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천에서 용 되기를 꿈꾸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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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개천에서 용 되기를 꿈꾸어 보기
  • 한상희
  • 승인 2015.09.25 11:39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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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코앞에 닥친 사법시험의 폐지를 둘러싼 논쟁 중에서 개천 출신의 용 이야기는 좋은 구경거리가 된다. 옛날 모두가 없이 지내던 시절, 고등고시나 사법시험은 무지렁이 출신이 판검사 “영감님”이 되어 세상에 군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그것은 개천에서 용을 만들어내는 기적의 제도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검사와 여선생”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똑똑한 남자 형제 하나를 공부시키기 위해 미싱공장에서 피땀 흘렸던 수많은 처녀들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 신화는 이제 로스쿨의 등장으로, 또 사시 폐지로 사라져버릴 운명에 처했다. 그 뿐인가? 치열한 경쟁에 파묻힌 변호사들은 용은커녕 이무기의 위력조차도 상실한 채 생존까지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매몰되고 있다.

하지만 이 순간 개천과 용의 이야기를 흘러간 전설 정도로 끝내야 옳을까? 비정규직 혹은 파견직으로 내몰리며 모두가 개천이 되기를 강요받는 이 억장 막히는 시대에, 자신의 능력만으로 신분과 계급의 상향사다리를 탈 수 있는 유일한 경로를 감히 희망하는 것 자체도 빼앗겨야만 하는 것일까? 변호사가 떼돈을 못 벌어도 적어도 자신의 노력만큼의 성과는 보장되는, 요즘 보기 드문 직종임을 감안할 때, 그렇게 미미한 용이라도 되어 세상을 살아갈 가능성 하나 정도는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다고 사법시험존치론을 말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로스쿨만큼이나 많은 비용을 요구하기에, 개천의 필부들은 함부로 넘볼 것이 아니다. 생계비, 학원비 혹은 학비는 오히려 가볍다. 문제는 기회비용이다. 로스쿨이든 사법시험이든 최소 3-4년은 풀타임, 전업으로 몰입하여야 한다. 그래서 직장인은 직장을 포기해야 하고, 구직자는 취업을 유예하여야 한다. 혹은 가사에 전념해야 하는 사람은 다른 가사대행인을 구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개천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진입장벽이 된다. 특히 그로 인한 경력단절은 쉽사리 보완되지 못하는, 결정적 손실이 된다.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의 낮은 합격률로 인하여 변호사자격을 따지 못하게 되면 그 3-4년의 경력 이탈은 이력서에조차 올리지 못하는 순수공백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 두 제도는 공히 가장 반‘개천’적인 제도일 따름이다. 

이 지점에서 최근 로스쿨협의회가 야간로스쿨을 언명한 것은 아주 고무적이다. 그것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직장과 연봉과 경력을 포기해야 할 이유도 없으며, 전업으로 돌보던 가사를 포기해야 할 필요도 없어지게 한다. 오히려 직장에서 보다 나은 생산성을 확보하거나 보다 나은 경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에서 야간로스쿨이 관공서가 많았던 워싱턴DC를 중심으로 발전한 것은 이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로스쿨과정을 통해 직장내 지위를 공고히 하거나 혹은 승진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물론 시간의 제약이 많은 야간로스쿨은 나름의 한계를 가진다. 하지만, 그것은 야간로스쿨의 제도화과정에서 충분히 극복가능하다. 수업연한을 보다 길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의 직장 혹은 가사생활에 따라 공부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게끔 한다든지, 온라인강의를 비롯하여 오늘날 최첨단으로 발전한 다양한 강의방식들을 활용함으로써 최적의 법교육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거기에 사회생활의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학업의지와 현장실무능력은 변호사양성교육을 최적의 상태로 만든다. 야간로스쿨교육의 효율성은 주간의 경우에 비하여 결코 떨어지지 않으며 또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야간로스쿨과정을 이수한 행정이나 기업의 실무가들이 자신의 업무를 법률친화적인 것으로 바꾸어나갔다는 미국의 경험은 이 제도가 포화상태로 치닫는 법률서비스시장의 확대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도 가능하게 만든다. 

물론 이런 야간로스쿨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로스쿨 입학총정원은 확대되어야 하며 변호사시험은 보다 유연하게 조정되어야 한다. 법무부를 전위대 삼아 변호사 수를 늘이는 것을 반대해 온 기성 법조인들의 저항을 뚫어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에야 비로소 변호사라는 직업은 무수한 직장인과 무수한 전업가사종사자들에게 개천출신의 용을 꿈꿀 수 있는 가장 유효하고도 소중한 제2의 인생기회로 다가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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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5-09-27 01:13:12
정말 샌님의 탁상공론이란게 흐이구...난 저 교수만 보면 딱 그래! 백면서생의 탁상공론!

일자 2015-09-26 19:46:26
야간 로스쿨만들시간에 야간 사법시험을 하는게 더 낫겠다..
주간에 사시쳐서 1000명 야간사시로 500명뽑자..
그토록타령하는 다양성은 사시1500이면 확보되고도 많이 남는다

ㅇㅇ 2015-09-26 08:53:01
세미나 발표때 토론자로 나선 여현호 한겨레 논설위원한테 그렇게 까여 놓고 또 야간 온라인 로스쿨 소리가 나오십니까?

정말 기득권 지키려는 로스쿨 교수님들의 투쟁이 눈물겹습니다. 실력도 없는 이론교수님들로만 가득 채워진 현행 로스쿨에 또 그 비싼 학비와 시간을 투자해 로스쿨 내에서도 서자중의 서자로 남을 야간 온라인 로스쿨에 다니라뇨.....

이제 이쯤하시고 국민여론대로 사시로 500이상 선발해 경쟁합시다.

300 2015-09-26 01:56:10
로스쿨 처음 만들 때도, 3년이면 법이론과 실무를 마스터하게 하고, 변호사시험 합격수준은 사법연수원 1년차 수료수준에 맞출 수 있다고 큰소리 떵떵쳤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변호사시험은 변호사로서의 기본만 갖추면 된다느니, 실무는 현업에서 배우거나 사법연수원에서 배우면 된다느니 하는 멍멍이 소리를 내고 있죠. 야간로스쿨도 마찬가지입니다. 7살짜리 소년이 나는 커서 슈퍼맨이 될래요 라고 하는 소리와 같은 수준의 허황된 생각이라고 봅니다.

바보진보 2015-09-25 21:29:41
에휴 교수님, 그냥 사시 1500명 뽑으세요! 서울대 법대 폐지하고 사법시험 1500명 뽑으세요! 그러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 아닙니까? 그리고 재단이나 기금 설립해서 고학생들에게 장학금 주면 됩니다. 전국단위로 모의고사 쳐서 일정 점수 이상인 자 중에서 차상위계층까지 속하는 자에게 장학금 주세요. 하다못해 사법시험 1차 헌민형 평균 60점 이상인 사람들 중에서 가난한 사람에게 1년 500만원만 장학금 줘도 로스쿨 보다 억배 낫습니다. 맨날 되지도 않는 소리 그만 하시고요. 솔직히 한상희 교수님 보면 탁상공론이 떠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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