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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역사는 민족의 정신이자 언어, 하나의 사상을 주입시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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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역사는 민족의 정신이자 언어, 하나의 사상을 주입시키지 말라
  • 오시영
  • 승인 2015.10.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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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 / 변호사 / 시인
 
역사는 언어다. 역사를 고치는 것은 언어를 고치는 것이다. 언어를 고치면 나는 너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너는 나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언어가 소통되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타인이다. 바벨탑이 무너지듯 우리의 일체성은 사라지고 너와 나는 철저히 나에게 타인이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지켜보며 드는 생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키우는 진돗개와는 소통이 되지만, 보통의 국민들과는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긴다. 역사를 바꾸겠다는 것은 언어를 바꾸겠다는 것이고, 생각을 바꾸겠다는 것이고, 결국엔 사람을 교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게 가당치나 하겠는가?
 
지난 16일, 국회의 교육ㆍ사회ㆍ사화분야 대정부질문 도중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총리의 14일자 일본 자위대의 우리나라 조건부 입국 발언에 대해 “총리가 전제를 달긴 했지만 자위대의 대한민국 입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면서 “총리발언은 일본 자위대의 입국 길을 실제로 열었다는 것이고, 만일 아니라면 일본이 오판할 수 있도록 아주 잘못된 발언을 한 것”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라도 일본 자위대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할 수 없냐?”며 과거의 일본식민지배의 단초가 되었던 일본군 국내 입국에 대한 황 총리의 답변을 구하자 황 총리가 “국제법 질서가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정했다.”라고 답변하였고, 이에 대해 우 의원이 “총리의 발언은 일제 강점기의 그 끔찍한 피해를 생각하면 정말 분노할 수밖에 없다. 자위대가 들어올 수 있다니.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분노한다.”며 황 총리(정부의 대일본 자위대에 대한 태도)를 비판하면서 “총리는 거기 서 있을 자격이 없다.”고 지적하자 황 총리가 “그럼 들어가겠다.”라고 대답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 부분을 에피소드인 양 처리하고 넘어 갔지만, 필자의 눈에는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위 현상에서 언어의 단절 현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총리는 거기 서 있을 자격이 없다.”가 단순히 황교안 총리가 하나의 사물로서 국회 답변석에 서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일본 자위대의 대한민국 입국을 허가하겠다는 정책을 수립하였다면 “대한민국 총리로서 자격이 없다.”라는 말이었는데, 거기에 대해서 황교안 총리는 “그럼 들어가겠다.”라고 자신을 사물화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한순간 언어의 주고받음 속에서 “자신이 대한민국 총리”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지적을 “총리로서의 자격을 망각한 채 자신을 사물로 인식하고 스스로 그 자리에 서 있지 않겠다.”는 대답을 한 것이다. “그럼 들어가겠다.”는 말은 사실은 “나는 총리로서의 자격이 있다.”라거나 “총리로서의 자격이 없다.”라는 대답이 나와야 할 자리였는데, 만일 행동을 통해 언어를 이해하자면 “총리직을 그만 두겠다.”라는 행동인데, 그의 행동이나 내적 생각은 전혀 총리직을 그만 두겠다는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단순한 언어의 주고받음 속에서 서로 이해하고 행동하는 모습이 다른 것은 그들의 사고 영역이 다르고 언어 습관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을 역사 교과서에 어떻게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박근혜 정부의 위와 같은 사고방식으로 인해 중대한 헌법유린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지난 20일 우리나라 국방장관과 일본 방위상이 서울에서 4년 9개월만에 한일 국방장관회담을 가졌다. 회담 직후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양국 장관은 양국 간의 안보 현안에 관해 한일 및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습니다.”라고 공식 회담결과를 발표하였으나, 실재로는 인식을 같이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해 국방부 대변인이 회담결과를 왜곡하여 거짓발표한 것이었다. 위 회담에서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대한민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다.”라고 주장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일본 방위상의 주장은 무력도발 등을 이유로 필요한 경우 대한민국 정부의 통의 없이 일본 자위대가 북한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의중을 표출한 것이다. 진출은 점잖은 표현이고 전쟁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는 끔찍한 의도가 숨어 있다. 더 나아가 일본 방위상의 의식이 대한민국 영토는 휴전선 남쪽에 국한되어 있을 뿐이고, 북한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지 않으므로 대한민국 영토가 아니라고 한일 국방장관회의에서 공공연히 주장한 것이다. 이는 우리 대한민국 헌법 제3조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천명한 영토 조항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어서 커다란 국제분쟁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러한 사실을 언론에 공표하여 국민에 대해 일본의 의도를 알려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즉시 보고하여 정부의 명확하고 분명한 외교적 대응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인데, 이러한 사실을 감춘 채 유야무야시켜 버리는 대한민국 정부는 참으로 무능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역사의식도 자존심도 전혀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역사의식은 이런 발언 앞에 분노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는 다음 달 초에 열릴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아주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이러한 사실을 감춘 채 발표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자 앞서의 공식발표를 뒤집는 해명성 발언을 늘어놓았다. 한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입장은 그 동안 검인정 교과서가 좌파 역사학자에 의해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바른(?) 역사로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것을 “좌파, 종북세력”으로 획일화한다는데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밝히면 무조건 “좌파, 종북세력”이라고 매도한다. 김무성 대표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에도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를 좌파정부라고 하며 북한에 대한민국을 가져다 바칠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했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한 번도 대한민국을 북한에 가져다 바치는 행동을 한 적이 없고, 오히려 남북한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고 지금 평양에서 전개되고 있는 남북이산가족상봉모임을 십여 차례 진행하는 등 남북협력관계를 유지하였다. 만일 이명박 대통령이 그 정책을 계승발전시켰다면 아마 지금쯤 남북간에 국교가 정상화되었거나 최소한 대외연락사무소개설 정도는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답답할 뿐이다.
 
이상한 것은 박근혜 정부로부터 좌파, 종북세력이라고 타칭되는 사람들은 친일반민족행위자들과 독재권력에 대해 철저히 비판적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것은 민족정기이고 정의의 확립이다. 물론 그들은 북한에 대해 우파에 비해서는 조금 우호적이다. 북한이 6ㆍ25전쟁을 일으킨 전범들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통일되어야만 할 한민족으로 보기 있기 때문이다. 전쟁을 일으킨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단호하게 배격하지만, 통일되어야 할 미래는 협력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친일행위와 독재권력에 대해 우호적이거나 어쩌면 일말의 향수를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최근 들어 이 점에 대해 기자회견을 통해 강력하게 경고하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선대가 친일행위와 독재권력의 중심축에 있어서 이렇게 국정화를 추진하여 친일과 독재를 희석시켜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자면서 헌법정신에 부합한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법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묻고 싶다. 대한민국 헌법을 진지하게 읽어 보기나 했냐고? 헌법 전문이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을 가지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며,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느냐고 묻고 싶다. 나아가 대한민국헌법 제22조 제1항이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며, 제31조 제1항이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며, 제4항이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규정하고 있음을. 
 
진정한 헌법정신은 모든 국민에게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헌법 제31조가 규정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좌파, 종북세력의 집필진”이라는 말 속에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겠다는 의도가 표현되어 있다. 좌파니 우파니, 종북이니 친북이니 등이야말로 정치성에 입각한 역사교과서를 쓰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순수한 역사학자들을 “그들의 90%가 좌파, 종북세력”이라고 매도하는 그 후안무치함이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극우적 시각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학자들은 기본적으로 역사에 대해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그건 어느 나라 역사가들도 똑 같다. 역사학은 과거의 잘못을 고쳐 미래에는 그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학문이다. 아흔 아홉 가지를 잘 하고 단 한 가지를 잘못했을지라도 역사가들은 그 잘못된 단 한 가지를 비판하게 되어 있다. 물론 잘 한 것은 칭찬하지만 잘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므로 당연한 것을 지나치게 칭찬하는 것을 낯간지러워해 잘 칭찬하지 않으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원래 역사가는 그런 것이다. 중국 전한 시대의 역사가 사마천은 한무제에게 오해를 받아 죽게 된 이능 이라는 사람을 변호하다가 미움을 받아 사형선고를 받은 후 살아남기 위해 궁형을 받아 환관이 되었다. 그는 남자의 기능을 상실당하면서 살아남아 사기라는 세기에 빛나는 역사서를 저술하였다. 
 
일본의 요절천재소설가 나카지마 아츠시는 그의 소설 “산월기(山月記)”에서 “인생은, 아무 것도 이루지 않기에는 너무나 길지만,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너무나 짧은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말을 들려주고 싶다, 대통령 임기 5년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너무나 짧지만, 아무 것도 이루지 않기에는 너무나 길다고. 많은 국민들은 지난 2년 8개월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치적을 쌓았는가에 대해 대단히 궁금해 한다. 인사정책의 실패, 정윤회 스캔들,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헬조선, 청년실업사태 악화, 경제침체 등 실패 사례만 부각될 뿐 그렇다 할 만한 치적이 별로 없다는 공허함을 느끼고 있다. 너무나 짧은 2년 4개월 잔여 임기 동안 평상심으로 돌아가 진정 국민을 위한 일이 무엇일까 고민해 주기 바란다. 일인 시위를 벌리고 있는 한 학생이 들고 있는 팻말에 써 져 있는 “대한민국 역사는 누군가의 가정사가 아니다.”라는 글이 뇌리를 맴돈다.
 
5.16을 쿠데타라 답변하지 못하는 총리, 일본 자위대가 대한민국 사전 동의 없이 북한에 진출할 수 있고 대한민국 영토가 휴전선 이남의 실효적 지배 공간이라는 일본 방위상에 대해 공개비판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국방장관, 헌법정신을 스스로 위반하며 헌법정신을 강조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무 힘이 없는 대한민국헌법 전문을 읊조린다. 대한민국헌법은 결코 죽어 있는, 사문화된 것이 아니라고 홀로 속삭인다. 나카지마 아츠시의 “인생은, 아무 것도 이루지 않기에는 너무나 길지만,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너무나 짧은 것”이라는 말을 되새긴다. 이 세상에 단 한 가지 “올바른 역사”만이 있다는 고정되고 편집적인 사상이야말로 독재, 공산주의보다 더 나쁜 이데올로기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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