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11 / 출구전략 현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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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11 / 출구전략 현 주소
  • 이용훈
  • 승인 2015.11.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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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2002년과 2012년은 서울시의 개발 방식이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 원년이다. 2002년에는 뉴타운개발이 본격화됐다. 민간주도 정비 사업을 공공이 계획하는 사업으로 진행하겠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서울시 전체를 공사판으로 만들었다. 주민에게 부동산 차익실현을 통한 재산증식의 환상을 줬고, 지역구 정치인은 이에 편승해 뉴타운 지정을 선거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각 지자체도 지역 개발의 호재로 받아들였다. 이후 금융위기와 부동산 가격 폭락을 경험하면서 아파트 불패신화가 한풀 꺾였고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용산사태는 탐욕스런 도심 개발 사업의 민낯을 보여줬다. 

당시 정보가 ‘닫혀 있는’ 사회 분위기 탓도 컸다. 정보 제공의무자가 자진해서 시의 적절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는 찾아 볼 수 없었고 내놓으라고 호통 치거나 통사정할 때야 비로소 내 재산권과 관련된 정보를 가까스로 획득할 수 있었다. 사업시행인가고시가 지나고 관리처분에 임박해서 종전자산 결과를 통지하고 조합원에게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을 만든 후 ‘루비콘 강을 건넜다’ 는 식으로 은근슬쩍 사업을 속개시키는 추태가 만연했다. 

2012년에는 ‘출구전략’이 부동산 시장을 달궜다. 정비사업 지구를 공공이 관리·지원하겠다고 천명했고 구역지정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주민 합의가 있으면 ‘해제’ 절차를 밟을 수 있게 길을 터 줬다. 구역별 사업성 검토가 병행됐고 촉진과 존치, 해제될 곳을 분류했다. 2013년, 2014년 각각 15개 구역과 29개 구역이 해제됐고 2015년 20개가 넘는 구역이 해제에 동참했다. 현재 200여 곳이 재정비촉진구역으로 남아 있다. 

출구전략에서는 조합원들이 정비 사업에 미련이 없다면 의견을 모아 해제를 신청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사업추진이 어려운 구역은 서울시가 직권해제 할 수도 있다. 직권해제의 기준이 있다. ‘토지 등 소유자의 과도한 부담이 예상되는 경우’와 ‘정비예정구역 또는 정비구역 등의 추진상황으로 보아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다. 사업성이 없는 곳이면 주민의 과도한 부담이 예상될 것이다. 서울시 조례는 조합이 입력한 정비계획에서 산정된 추정비례율과 구청장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로 도출된 추정비례율이 80%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열악한 사업장으로 보고 있다. 비례율 80%면 현 재산의 20%를 손해 보고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추진상황이 안 좋다고 볼 수 있는 구역은 추진위 승인 후 3년째 조합설립인가, 조합설립인가 후 4년 내 사업시행인가가 신청되지 않는 곳이다. 정비사업 중 도시환경정비 사업에 대해서는 추진위원회 승인 후 2년 안에 조합설립인가 신청이 없거나 조합설립인가 후 3년 안에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없는 경우 시장ㆍ군수가 시ㆍ도지사에게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할 수 있다. 개발 대기기간이 늘어날수록 매몰비용은 늘어갈 수밖에 없다. 이 외에 해당구역 및 주변지역의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도 서울시가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다. 

이미 27개 구역이 직권해제 됐고 2016년에도 상당수의 구역이 직권해제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2년 1월 31일 이전에 정비계획이 수립된 추진위원회에 대하여도 일몰제를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뜨거운 감자였던 각 구역 매몰비용의 지원도 구체성을 띠고 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해제를 신청한 구역뿐만 아니라 직권해제 된 구역도 검증된 비용의 70%를 보전해주겠다는 지원책을 내놨다. 해제된 구역이 도시재생사업 등으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 도시공동화나 슬럼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해제된 구역에 우후죽순 빌라와 다세대 주택만 빼곡하게 들어서고 있어 난개발의 폐해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해제되지 않은 존치, 촉진구역 개발의 잰걸음을 위한 조치도 있다. 신탁업자 및 기업 형 임대주택업자의 정비사업 참여 허용을 통해 정비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고, 토지등소유자의 30퍼센트 이상 또는 시ㆍ도지사 등이 일몰기한이 도래할 정비구역을 자동 해제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2년의 범위에서 일몰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정비사업도 조합원에게 돈을 벌어주는 사업에서 쾌적한 공간으로 거주지를 탈바꿈시키는 사업으로 이미지가 변화될 것이다. 흉악범죄가 후미진 주택가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고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높아져 환경에 대한 가치를 높이 사는 요즘 추세라면 도시를 정비하는 일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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