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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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4)
  • 박준연
  • 승인 2015.10.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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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뉴욕 바 시험 준비의 기억

이제는 ‘국제 변호사’라는 명칭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한때 미국 변호사를 ‘국제 변호사’로 통칭하던 시절이 있었다. 실제로는 각 주와 워싱턴 디씨별로 시험을 치거나 프랙티스 시작 후 별도의 과정을 거쳐 자격을 획득한다. 내 경우는 2009년 7월 뉴욕주 바 시험을 치고 2010년 2월 선서를 거쳐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얻었다. 

내 로스쿨 모교인 NYU 로스쿨의 경우 졸업생의 2009년 7월 뉴욕주 바 시험 합격률이 95%를 넘었다. 그렇다고 바 시험이 쉬운 시험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도 절대적인 공부량이 많고, 대부분이 시험 직전 2-3개월간 집중적으로 공부하여 친다는 점에서 심리적인 부담도 작지 않다. 

시험이 가까워진 어느 토요일 밤, 여느때처럼 저널 오피스에서 공부를 하다가 보니 동기가 맥주를 마시면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왜 맥주를 마시면서 공부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맨정신으로 공부하기 너무 힘들어서.” 지금은 웃지만 당시 나 역시 시험 스트레스가 꽤 컸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동기들이 졸업 후 일하게 될 회사에서 오퍼를 받은 상태였지만 당시의 금융위기로 바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오퍼를 취소한다는 회사도 없지 않았다는 배경도 있다. 

규칙적인 공부 습관

우리나라의 고시에 비해 뉴욕 바 시험 준비기간 2-3개월은 상당히 짧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마지막 기말고사와 졸업 직후부터 2-3개월 꾸준히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내 경우는 오전에 바 시험 준비 과정 중 하나인 바브리(BarBri) 수업을 듣고 오후엔 복습을 했다. 1주일에 몇 번 학교 수영장에 가는 것, 가끔 학교가 위치한 웨스트 빌리지를 산책하는 것 이외엔 별다른 여가시간을 쓰지 않았고, 주말에도 어쨌든 아침부터 밤10시-11시까지는 공부를 했다. 외무고시를 준비할 때도 그랬지만, 매일 똑같이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건 불가능하고 공부가 잘 안되는 날이 있어도 크게 좌절하지는 않았다. 다만 매일 공부할 준비를 하고 책상 앞에 앉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시험공부를 하는 방법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주변에는 가끔 공부를 하루이틀 쉬고 기분전환을 한 후 다시 공부하는 동기들도 있었고 자기에게 제일 잘 맞는 공부 습관을 정하고 그것을 되도록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부의 범위 정하기

바 시험 준비는 로스쿨 수업과 무관하지는 않지만 로스쿨 수업을 수강했다고 해서 그 과목 시험 준비가 크게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법적 원리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암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의고사 문제풀이와 함께 그날 수업 내용은 그날 정리하도록 노력했다. ‘아웃라인’이라고 불리는 내용 정리를 전해받아 그걸 바탕으로 공부하는 경우도 보았는데, 나 역시도 몇몇 아웃라인을 참고하긴 했지만 내 아웃라인을 직접 작성하는 것도 공부라고 생각해서 직접 아웃라인을 만들고 시험 직전까지 거기에 내용을 추가했다. 잘 외워지지 않는 내용이 있으면 카드에 적어서 산책할 때 가지고 다니면서 암기하려고 노력했다. 

시험 당일

뉴욕주의 경우 이틀에 걸쳐 시험을 치른다. PMBR의 시험직전 정리 강좌를 마침 시험장인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수강했기 때문에 미리 시험장에 가볼 기회가 있었다. 위치가 시내에서 떨어져 있는 만큼 불편한 점이 많기 때문에 점심을 미리 준비하고, 강한 냉방에 대비하여 옷도 맞춰서 입었다. 거대한 회의장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시험을 치르는 상황에 맞춰 마음의 준비도 했다. 서술형 시험을 치르면서 특히 유의한 것은 문제별 시간 배분이다. 

시험을 마치고 

바 시험 다음날부터 당장 3년간 생활했던 로스쿨 기숙사에서 이사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멀지는 않지만 로스쿨에서 떨어진 이스트 빌리지의 아파트에서 짐을 풀고 나서야 로스쿨 과정이 완전히 끝났다는 실감을 했다. 다른 한편으론 로스쿨이라는 좁은 세계를 벗어난 새로운 생활의 시작이기도 했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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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고 갑니다~ 2015-10-26 11:11:10
그 사이에 연재가 2편 더 있었네요. 밀렸지만 하나하나 다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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