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사법시험 갈등, 한 평화주의자의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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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법시험 갈등, 한 평화주의자의 제언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5.10.08 20:0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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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사회 곳곳에서 미움과 혐오, 그로 인한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산재해 있다. 서로에 대한 미움이 넘치다 못해 상대방을 당장 박멸해야 하는 ‘벌레’처럼 더럽고 끔찍한 존재로 여기기도 한다.

아이가 없는 미혼 남녀는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부모에 대해 ‘맘충’이라고 손가락질 하며 ‘노키즈존’을 요구한다. 번잡스런 아이들과 이들을 통제하지 못하는 부모들을 피해 조용히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것이다. 이에 부모들은 “너도 어디 한 번 애를 키워보라”며 철없고 이기적인 사람들로 미혼남녀들을 매도한다. 

아,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 쏟아내는 분노는 수많은 갈등 중에서도 첫 손에 꼽을 수 있으리라. 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훌륭한 전통음식인 김치와 된장을 비하하는 ‘김치녀’니 ‘된장남’이니 하는 표현들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이 외에도 수많은 갈등들이 존재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노인과 청년들이 다투고, 위층과 아래층 거주자가 층간소음 문제로 싸운다.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이 서로를 용납하지 못하고 갈등하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더 착취하고 덜 뺏기기 위해 혹은 자신도 가진 자들의 영역에 편입되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다.

기자는 스스로가 ‘평화주의자’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분쟁을 싫어한다. 기자 본인이 다른 사람과 다투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끼리 다투는 것을 봐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분쟁이 생길 소지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고 꽤나 애쓰는 편이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마땅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있어도 만약 그것을 받지 않아도 큰 손실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것은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어느 정도냐면 지난 겨울, 약 3, 4일가량 집에 온수가 나오지 않았던 적이 있다. 난방은 문제없이 되고 있던 상황이라 곧 고쳐지겠지 하면서 쭉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찬물로 머리를 감으며 두피가 벗겨질 것 같은 고통을 몇 차례 겪고 나니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다. 집주인은 깜짝 놀라며 즉시 문제를 해결해줬다. 재밌는 일은 기자가 살고 있는 층의 모든 집에서 온수가 나오지 않았는데 아무도 항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사실 이 정도로 참고 견디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성적으로는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면 싸워서라도 쟁취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싸움이 이어지는 동안의 몸 고생, 마음 고생과 참아서 생기는 불편을 비교하면 그냥 작은 불편쯤은 참고 마는 쪽으로 결정하는 일이 많다.

기자의 이런 성향은 직업적으로도 부적절한 면이 있다. 분쟁이 일어나는 장소를 누구보다 열심히 찾아다녀야 하는 사람으로서 적지 않은 핸디캡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이 조금 불편한 것과 다른 사람들이 알아야 할 일, 혹은 알면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전달하는 보람을 비교형량해가며 분쟁의 현장들을 열심히 기웃거리고 있다.

전문지의 특성상 기자가 가장 자주 접하고 있는 분쟁의 현장은 ‘로스쿨 대 사법시험’이 격돌하는 전쟁터다. 그런데 최근 예정된 시한이 다가오면서 논의가 건설적 비판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을 이용해 서로를 ‘사시충’, ‘로퀴’라고 비하하며 인신공격성 발언들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조금의 손해도 보기 싫어서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권리를 훼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이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론에 따른 ‘평화’일 것이다. 마음속에 휘몰아치는 맹목적인 분노와 미움을 조금 덜어내고 이성적인 판단을 더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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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 2015-10-15 18:17:52
친돈스쿨 기자 답군요. 추천반대도 돈스쿨생에게 점령 되다시피 했고 ㅋㅋ 역사와 국민에게 역행 하는 겁니다. 명심 하세요.

기자님아 2015-10-09 23:49:01
세상에 분쟁이 없던적은 없어요 님은 무슨 천국 같은데서 살다오셧남??

2015-10-09 19:00:22
안혜성 기자님.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특권을 세습하고 정당한 권리와 공정한 경쟁을 강탈하는 와중에 평화를 말하는 것은 그냥 가만히 죽어라는 말과 같은 것 아닐까요. 그리고 간곡히 부탁컨대, 사시 게시판에 올라오는 목적 외의 게시물은 삭제, 이동 등 조치를 취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공정 2015-10-09 13:45:41
만평은 작가의 고유한 창작이라 신문사도 자르지 않은 이상 내용을 간섭하지 못함.

300 2015-10-09 03:08:45
사법시험 존치가 로스쿨 폐지인 것도 아닌데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겠다고(사법시험 존치가 로스쿨관련자들에게 손해인지도 의문이지만) 굳이 사법시험을 폐지하자고 하는 이들에게 하는 말씀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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