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발표에 야당이 반발하며 국회의 내년 예산안 심사와 장관 인사청문회 등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여야 간의 ‘역사 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회는 지난 4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비경제부처 질의)와 안전행정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정무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산업통상자원위 전체회의 및 소위원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면서 정기국회가 계속 공전했다. 국토교통위원회도 이날 예정됐던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야당의 요청으로 연기했다. 3일 예정되었던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도 개회되지 않아 법안처리를 하지 못했다.
새정치연합은 국정화 저지를 위해 시민사회단체와 손잡고 광범위한 국민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총력 투쟁을 벌이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처럼 야당이 국정화 저지 투쟁의 수위를 끌어올리며 장외 투쟁의 가능성을 암시하자 5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도 무산되는 등 국회 공전과 파행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해 예산안 통과 시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안 심사가 진척되지 못하면서 졸속 심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11월13일) 역시 코앞으로 다가와 법정 시한을 넘기는 것은 물론 시간에 쫓겨 ‘졸속 획정’으로 귀결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런 역사전쟁에 어렵사리 결정된 사법시험 존치 법안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의 공청회가 무한정 순연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번 공청회는 사법시험 존치 여부에 관련해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 여론조사를 거쳤기 때문에 또 다시 공청회를 개최할 이유가 없었지만 일부 법사위원들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데 따른 것이다. 19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점과 시간이 지연되면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사법시험 존치 법안들도 자동폐기 된다는 점에서 이번 공청회가 ‘시간끌기용 꼼수’라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빠듯한 정기국회 일정 중에 공청회 일정이 잡혀 다행이었지만 이번 한국사 국정화 논란으로 ‘국회 파행’이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여야 원내 지도부가 일단 만나서 대화를 나눌 경우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국회 의사일정이 정상화될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둘러싼 정부·여당과 야당 간의 간극이 큰 상태에서 접점 마련은 현재로선 불가능해 보인다. 고시 확정 발표로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현실이 됐다. 대표 집필진이 구성되고 교과서 작업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절충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1야당이 태업으로 일관한다는 건 자기 발목을 잡는 일이다. 어차피 국정화 문제는 내년 총선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고, 국민의 판단은 그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야당이 국정화 반대 투쟁에만 몰두해 다른 현안을 팽개쳐서는 아무 실익도 없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세월호 사건 당시 시민사회와 함께 했던 장외투쟁이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던 전례가 재현될 뿐이다.
따라서 교과서 문제와 국회 본연의 활동을 분리해야 한다. 정기국회에는 예산안 외에도 시기를 놓치지 말고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적해 있다. 각종 노동개혁 법안, 아직 처리되지 않은 경제활성화 법안이 줄줄이 쌓여 있다.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가 처리해야 할 법정시한도 코앞이다. 사법시험 존치 법안 등 중요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기회는 19대 임기 내에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국정화 논쟁에 매몰돼 이런 중요 법안을 챙기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사법시험 존치 법안은 당사자들에겐 절박한 문제다. 어떤 형태로든 국회는 이번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저 밑에 댓글 다신 분~ 하겠다는 사람이 하는데 나이가 어떻게 되든 무슨상관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