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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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2)
  • 박준연
  • 승인 2015.10.08 20:0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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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잠들지 않는 도시에서 

프랭크 시나트라의 “뉴욕, 뉴욕”을 들으면 나는 뉴욕의 로펌에서 처음 일한 2008년 여름을 생각한다. 회사 여름 행사로 요트를 빌려 맨해튼 섬을 한 바퀴 돌았다. 해가 지고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보일 무렵 이 곡이 흘러나왔다. 잠들지 않는 도시에서 눈을 뜨고 싶다는 가사 부분에서 나는 ? 너무 상투적이지만 ? 눈물을 조금 흘렸다. 

2학년 첫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2007년 여름, OCI(on-campus interview)라고 불리는 학내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명칭 그대로 로펌들이 학교를 찾아와서 학생 한 명당 20∼30분 정도씩 면접을 본 후 콜백(call back) 인터뷰라고 불리는 보다 본격적인 면접을 진행할지를 결정한다. 콜백 인터뷰 후 서머 어소시에이트(summer associate) 자리를 제안받게 되어 다음해 여름 그 회사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 로스쿨 졸업 후 그 회사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이 인터뷰가 졸업 후의 구직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NYU 로스쿨의 경우, OCI 첫 인터뷰는 학교의 추첨 방식으로 결정하여 참가하는 학생들이 비슷한 수의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한다. OCI를 마치고 새 학기가 시작되고, 몇 번의 콜백 인터뷰를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주변의 동기들은 여름에 일할 회사를 거의 결정했는데 나만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어서 불안하고 초조하기만 했다. 취직자리가 쉽게 결정나지 않는 것이 내가 이 길에 적성이 안맞는다는 의미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제일 힘들었다. 

제일 기대했던 회사에서 콜백 인터뷰 후 불합격 소식을 받은 후 1주일 정도는 학교를 그만둘 생각을 했다. 수업에 들어갔다가 기숙사 방에서 멍하게 장래를 생각했던 1주일이 지나고 조금만 더 노력을 해보고 그래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때 학교를 그만두자는 생각을 했다. 우선 학교 진로 담당 오피스(Office of Career Services)에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받고 싶다는 연락을 했다. 약속을 정해 상담을 하고, 모의 인터뷰를 하고 보완해나갈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담당직원 Danielle은 겸손이 한국에서 인터뷰를 할 때의 미덕인지는 몰라도 로펌 인터뷰때는 좀더 자신감있고 당당하게 말하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이야기를 마친 후 힘내라며 허그를 해주었다. 

그녀의 조언에 따라 좀 늦었지만 추가 지원을 해보기로 했다. 수업 예습과 복습을 하고 밤 늦은 시간에는 이메일로 로펌에 지원 서류를 보냈다. 거짓말처럼 몇몇 회사에서 콜백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하여 11월경에 최종적으로 결정한 회사와는 두세 시간의 콜백 인터뷰를 두 번이나 했다. 서너 명의 파트너 변호사들과 어소시에이트 변호사들과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중 Sarah라는 파트너 변호사와는 변호사 업무도 회사 생활도 아닌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졌다. 그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 담당자에게 연락을 받았다. “인터뷰 후 다들 너를 마음에 들어했는데 알다시피 우리 회사도 내년 여름에 일할 학생들을 거의 결정한 상태이니 한번 더 면접을 보러 오지 않겠니.” 두 번째 면접을 마치고 쌩스기빙(Thanksgiving) 연휴가 다가오던 금요일 오후,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최종 결정을 알리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

물론 구직 여부만으로 로스쿨 진학의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외무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사표를 내고 로스쿨에 진학했고, 학교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은데다가 로스쿨은 어디까지나 전문 직업인으로 일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전문대학원이기 때문에 첫 직장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그 2개월 동안의 근심이 사라지는 순간이 드디어 온 것이다.  

그 와중에도 학교생활은 계속 바빴다. 2학년이 되면서 선택과목의 수가 늘어나 수업 따라가는 것도 힘들었던데다 여름부터는 저널(NYU Journal of International Law and Politics)의 스태프 에디터로 일하면서 1주일에 몇 시간은 저널 편집일을 하게 되었다. 또 욕심을 부려 모의법정(moot court)에도 참가하면서 여전히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2학년 첫 학기를 마치고 추운 뉴욕의 겨울을 맞이할 때 쯤엔 나도 드디어 로스쿨에 적응을 했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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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썬 2018-07-24 00:31:17
인생은 자기가 만들어가는 거 아닐까요? 자신의 신념을 믿고 새로운 도전의 길을 걷고 계신 모습 정말 아름답습니다. 존경스럽습니다.

감사 2015-10-15 00:07:52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변호사님이 되세요.

박준연 2015-10-11 00:48:34
댓글 써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

팬이에요 2015-10-09 20:33:21
블로그도 재밌게 잘 보고있어요! 다음 글도 기다릴게요:)

도전 2015-10-09 13:49:41
힘든 고비를 지혜롭게 극복한거 같네요. 앞으로도 더 큰 도전이 있겠지만 세계적인 변호사로 대승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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