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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군사력, 새로운 시대적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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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군사력, 새로운 시대적 조망
  • 신희섭
  • 승인 2015.11.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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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인류는 새로운 시대를 만나왔다. 소위 냉전의 종식은 새로운 시대의 개막으로 평가를 받았다. 이념적 대결의 종식은 막대한 군사력에 의존한 미국과 소련 중심의 양극적인 대결구도로 인한 폭력사용 가능성를 사라지게 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의 개막에 많은 이들은 환호했다. 탈냉전의 분위기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것은 1992년 미국대선에서 클린턴 후보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슬로건일 것이다. 이 구호는 40년이 넘는 냉전과 단기적인 걸프전쟁의 승리를 통해 베트남 신드롬에서 미국을 구해낸 현역 부시 대통령의 연임을 막았고 클린턴으로 하여금 대통령에 당선되게 하였다.

1991년의 냉전종식이후 우리가 사는 세계는 ‘경제적 세계’로 바뀌었는가? 그렇지 않다. 많은 이들의 바람과 달리 세상이 그리 단순하게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세상이 단순하지 않은 것은 인류가 미국의 자유주의자들의 확신처럼 부유함과 풍족함을 향해서만 달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한 존재인 인간은 불안과 공포에 의해서도 움직이고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 경제적 풍요로움을 포기할 수도 있다. 또한 지배에 대한 강렬한 욕구도 인간자체를 지배한다.

인간의 다원적 속성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하자면 현재 세계는 새로운 시대로 가고 있는 듯하다. 새로운 시대는 군사력이 더욱 뚜렷이 부각되는 시대이다. 뒷방으로 물러나 FTA의 물결과 넘쳐나는 다국적기업들의 활약을 지켜보던 군사력이 이제는 전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시대가 되고 있다. 논리는 폭력에 맞서는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2001년 9.11테러는 테러리즘이 미국의 단극(unipolar)시대와 맞물려 ‘post 911(9.11 이후 세계)’이라는 새로운 시대상을 제시했다. 국가간 전쟁이 아닌 테러리즘과의 전쟁으로 불의에 대항하기 위한 폭력의 강화 즉 군사력의 강화가 새로운 시대의 모습이 되었다. 미국은 ‘핵선제공격’을 부르짖으며 테러와 핵무기간의 연계를 우려했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은 2003년 이라크문제와 연결되면서 본질적인 문제인 테러리즘보다는 석유라는 자원과 중동질서의 통제라는 지정학 전략이 전면에 나서게 되었고 이로 인해 부정의에 대한 폭력사용은 국가이익이라는 본질을 숨기는 거대한 수사로 전락한다.

2010년을 넘어서면서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였고 군사력의 사용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이 지역에 사용된 군사비용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2015년 초에 발표된 미국 브라운대 왓슨 국제관계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지출한 전비는 3조7000억~4조4000억달러에 이른다. 이 액수로 보면 미국은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하기 위해 2차 대전 전체 기간동안 사용한 액수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미 의회예산국의 평가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때 지출한 미국의 전비는 현재의 물가기준으로 환산해 4조1000억 달러이다. 물론 미국이 쓴 비용에는 전비를 충당하기 위한 이자비용과 국토안보부 신설비용과 전쟁지역을 복구하기 위한 대외원조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순전히 군사력사용에만 이 많은 돈을 투입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막대한 비용을 사용한 대테러전쟁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서 권력을 빼앗긴 수니파들은 이슬람국가(IS)를 건설하여 미국이 나간 자리의 권력공백을 메웠다. 이로 인해 종파간 갈등이 강한 중동지역에서 새로운 정치지형이 구성되기 시작했다. 이슬람국가의 근거지가 된 시리아는 전체 주민의 70%가 수니파이다. 반면에 현재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바샤르 알 아사드대통령은 시리아 인구의 13%만을 차지하는 알라위파로 이들은 시아파의 한 분파이다. 군사쿠테타로 하피즈 알 아사드 전대통령은 1970년 권력을 장악했고 아들에게 권력을 넘겨 주어 2대에 걸쳐 그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소수파인 시아파계열의 알라위파는 학살을 통한 공포정치로 정치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2011년 아랍의 봄바람을 타고 민주화의 흐름이 들어왔고 수니파들이 정부에 저항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수니파들인 이슬람국가가 2014년 국가선포를 하고 시리아 정부를 공격하면서 시리아정부는 수니파반정부세력과 이슬람국가와의 양면 공격을 받고 있다. 이런 종파간 대립에 더해 시아파의 맏형인 이란이 시리아정부를 지원하고 나섰고 수니파의 맏형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시리아의 반대편에 서면서 미국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복잡한 전략 지형도에 더해 이란은 러시아를 끌어들여서 시리아의 정부를 지지하게 하였다. 이란의 혁명수비대 내 엘리트 부대 쿠드스의 사령관인 솔레이마니가 이란과 러시아를 연계하게 한 장본인이다. 그는 러시아에 가서 시리아민주화의 성공이 가져올 러시아지정학의 손실을 보여주었다. 러시아는 시리아 서부 항구도시 타르투스에 군사기지를 두고 있고 이 기지는 지중해의 유일한 러시아군 기지다. 이 영악한 장군은 부동항의 필요성이 절박한 러시아에게 시리아의 아사드정권 붕괴는 기지상실로 이어질 것을 집중적으로 설득하였고, 이에 푸틴은 9월 30일부터 시리아에서 반정부군에게 공습을 가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공격을 가한 곳이 IS세력이 아니고 시리아정부에 반기를 든 투르크멘 반군이었다. 러시아의 공격은 테러리즘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 목적에 기반한 것이고 이는 연쇄적으로 터키와 충돌했다.

시리아와 국경을 마주 하고 있는 터키는 시리아 문제에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선 국경을 접한 관계로 시리아내전이 가져온 난민의 문제가 있다. 실제 터키에는 2011년부터 시리아내전으로 인해 200만 명에 가까운 난민이 넘어왔다. 또한 시리아내전은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의 독립움직임을 가져오며 이것은 터키내부에 있는 소수민족인 쿠르드가 이런 흐름을 따라 독립을 운동을 통해 하나의 국가를 구성하게 할 수 있다. 종족(ethnic group)의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것은 터키가 형제민족으로 투르크멘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경제적으로 터키는 IS로부터 석유를 밀수입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에 더해 터키는 지정학적으로 러시아가 흑해를 통해 나가는 관문에 위치해 있어 러시아와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전쟁을 경험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양국의 긴장상황이 11월 24일에는 터키공군의 F16 전투기가 러시아의 수호이 24전투기를 격추하는 상황까지 가게 하였다. 1952년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해 있는 터키는 처음으로 러시아전투기를 격추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격추 사태 이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즉각적으로 터키의 공격이 "계획된 도발"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전쟁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양국간 분쟁의 확대가 전쟁으로 이어질 것에 대한 걱정은 우선 한 시름 놓게 하였다.

테러와의 전쟁이 가져온 IS사태가 파리동시다발테러와 러시아민간기테러로 이어지고 중국에 대한 테러로 이어지면서 IS는 인류공동의 적이 되었다. “부정의에 대한 부정의는 용서될 수 있다”는 정전론의 관점에서 인류는 부정의한 IS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국가로서 실체가 부족하며 성전의식을 통해서 이념적 무장을 한 거대한 악에 대한 군사력의 사용은 부정의를 정의로 개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으로 보인다. 과거 강대국 간의 억지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공군력과 육군력을 사용하여 테러리스트들을 예방하고 반격하는 것은 국가들에게 주어진 국민에 대한 ‘안전’확보라는 사명에 부합한다. 이런 점에서 파리테러로 상징화되는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 군사력이라는 또 다른 폭력은 정의를 구현하게 하며 국제사회에 여전히 규범이 작동하고 있음을 끈질기게 설득한다.

그러나 거대한 부정의에 맞서는 한편 복잡한 국가들의 셈법은 군사력사용이 단지 ‘정의’만이 아니라 ‘이익’이라는 또 다른 기준이 작동하게 하고 있다. 이란의 부활-시아파확대를 우려하는 사우디아라비아-경제제재에 대한 현상타개를 원하는 러시아-중동에서 아시아로 관심을 돌리고자 하는 미국-중동난민문제 해결이 절실한 유럽- 지역의 안정이 필요한 터키의 이해관계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면서 군사력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터키에 K9 자주포와 흑표전차를 비롯해 육군무기를 수출하고 상호군수지원조약을 체결하여 기술지원을 하고 있는 한국은 이 톱니바퀴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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