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완전주의국가이론으로 보는 역사교과서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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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완전주의국가이론으로 보는 역사교과서논쟁
  • 신희섭
  • 승인 2015.10.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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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이 시끄럽다. “한국이 시끄럽다”는 것이 늘상 있는 일이라 이 주장이 특별하지는 않다. 한국은 빠른 변화의 시대를 살았고 살고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갈등과 분쟁이 빈번하고 이로 인해 사회가 소란스러운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무엇 때문에 시끄러운가의 관건을 제외하면.

요사이 한국사회가 시끄러운 것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주장 때문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청소년들의 교육에서부터 잘 못된 역사 인식이라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역사 문제에 있어서 교과서는 국정교과서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역사를 저술해야 하는 많은 학자들과 역사를 가르치는 일선 교사들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의 국정교과서화에 반대를 하고 있다.

카(E. H. Carr)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국정교과서이슈는 현재가 과거를 불러내서 대화를 하자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는 과거를 불러서 무엇을 대화하려고 하는가? 교과서를 국정으로 하겠다는 취지는 과거에 대한 왜곡이 현재의 문제일 뿐 아니라 미래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정부가 과거를 현 정부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한 방향으로만 설명함으로서 교육의 획일화와 정치적 성향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뻔 한 이야기들을 먼저 하자. 교과서 국정화는 정확히 현재와 과거의 대화이다. 현재 진행형인 권력이 과거의 역사 해석에 개입하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현재 승자에 의해 과거는 “올바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잠재적인 지지자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미래에 대한 포석으로 접근하는 정치적 접근이다. 교과서의 도덕성이전에 현재의 승자가 미래에도 승자가 될 수 있는 게임구성이 정치의 핵심이다.

미래 비전이 국정교과서 논쟁의 장기적인 포석이라면 단기적으로는 현재 정치권의 이슈를 이념으로 규정하여 보수와 진보대결에서 보수결집을 꾀하는 것이 목적이다. 내년 총선을 겨냥했을 때 새로운 이슈를 제사할 것이 없는 현 정치구도에서 보수와 진보를 극명하게 구분하는 것은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달려있다.

진보-보수의 선은 한국정치지형의 변화와도 연관되어 있다. 진보와 보수의 지지층이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인구 분포상 가장 인구가 많은 386세대들도 이제는 50대에서 40대에 걸친 넓은 분포도를 보인다. 80학번의 경우 55세가 되었으니 386이라고 불리던 30대의 혈기왕성한 시기는 지났다. 한 가정의 가정으로서 이제는 아이들 대학을 보내거나 조금 빠르면 자녀 결혼을 시키기도 하는 나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출생인구의 최정점을 찍었던 1970년과 1971년생들도 이제는 40대 중반이 되었다. 중년으로서 세상과 타협도 하고 자식들을 보면서 과거 자신들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기도 한다. 결론은 386세대가 이념적으로 진보진영만을 지지하기 어려운 사회변동과 연령효과(나이가 들어가면서 보수화되는 성향)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진보진영이나 보수진영 모두 선거정치에 들어오는 20대의 새로운 손님들보다는 기존 손님들을 잘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게다가 내년 총선은 특정한 이슈를 잡기도 어렵다. 체감 경기는 사상 최악이고 부동산시장이 그나마 경제성장율을 어느 정도 선에서 방어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전세난으로 인해 만들어진 왜곡된 시장 질서이기 때문에 선거에서 정치 쟁점화하기 어렵다. 복지는 이미 정치권에서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게 되었다. 또한 현실적으로 증세가 없이 재정적인 부담이 어렵다는 점에서 복지확대는 더 이상 사용하기는 어려운 카드가 되었다. 한미관계나 한일관계에서 나타나는 외교국면이나 북한 문제 역시 정치적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현재를 살고 있는 이들이 현재가 아니라 과거를 불러오는 것이다.

뻔 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 이렇게 교과서 국정화를 일사천리로 몰아가는 것이 과연 절차적으로는 정부의 권위를 세워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살기 어려운 시기에 과거를 들춰내고 일방적으로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시민들이 환호하며 정부 방침에 동참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을까? ‘불통의 시대’라는 주장처럼 이 쟁점 또한 정부의 일방적 강요가 될 것이고 당연히 이러한 일방주의에는 저항이 따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일과 독재에 관한 역사 청산과 화해가 정확히 되어 있지 않은 한국사회에 과거사를 불러온 것은 정치를 적과 동지로 명확히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통합의 정치보다는 분열의 정치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한 내용과 논리 이전에 이 이슈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성급함과 절차무시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는 없다.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이나 시민에 대한 공론의 기회를 주지 않고 일방적 설득만을 강요하는 것은 결국 다음 선거에서 결과로 판단 받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과서 국정화는 이슈 점화에는 성공했다. 여론 조사도 찬성과 반대에서 반대의견이 50%초반에서 40%대 후반을 유지하는데 비해 찬성여론은 40%대 초반에서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 4월 총선까지 여론에서 받게 될 지지도에서도 큰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선거공학적 관점에서 보면 정부와 여당이 이슈를 선점하고 공세를 몰아감으로서 자신이 이슈선도자가 되어 선거 국면의 변수를 상대적으로 통제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인 전략이 된 듯하다.

이제 좀 덜 뻔 한 이야기를 해보자. 한국사회의 현재 국정화교과서 갈등은 한국사회가 지향하는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자유주의가 자유를 부정하고 축소하자고 하며 진보주의자들이 공동체 가치보다 자유를 강조하는 논리적 자기모순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슈는 거대 담론에서의 투쟁보다는 특정학교의 교사들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와 교과서 특정 페이지에서 나온 몇 개의 문구에 집중하는 국면이 되었다.

정치학의 이론적 관점에서 이 주제는 전형적인 국가논쟁에 속한다. 철학적으로 국가를 과연 어떤 존재로 상정하는가에 대한 논쟁인 것이다. 이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완전주의 국가론’과 ‘불완전주의 국가론’간의 대립인 것이다. 조금 어려운 이론인 완전주의 논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국가가 신과 같은 완전체인가 그렇지 못한 존재인가이다. 전지전능한 신과 같이 국가가 완전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국가가 사회내의 다양한 가치들 사이에서 무엇이 더 우월한 가치이며 어떤 가치가 사회적 가치가 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정치적으로 도덕문제도 개입할 수 있고 이런 도덕 문제에 대한 해답 역시 국가가 제시할 수 있다. 이것은 국가가 가장 합리적이기에 공동체의 공공선을 발견하거나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불완전주의국가론은 국가에게 이러한 합리성과 공공선에 대한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가라는 것도 결국은 인간들로 만들어진 공동체나 집단 중에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특정하게 국가라는 조직에만 판단과 선택의 우선권을 부여할 수 없다. 국가 역시 이기적인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이들이 얼마든지 사적인 이익에 포획되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가권력을 남용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에게 절대적인 합리성과 판단에 있어서 공정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가 완전주의 입장에서 국가를 파악하여 국가를 공공선의 담지자로 설정하는 이론이 공화주의이론이다. 특히 플라톤이나 루소식의 절대선이 있다고 믿는 이론이 이런 입장을 주장한다. 반면에 이성은 인간의 산물이지 국가라는 공동체에 속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는 완전체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 자유주의입장이다.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위해서 국가는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자유주의입장에서 국가는 완전할 수 없어야 한다.

완전주의와 불완전주의의 이론에서 국가는 실제 무엇에 가까운가의 판단은 몇 가지 이론적 가정에 달려있다. 여러 가정 중에서 최소한 3가지 가정은 충족해야 한다. 첫 번째는 국가의 합리성이고 두 번째는 국가의 공정성이며 세 번째는 특정한 가치들 중에 우열을 구분할 수 있는 논리적 기준이 있어야 한다. 즉 국가는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해야 하며, 국가라는 조직을 구성한 구성원들의 사리사욕에서 벗어나 있어서 국가 자체가 공공선 결정에 있어서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특정 가치가 더 나은 가치로서 사회적인 가치가 되기 위해서 이것을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취지는 완전주의국가론의 입장에 선 것이다. 역사 해석과 가치관에서 도덕적으로 우열을 가려 특정 사회적 가치를 일방적으로 정하고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결론이 있다. 그것은 국정화를 기획하고 국민들을 설득할 때 정부와 새누리당은 먼저 위의 3가지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쉬운 결론도 있다. 새누리당의 정치적 기반이 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보수라면 스스로 완전주의국가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논리적 모순부터 풀어내야 한다. 시민들과 반대정당에 대한 설득 이전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논리적 매듭을 먼저 풀어야 내분으로 인한 자충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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