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로스쿨에 대한 하나의 의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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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로스쿨에 대한 하나의 의문점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11.27 12:0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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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2009년 출범한 로스쿨은 다양성, 전문성, 국제화 등을 표방하고 있다. 이 중 다양성은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이수한 인재를 선발한 뒤 법학 이론과 실무를 배양해 사회 적재적소에서 법률가로 활동하게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전문성과 국제화라는 목적 또한 달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즉 다양성=전문성=국제화는 다르면서도 같다는 공식이 성립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린 셈이다. 

로스쿨 개원 이래 사법시험(또는 예비시험) 존치여부에 대한 공청회 및 토론회가 수도 없이 개최됐다. 여러 논점 중 다양성 여부에 대한 찬성과 반대측간 공방도 치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로스쿨측은 과거 사법시험보다 로스쿨 입학생들의 학부 전공과 출신대학이 한층 다양화 됐다는 것을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로스쿨협의회측 자료에 따르면 2002년~2014년 사법시험 합격자 10,458명 중 SKY대학 출신은 58.51%(6,119명)인 반면 2011년~2015년 로스쿨 입학자 10,410명 중 SKY대학 출신은 46.8%(4,871명)라는 점을 꼽고 있다.

또 출신대학에서도 사법시험은 80개 대학에서 합격자를 배출한 반면 로스쿨은 113개 대학 출신자들이 입학했다는 것을 성과로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학부 전공이 사법시험에 대비 확연히 다양하다는 것도 하나의 근거로 삼고 있다.

실제 기자가 2002년~2015년 사법시험 합격자들의 출신대학을 분석한 결과, 10,611명 중 SKY대 출신은 58.19%(6,175명)로 나타났고 전국 84개 대학 이상에서 합격자를 배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의회 자료와 다르지 않았다. 또 2009년~2015년 로스쿨 입학자 14,538명의 출신대학을 집계한 결과, 이 중 SKY대 출신은 48.38%(7,034명)였고 출신대학은 국내 126개 대학, 외국 30여개 대학이었다. 역시 협의회 자료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충분히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이다. 다만, 시선을 달리하면 또 다른 이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로스쿨에 입학하려면 반드시 학사학위를 소지해야 하지만 사법시험은 ‘법학 35학점 이수’만 하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는 점은 또 다른 측면이지 않을까.

사법시험 합격자 통계 중 드러나지 않는 점은, 대학 수료·재학·중퇴자의 비율이 거의 40%에 달한다는 점이다. 대학 진학 후 전공에 맞지 않아 법학을 부전공 하다가 사법시험에 응시해 합격하기도 하고, 가정 형편상 자퇴 후 합격하기도 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특히 고졸, 전문대학 이하 등 대학의 문턱에도 들어서지 못했지만 법조인에 도전, 합격한 이들도 15명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흔히들 사법시험을 “개천의 용”이 될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로 표현한다. 기자는 “개천의 용”이라는 점에서는 부정하지만 “기회의 사다리”인 것은 분명하다고 인식한다. 남북 분단의 현실에서 남성의 경우, 최소 2년간 군복무를 해야 하는데다 학부를 졸업하면 20대 후반에 서게 된다. 다시 3년 과정의 로스쿨에서 수학을 하기란 적지 않은 부담이다. 특히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는 이상, 법학 박사라도 앞으로는 법조인이 될 수 없게 된다. 

일부 변호사들은 “학부 전공이 다양하다고 그것이 곧 전문성의 다양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일축한다. 법조 직역에서의 전문성은 법조경륜 속에서 이뤄진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물론 학부 전공의 다양성이 가져 오는 전문성 또한 무시를 하지 못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이미 사법시험을 통해서도 20%가량이 법학 이외의 전공자들이 합격해 왔고 그 외에도 사회 적재적소에서 전문분야를 쌓아 왔던 이들도 적지 않게 합격했다는 사실이다.

기자는 다양성에 대해 “그렇다면, 사법시험 합격 후 법학 이외의 학위 취득도 검토 해 볼 수 있는 문제”라고 소신을 밝히곤 한다. 로스쿨도, 사법시험도 다양성 면에서는 각각 장점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법조인이 되는데 왜 반드시 ‘대학원’까지 나와야 하는가 라는 근원적 의문이 2007년 로스쿨법이 통과될 때부터 지금까지 기자를 괴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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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아야기 해도... 2015-12-02 20:40:22
로스쿨은 표면적으로 나이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면밀히 들여다 보면 다양성,전문성 보다 변시 합격률 가능성이 높은 어린 학생들만 선발하고 있습니다. 로스쿨 도입 취지에도 어긋나고 여러가지 모순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나이가 많은 모든 학생이 변시 합격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이가 많으면 우수한 학생이다 할지라도 기회자체가 박탈됩니다..이렇게 불공정한 상황은 사시가 존치되어야만 해결이 가능합니다.

나쁘게 이야기할까요 2015-11-28 21:05:00
로스쿨의 다양성은 사법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수준의 인재들을 포용하는것을 다양성이라고 합니다. 이와는 달리 사법시험의 다양성은 다양한 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이 진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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