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난민을 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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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난민을 돕자
  • 김현
  • 승인 2015.10.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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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변호사 (대한변협 변호사연수원장,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지난 9월 2일 터키 해변에 빨간색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작은 꼬마 시신이 파도에 밀려 들어왔다. 시리아 북부 출신인 아일란 쿠르디(3)가 해변에 엎드려 있는 모습이 보도 되면서 시리아 난민의 참상이 양식 있는 세계인의 가슴을 때렸다. 고향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피해 가족과 함께 떠나온 아일란은 터키에서 그리스로 가기 위해 작은 배에 몸을 실었다가 배가 뒤집혀 변을 당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의하면 올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유입된 난민이 35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유럽에 유입되는 난민이나 불법체류자는 항상 존재했지만, 특히 최근 시리아로부터 발생된 난민 행렬은 경제적이라기보다는 오로지 생존을 목적으로 한 탈출이란 점에서 성격을 달리 한다. 시리아에서는 5년째 내전이 진행되고 있다. 독재 정권의 부패에 대한 시위 진압과정에서의 반군 세력 결집, 그리고 그 틈을 타고 시리아 북부를 점령해가는 IS가 벌이는 전쟁이 계속되면서, 어느 한 편에 서지 않으면 다른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혼돈이 계속되고 있다. 전쟁에 뛰어 들 생각이 없는 선량한 일반 시민들은 살기 위해 시리아를 떠날 수밖에 없다. 한국전쟁 당시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피난 가는 것과 비슷한 피난민인 것이다.

시리아 난민들은 터키, 레바논, 요르단 등 주변 국가와 이라크, 이집트, 아프리카 북부로 피난을 가고, 일부는 유럽으로 보트를 타고 정처 없이 떠나고 있다. 그 중에는 꼬마 아일란처럼 바다에 빠져 생을 마감하는 난민들도 많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에 도착해도 모두가 그들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더블린 조약에 따라 유럽연합 국가로 들어오려는 모든 난민은 처음 발을 들여놓은 국가에서 망명 지위를 신청해야 하고, 그 회원국은 난민을 심사할 의무가 있다.  난민이 발생한 지역과 접해 있는 남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은 시리아 난민의 처리에 나름대로 고심하는 반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서유럽 국가들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한편,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우리에게 온 모든 사람들을 인간적이면서도 위엄 있게 대하는 게 독일"이라고 하면서 시리아 난민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고,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이를 지지했다.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진정한 선진국가의 면모를 보인 독일을 높이 평가한다.

우리나라는 1992년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 7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했으므로 외형적으로는 난민 문제의 선진국이다. 그렇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1994년 이후 난민신청을 한 12,208명 중 522명 만을 난민으로 인정해 4.3%의 난민 인정률을 보임으로써, 세계 평균인 38%의 난민 인정률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 이유는 난민신청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우며, 난민 인정 요건인 본국에서의 '박해'를 너무 엄격하게 심사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난민을 인정하기 위한 난민법이 아닌 난민을 거절하기 위한 난민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국에서 박해 받아 갈 곳 없는 난민에게 얼마나 인간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지는, 그 나라의 인권에 대한 관심의 척도다. 이제 우리는 경제적 측면에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에 걸맞는 품격까지 지니고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글로벌 사회에서 우리만 잘 살려 해서는 곤란하다. 국민소득만 올리는데 급급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존경 받지 못하며, 박해에 고통 받는 인류를 보듬어야 진정한 선진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신영복 교수는 ‘담론’에서 “물질적 도움도 필요하지만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 더 큰 힘이 된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을 떠나 방랑하는 불우한 난민들을 우리의 능력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많이 수용하면 좋겠다. 내년 초 대통령의 국정연설에는 성장률이나 일자리 창출에 대한 비전뿐 아니라, 난민을 얼마나 수용할 것인지 가난한 최빈국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에 대한 이타적인 고민도 담겨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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