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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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6)
  • 박준연
  • 승인 2015.11.06 23:2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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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영어라는 도구

업무와 관련된 의사소통의 대부분을 영어로 하고 있다. 한국어나 일본어로 된 문서를 검토하거나 한국어나 일본어로 회의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그 결과를 의사소통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영어이다. 미국 내에서 진행되는 소송이나 정부기관의 조사와 관련하여 회사의 미국 내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변호사들과 함께 일하므로 이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가끔 회사 안에서나 밖에서, 내가 대학교육까지 서울에서 마치고 외무공무원으로 일하다가 미국 로스쿨에 진학했다는 것을 안 사람들이 가끔 영어를 어디에서 배웠느냐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우리나라의 의무교육 과정을 통해 배웠다고 대답한다. 대학 재학 중에 1년 정도 도쿄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고 그때 많은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었지만, 영어권에서 생활한 것은 로스쿨에 진학하면서 뉴욕에서 생활한 것이 처음이다.

로스쿨 첫 학기의 영어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컸다. 미국인 동기들도 로스쿨 1학년 수업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과정과 같다고 하는데, 내 경우는 그 새로운 언어를 외국어인 영어로 배우는 셈이었다. 단순히 어휘나 문법과 같은 언어상의 제약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에서 당연하게 통용되는 상식이 내게는 새로운 정보라는 사실도 무겁게 다가왔다. 예컨대 NYU 로스쿨에서는 ‘Lawyering’이라고 부르는 글쓰기 및 리서치 방법 수업이 있는데, 첫 학기 기말 과제가 아파트 내의 분쟁과 관련된 모의 중재였다. 과제 중 뉴욕시 주택국(NYCHA)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나는 과제를 받아든 순간 ‘NYCHA’가 무엇인지부터 찾아봐야 했다.

하지만 첫 학기가 끝나고 영어로 공부한다는 것에 대한 내 생각도 점차 변하는 것을 느꼈다. 첫 학기 기말고사를 마치고 생각보다 성적이 좋지 않아 교수님들을 찾아가 상담을 했다. 이야기를 꺼내면서 나는 변명하듯이 설명하곤 했다. “내가 로스쿨 오면서 처음 미국에서 생활해서 답안 작성이 좀 힘들었어.” 계약법 교수님은 내 기말고사 답안을 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그래? 답안 채점하면서 전혀 눈치 못 챘는데.”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어가 외국어라는 사실에 너무 집착하고 그걸 쉬운 변명거리로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그리고 세월은 흘러 업무관계로 긴 글을 쓰는 빈도도 잦아지고 여전히 문법이나 어휘면의 실수를 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걱정은 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좋은 문장을 쓴다는 칭찬도 가끔 받고 그만큼 자신감도 생겼다. 그 과정에서 법률관계 글쓰기(legal writing)에 대한 책도 많이 찾아 읽고, 강연도 가고, 1대 1 첨삭 지도를 받기도 했다. 대형 로펌 변호사의 업무에 대해 시간당 청구하는 비용을 감안하면, 업무의 결과물(work product)인 글은 대단히 ‘비싼’ 글이고, 그만큼 좋은 문장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러면서 좋은 글쓰기를 좌우하는 것은 언어를 막론하고 소재와 주제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많은 한국인들에게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지 못하는 것은 열등감으로 여겨진다. 나 역시 운 좋게도 나의 성장배경, 한국어와 일본어 능력을 높이 평가해주는 업무환경에서 일하기 전까지 그런 열등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금도 종종 생각하는 일화가 있는데, 도쿄대학 교환학생 시절, 고등학교 때부터 제2외국어로 공부했던 중국어를 계속 공부하고 싶어서 학기 첫날 중국어 수업 강의실을 찾아간다는 것이 잘못해서 한국어 수업 강의실에 들어간 적이 있다. 더듬거리는 일본어로 여기 중국어 수업 강의실이 아니냐고 물었을 때 한 명이 나서서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그때 강의실에 있는 다른 학생들이 “와 저기 네이티브가 있다” 하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네이티브 스피커라고 하면 당연하게도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모두가 네이티브인 것이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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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 2015-11-09 07:23:37
먼저 미국변호사는 없습니다
미국뉴욕주 변호사이겠지요
외국인 막바로 jd들어갈 수 있습니다
예전에도 많았고요

300 2015-11-07 02:26:43
요즘에는 외국인도 JD과정에 바로 입학할 수 있나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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