 다양하지만 최고의 수혜자는 종전자산 평가 당시 재산 목록에는 빠졌다가 금번 평가에서 목록에 새롭게 추가되는 굵직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던 자들이다. 89년 1월 24일 이후에 무허가로 지은 건물이었거나 위반건축물로 등재돼 이행강제금을 물면서까지 불법 증축한 건물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과연 이런 재산까지 평가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지만 현금청산평가금액으로 조합과 소유자 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조합은 강제 ‘수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으므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상 협의보상과 동일한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현재 상태의 모든 물건이 있는 그대로 평가를 받게 된다. 

예전에는 굳이 감정평가를 받지 않고 협의를 통해 현금청산을 진행하기도 했다. 청산단계까지 가지 않고 조합이 ‘이 정도 줄 수 있는데 넘기겠느냐’ 의사를 타진해서 매매계약 형태로 무난하게 취득하는 유형이었다. 이런 경우는 개별주택가격이나 개별공시지가 등의 공시 지표를 활용해 몸값을 매기고 여기에 웃돈 몇 천 만원을 얹어 주는 식이었다. 과세를 위해 책정하는 몸값인 개별주택가격, 개별공시지가가 현 시세보다 낮다는 건 누구나 인지하고 있으니 이 웃돈은 공시가격의 현실화 정도를 고려해 시가와 공시가격의 차액 분 성격이 짙다. 재개발구역에서 공시가격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기도 했으니 이런 학습효과 때문인지 재개발구역 주민은 너도나도 공시가격 올려 달라 민원이 상당했다. 

일부 청산자는 금번 기회에 자연스레 자산 매각이 이뤄졌으니 만족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금청산자는 탐탁치 않게 여긴다. 이 익숙한 환경에서 등 떠밀려 나가는 모양새인데다 나갈 때 쥐어주는 돈도 타지에서 새로 이만한 집이나 상가를 얻는 금액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금청산평가도 감정평가 대원칙인 ‘현황평가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특히 건물가액에 대해서는 불만이 상당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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