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무원시험 면접장에서 만난 퇴직공무원
상태바
[기자수첩] 공무원시험 면접장에서 만난 퇴직공무원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5.10.16 15: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률저널=이인아 기자] 10월 중순이 됐다. 지방직 7급 시험과 해양경찰 시험을 남겨둔 시점에서 사실상 주요 공채 일정은 끝이 났지만, 서울시 7·9급와 국가직 7급, 경찰 3차 등 시험은 필기합격자만 발표된 상태로 10월, 11월 면접을 진행하게 된다. 즉 내년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올해 시험일정이 어떻게 흘러가든 상관이 없지만, 당장 10월, 11월에 면접을 앞둔 수험생들은 아직 갈길이 멀다.

매년 시험장 취재를 다녔지만 필기시험보다 면접에 대한 열기가 올해만큼 뜨거웠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최근 공무원시험에서 면접이 강화된 데 따라 수험생들은 필기 뿐 아니라 면접도, 아니 필기보다 면접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큰 것도 같다. 사실 수험생 불안감을 크게 조장할 수 있는 화두일수록 기사거리가 생성될 수 있기 때문에 기자입장에서 좋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말 한마디가 확대해석되거나 재해석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확정되지 않은 것을 분명히 했음에도 확정된 것 마냥 수험생 입에 오르내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꺼리가 있어도 쉽게 기사화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가령, 국가직 7급 시험에 집단토의가 실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잠시 돌기도 했지만, 확정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기사화를 보류한 것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면접이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시대 흐름에 따라 이제는 필기시험도 그렇지만, 면접시험장 취재를 더 강화해야할 정도인가 하는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아직 시험이 다 끝나지 않았지만 올 면접장 취재를 다니면서 이전에는 기자 역시 간과했던 면접장의 모습을 보다 면밀히 볼 수 있었고, 수험생들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면접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의 부모들을 일부 접하면서 기자 외 제3자 입장에서 보는 현 공무원시험 면접에 대한 견해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게 적잖은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기억을 더듬어, 올 상반기에 실시된 공무원 면접시험 중 면접장에서 만난 한 학부모가 떠올라 몇 자 적어보려 한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응시자를 만나기 위해 밖에서 서성이고 있는 기자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를 했던 그는 기자가 머쓱하게 신분을 밝히자 물밀듯이 현 공무원 시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한 지자체에서 근무했고 정년퇴직해 현재는 연금으로 셍활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퇴직 후 경비일도 알아봤지만 여러 가지로 맞지않아 접고 등산, 레져생활을 하면서 매일을 건강하게 보내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자녀가 이번에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면접을 보게 됐고, 면접장이 집에서 멀고 딱히 할 일도 없어 응원차 면접장에 오게 됐다는 말이었다. 그는 본인이 공무원으로 재직했던 수십년 전과 현재를 비교해본다면 모든면에서 천지차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예전에는 공무원 할 사람이 없어 자리를 거저주기도 할 만큼 비인기였는데, 언제부턴가 경기가 악화되고 채용시장이 좁아져 죄다 공무원으로 몰리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대학교를 나와서 모두가 공무원 시험을 보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며, 지금 경쟁률이 높아서 그렇지 공무원 자리가 실제로 이렇게까지 열풍이 불 정도의 직업은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런데 면접까지 강화되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면접 강화 배경에는 청와대의 정부조직개편이 가장 컸고, 청와대 기조에 맞는 부처별 인사를 발탁하면서 이같이 공무원시험이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해하기도 했다. 옆에서 볼 때 자녀가 공무원 면접 준비를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는 실로 상당했다고 한다. 필기시험 준비는 학원을 통해 거의 마스터할 수 있었지만 면접은 학원을 통해서 준비해도 너무 고되고 막막해 보였다는 게 그의 말이다.

공직사회가 보수적인 조직임은 분명하고 조직과 융화되는 면도 중요하지만 업무 전문성에 보다 무게를 두는 것이 우선이 아닌지 그는 인성과 공직관을 중시하는 현 공무원 면접 시험 제도에 대해 다소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또한 면접에서 연탄 1장 값이 얼마인지를 묻기도 한다는데 이런 것이 꼭 면접에 필요한 것인지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물론 직렬별로 전문성이 더 강화되는 측면이 있고 그렇지 않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전문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 실질적이라는 말이다.

중간관리자를 뽑는 7급에서는 업무역량을 평가하는 면접이 진행되고 있지만 9급도 역량평가에 중점을 두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일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에는 공무원시험 면접이 현행 체제를 유지하되 무엇인가를 추가해서 더 강화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인성과 공직관, 업무 전문성을 아우를 수 있는 면접이 진행되도록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