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12 / 감정평가업계 온탕과 냉탕을 오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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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12 / 감정평가업계 온탕과 냉탕을 오가다
  • 이용훈
  • 승인 2015.12.04 10: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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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환호성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 얼음장 같은 찬 기운이 몰려왔다. 지난 주 업무영역을 보장하는 대법원 판결 낭보가 있은 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감정원에 감정평가 적정성 조사권한을 부여하는 법률안이 소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대법원 판결로 ‘회계에 관한 감정’과 ‘감정평가’는 동의어일 수 없고 교집합도 전혀 없음이 밝혀졌다. 대법원 판결과 동일한 내용의 1심 판결이 2심에서 뒤집혀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이 찜찜함이 해소된 것이다. 최악의 경우 공정가치 평가 시장이 싹 날라 갈 수 있었다. 회계사는 감정평가업계와 달리 ‘감정평가 보수에 관한 기준’ 준수 의무가 없다. 사건의 발단인 대기업 토지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하며 받았던 보수도 정상적인 감정평가 수수료에 한참 못 미친다. 당사자는 수수료 절감효과를 내세워 정식 감정평가를 만류하고 평가 업무를 유치했을 가능성도 있다. 

외견상 업무 영역의 다툼이지만 실질은 권한 쟁의였다. 전문직 종사자를 규율하는 법률에 적힌 내용이 한쪽은 명확하고 다른 한 쪽은 불분명했다. 불분명한 측에서 욕심을 냈고, 명확한 쪽은 법률 위반으로 고발한 것이다. 유형 자산 컨설팅에 대한 자신감이 과도했거나 감정평가 업무가 별 거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번 판결은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토지등의 감정평가는 감정평가사 외 다른 직역은 수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이 업계를 냉탕으로 만든 내용물은 국토법안 소위원회를 통과한 감정평가 3법이다. 그 중 감정평가 적정성 조사 권한을 한국감정원에 부여한 조항이 가장 부담스럽다. 이미 사후 타당성 조사 권한을 갖고 있는데 사전 적정성 조사 권한까지 손에 쥐었으니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다. 근거 없는 걱정만은 아니다. 

최근 감정원의 사후 타당성 조사 결과물이 그대로 인용되지 않았다. 징계위원회에서 ‘불문’결정이 내려지거나 법원에서 이 결과물에 근거한 징계 등의 행정처분에 제동을 걸었다. 원 보고서에 흠결이 있다는 것이다. 천안 야구장 보상 건만 해도 어떤가. 문제의 핵심은 보상평가 이전 지자체가 보인 비합리적인 행정절차다. 보상금을 늘려 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보상 대상 토지 주변에 어떻게 이런 식의 가격 상승 장치를 마련했을까 의심할 만도 한데, 과다보상이라고만 밀어붙이지 않았던가. 감독기관으로의 변신을 꾀하면서 민간 평가기관의 부실감정을 침소봉대하며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얻으려 언론플레이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감정원에 감독기관으로서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순기능이 없지는 않다. 평가법인 명칭을 뺐으니 이제 감정평가업자이면서 감독기관이었던 모호한 신분도 아니다. 관리감독에만 충실하면 된다. 일부 소유자추천 평가사의 과도한 보상평가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일 수 있다. 사후 관리감독권과 사전 조사권을 가졌으니 감정평가서에 적힌 숫자를 우습게 아는 평가사는 부담백배다. 그런 억제효과는 일탈방지 효과가 탁월할 것이다. 

업계는 감정원에 대한 해묵은 불신감이 가득하다. 감정원이 감정평가업자로 그간 왕성히 활동한 건, 이곳에 소속된 200여명의 감정평가사 때문이었다. 감정평가사가 없었다면, 보상, 재개발재건축, 담보, 경매 그 어떤 평가서를 감정원 이름으로 내 보낼 수 있었겠는가. 표준지공시지가와 표준주택 평가, 개별공시지가와 개별주택 검증 수수료 상당액이 감정원의 수입으로 잡혔다. 감정원이 부동산통계 전문기관으로 도약하기까지 적지 않은 운영비를 감정평가업무로부터 획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민간 평가업무를 전부 이양한다고 공언해 놓고 최근 일부 시중은행에 담보평가를 재개한다고 일감을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하니 이런 표리부동한 모습이 자사 이기주의 외에는 이해되지 않았다. 

혹 본회의를 거쳐 위 법률이 확정된다면, 감정평가업자를 벗어버린 감정원이 전문성 있는 관리감독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일개 감정평가사로서는, 이 업계의 자정을 위한 노력 외에도 동시에 업계 환경을 개선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감정원의 통계자료가 평가서에 손쉽게 인용되고, 업무영역 다툼 시 총대 메는 것 외에 새로운 업무 영역을 개척해 주는 딴 짓(?)을 한다면, 어느 감정평가사가 감정원에 대한 시각을 삐딱하게 갖겠는가. 상생이 과욕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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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태클 2015-12-08 08:31:37
명심하고,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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