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인만 모르는 대한민국』이 주는 다원성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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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인만 모르는 대한민국』이 주는 다원성의 길
  • 신희섭
  • 승인 2015.11.1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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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 살면서 가장 궁금한 것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것을 알아보는 방법은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이다. 타인의 시각으로 자신을 보는 것은 자신을 객관화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타인의 시각에서는 자신이 몰랐던 장점과 단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개인은 다른 개인과 비교하기가 용이한 반면에 개인보다 크기가 큰 사회와 국가는 비교가 용이하지 않다. 사회구성원들인 개인들의 특성이 공통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회가 다른 사회와 구분되는 부분을 어느 정도는 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이 미국인들에 비해 공적가치에 대해 관심이 높다는 것과 같이.

최근 기회가 있어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Emanuel Pastreich)교수의 『한국인만 모르는 대한민국』을 다시 읽게 되었다. 미국인의 시각에서 보는 한국은 어떨까? 한국에 애정을 가지고 한국을 들여다보는 인문학자의 관점에서 한국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한국인의 잠재력은 무엇일까?

비교정치학이라는 거대 논리를 떠나서 비교자체는 확실히 흥미롭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와 같은 제도비교와 달리 개인들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비교는 특히나 개인이 가져다주는 친밀감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한다. 과거에 이참 전관광공사사장의 강연에서도 느꼈지만 문화가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보여주는 한국은 색다르다.

무엇이 한국인만이 모르는 한국의 매력일까? 페스트라이쉬교수의 주장에서 핵심은 한국의 전통적인 가치가 있다는 것이고 이것을 활용하면 한국은 지금보다 더 선진국이 된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인들이 모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잘 못 받아들이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객관적인 판단이라고 가정되지만 주관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낯설 수 있다. 확실히 한국 사람들은 한국을 선진국이라는 주장을 오버라고 생각한다. 일본인들이 주입한 한국에 대한 교육 탓이 크다. 이것은 저자주장처럼 ‘새우컴플렉스’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선진국인지는 선진국이라는 기준을 무엇으로 설정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중요한 것은 선진국이라는 잣대가 그리 명확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선진국에 대한 논의를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이 책이 주는 선물 중 하나이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은 선진국이고 다른 국가들에게 모범이 될 수 국가이다. 이런 한국을 알리기 위해서는 한국의 전통을 재해석하여 한국정체성을 형성해야 한다. 이것은 한국이라는 국가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가져야 가능해진다. 그런데 한국에 대한 재해석에서 걸림돌이 되는 것이 있다. 한국인이 가진 새우콤플렉스가 그것이다. 한국인들은 새우콤플렉스를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 한국을 열등하게 인식하는 인식자체가 한국인들이 자국을 선진국이 아닌 열등한 국가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인의 태도는 한국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경험하고 만들고 있다. 한국은 스스로 부정하고 있지만 자신의 위상에 맞는 국가의 위상을 찾아야 하며, 이를 위해 전통자원들로 하여금 한국의 정체성을 찾도록 하여야 한다. 관건은 한국을 알리는 홍보 전략이 될 것이다.

대체로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페스트라이쉬의 주장은 크게 한국의 재평가와 정체성의 재구성 그리고 재구성전략이라는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의 주장처럼 한국을 재평가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이 부분은 한국인 전체에게 해당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세대별로 각기 달리 진행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와 민주화이후 출생한 세대는 한국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1980년대 호경기 시절에 대학을 다닌 세대와 세계적 불황기인 2010년대에 대학을 다니는 사람들의 관점도 다를 것이다. ‘속도의 나라’ 한국은 그만큼 자체적인 변화의 속도로 인해 세대 간의 인식차이 역시 다른 국가들이 따라올 수 없다.

한국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재평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 한국이 어떤 국가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 남성과 여성간의 이견들이 노출되고 제시된 이견들을 좁혀가면서 한국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통합의 시작은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재구성해야 한다. 민족주의의 신화적인 부분을 한 꺼풀 벗겨내고 한국인의 민낯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한국이 가진 장점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하며 단점에 관대해서도 안된다. TV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처럼 우리를 비교하는 작업이 많이 진행되어야 한다.

페스트라이쉬교수가 제시하고 있는 한국의 재평가 부분에서 주목할 부분들이 있다.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한국이 가진 선비정신이고 두 번째는 홍익인간의 정신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한국의 역사속에 재해석해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한국 관료제도에서 학자를 중심으로 한 제너널리스트들을 육성하는 것이나 신하들이 왕을 견제하는 장치들이나 역관제도가 대외문물을 흡수하게 하고 개방화를 가져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런 주장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한국의 골목을 살리자는 것이었다. 최근에 젊은 세대에게 핫 플레이스라고 불리는 공간들을 보자. 가로수길, 세로수길, 경리단길, 서촌과 북촌과 같은 곳은 모두 골목으로 이루어진 곳들이다. 이곳에 왜 사람들이 몰릴까를 생각해보면 ‘획일성에 대한 거부’로 해석할 수 있다. 규격에 맞는 아파트단지와 획일화된 교육제도와 동일한 사회적 갗에 대한 강조와 몰입. 획일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성형외과 광고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러한 획일성의 압력을 골목은 분산시켜준다. 작은 가게와 큰 가게들이 공존하고 있고 불규칙한 골목에서는 새로운 아이템들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다양성의 즐거움은 전통시장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서촌의 통인시장에 뜨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재구성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인 ‘선비정신’과 ‘홍익인간’이 거대범주의 가치관의 틀을 제시한다면 골목으로 상징화되는 다원성은 세부적인 가치관과 전략을 제시한다. 선비정신을 강조하면 지식인들의 역할이 더욱 드러나게 된다. 배움을 즐겨하면서 그 배움을 세상을 위해 사용하는 선비 그리고 이러한 선비를 존경하는 사회적인 문화는 지식과 세상을 이어주는 끈이 될 것이다. 고고함을 가진 선비정신은 신자유주의의 시장만능적 질서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지식의 역할에 대해 어려운 질문을 던질 뿐 아니라 방향성도 제시한다. 또한 선비정신의 강조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이 지배하는 경제의 논리가 정치와 사회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연봉의 논리로 해석하는 블랙홀과 같은 경제중시적 태도에서 사회의 다원성을 살리려면 문화와 예술분야가 굳건히 받쳐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인문학의 위기를 살리는데 있어서도 선비정신은 좋은 자원이 될 것이다.

‘홍익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공존과 공생을 넘어서는 공리의 자세는 한국의 공동체의식을 살려줄 것이다. 기업차원에서 홍익인간정신은 상생의 길을 터줄 것이고 정치차원에서 홍익인간정신은 ‘인민을 위한 정치(for the people)’를 구현하는 기준을 제시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거대범주의 제안을 넘어서 다원성을 확보하자는 주장에 마음이 더 끌린다. 다원성의 공간인 골목을 살리는 방안이나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주었던 사랑방의 역할을 복원하자는 방안이나 한국 농촌을 한국농촌만의 전략과 스토리를 통해서 살려보자는 방안은 한국에 다원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 준다.

부족한 자원으로 한국이 이 정도까지 성장한 것은 획일성의 힘이 컸다. 이 힘으로 거대한 국가와 거대 기업이 중심이 되어 발전을 이루어왔다. 하지만 경제적 성장이 어느 선에 도달한 현재 단계에서 한국에 필요한 것은 다원성이다. 더 많은 강소기업들이 대기업과 공존해야 하며 이러한 틀에서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지켜져야 한다. 다원성을 살릴 수 있는 한국의 방안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이 책의 의미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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